우크라이나 전쟁: 점령지에서 러시아 합병 긴급 주민 투표 요청

사진 출처, EPA-EFE/REX/Shutterstock
- 기자, 폴 커비
- 기자, BBC News
우크라이나 내에서 러시아가 장악하고 있는 루간스크, 도네츠크, 헤르손, 자포리자 등 4곳에서 지난 20일(현지시간) 러시아 합병을 위한 긴급 주민 투표를 요구했다.
최근 몇 달간 러시아군은 교착 상태에 빠졌으며 우크라이나군은 북동부의 많은 영토를 탈환했다. 이에 동부와 남부의 친러 세력들이 이번 주부터 러시아 합병 투표를 즉각 시행하자고 나선 것이다.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4년 실시된 러시아 합병 주민 투표로 크림반도를 합병한 전력이 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일 저녁 대국민 연설을 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크렘린궁 소식통은 이후 연설 일정이 연기됐으며,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같은날(20일)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이러한 엉터리 소위 '주민 투표'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사회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인정한 적 없으나, 러시아가 다른 점령지도 같은 방식으로 손에 넣으려고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런 식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에서 더 많은 지역을 합병하게 되면 러시아로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무기가 자국 영토를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할 구실을 마련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주둔한 병력을 증강하기 위해 대규모 동원령을 발표할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러시아 연방의회는 탈영, 군용 재산 파손, 동원령 및 전투 작전 중 불복종과 같은 범죄에 대한 더 강력한 처벌을 승인했다.
한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20일 루간스크주와 도네츠크주 일대를 가리키는 돈바스 지역에서의 주민 투표 실시가 "역사적 정의"를 바로 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헌법까지 개정되면 그 어떠한 미래의 러시아 지도자나 관료도 이러한 결정을 번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주민 투표는 불가역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곧이어 돈바스 지역에서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선포한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측은 오는 23~27일 주민 투표를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본격적으로 침공하기 3일 전인 지난 2월 21일 푸틴 대통령은 두 세력을 독립국으로 승인한 바 있다.
남부 헤르손 지역에서 러시아가 세운 행정부 또한 주민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으며, 러시아가 점령한 자포리자 지역에서도 비슷한 계획을 내놨다.
러시아 국영 매체들은 주민들이 직접 또는 원격으로 투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몇 달간 러시아가 세운 행정 당국들은 자칭 '주민 투표'를 실시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이러한 투표가 자유롭고 공정하게 진행되리라는 희망은 전혀 없으며, 전쟁이 길어지면서 완전히 러시아 통제하에 있지 않은 지역을 합병하려는 시도 또한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게다가 우크라이나의 반격으로 투표 실시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는 7월 이후 루간스크주 대부분 지역을 점령하고 있었으나, 지난 19일 루간스크 내 우크라이나 군 지도자는 빌로호리우카 지역을 탈환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러시아가 아조프 해안가를 점령했으나, 도네츠크주 대부분은 여전히 우크라이나가 지배하고 있다.
이에 더해 전쟁 초반 러시아는 빠르게 헤르손을 점령했으나, 우크라이나군은 헤르손에서도 또한 일부 영토를 되찾았으며, 러시아가 세운 행정 당국은 지속해서 공격당하고 있다. 이에 최근 헤르손에서도 러시아 합병 주민 투표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연기된 바 있다.
자포리자주에선 주도 자포리자 등 영토 대부분을 여전히 우크라이나가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2014년 투표를 불법으로 널리 인식하고 있으며, 많은 주민들이 거부했음에도 러시아군은 여전히 크림반도를 통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도네츠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으며, 도네츠크의 친러 시장은 19일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으로 최소 13명이 사망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가 주권을 행사하는 영토를 합병하려고 시도할수록 우크라이나 지도부는 격분할 것이며, 협상을 통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은 희박해질 전망이다.
한편 올렉시 코피트코 우크라이나 국방부 고문은 이러한 투표 계획은 러시아의 "히스테리 징후"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또한 "점령자들은 분명히 공황 상태에 빠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엉터리"라고 비난했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분명히 국제사회에선 인정받지 못할 "자기 이익만 생각하는 행동"이자 "놀림감"이라고 비난했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NATO 사무총장 또한 적법하지 않으며 "푸틴의 전쟁의 격화한 형태"라고 말했다.
유명 러시아 전문 분석가인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이번 조치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및 서방에 보내는 "명백한 최후통첩"이라면서 적절히 대응하지 않는다면 러시아는 이번 전쟁에 모든 병력을 동원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영토가 합병된다면 푸틴 대통령이 자국 영토로 간주하는 지역을 지키기 위해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권리를 주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병력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여전히 이번 전쟁을 "특수 군사 작전"으로 표현한다.
그런 와중에 크렘린궁은 점령지의 주민 투표 실시를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현재 모든 상황을 통해 주민들이 자신들의 운명의 주인이 되길 원한다는 점을 확실히 알 수 있다"며 전쟁 초기부터 러시아는 주민들이 결정하길 바라왔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