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정부군,반정부 시위대 급습... BBC 기자 폭행

동영상 설명, BBC 기자의 긴박했던 스리랑카 현장 보도
    • 기자, 조지 라이트, 프란시스 마오
    • 기자, BBC News

스리랑카 정부 보안군이 22일(현지시간) 새벽 수도 콜롬보의 주요 반정부 시위 캠프를 급습해 시위대를 체포하고 텐트를 철거했다.

군인 및 경찰 특공대 수백 명이 대통령 집무실 밖에 머물던 시위대를 덮쳤다. 앞서 시위대가 몇 시간 후 자진 철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 해산을 감행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BBC 영상 기자 한 명이 폭행당했으며, 어떤 군인이 이 기자의 휴대전화를 빼앗고 영상을 삭제하기까지 했다.

경찰은 부상자 2명을 포함해 9명을 체포했다.

한편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대통령이 해외로 도피한 이후 지난 21일 라닐 위크레메싱게 전 총리가 신임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은 대중들의 지지를 크게 받지 못하는 듯한 인물로, 시위대에 대한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한편 위크레메싱게를 이은 차기 총리로는 원로 정치인인 디네쉬 구나워데나가 22일 임명됐다. 오랜 기간 라자팍사 가문에 충성한 인물로 여겨진다.

스리랑카에선 심각한 경제난으로 몇 달간 대규모 혼란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전 정부의 경제 실정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목소리가 크다.

도로 일부를 봉쇄한 스리랑카 보안군
사진 설명, 도로 일부를 봉쇄한 스리랑카 보안군

지난 21일 위크레메싱게 전 총리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에도 시위대는 평화를 유지했다. 불신이 깊지만, 워크레메싱게 신임 대통령에게 국가를 경제 위기의 수렁에서 구해낼 기회를 주겠다는 게 시위대 대부분의 생각이었다.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정부를 전복시키거나 정부 청사를 점령하려는 그 어떠한 시도도 "민주주의가 아니며, 법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그리고 22일 이른 아침부터 정부군이 정부 청사 점거 철수를 이미 약속한 시위대의 캠프로 몰려와 강제로 해산시킨 것이다.

이에 대해 스리랑카 경찰 측은 '대통령실을 (되)찾아오기 위한 특수 작전"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BBC 기자 폭행 사건에 관해 묻자, 경찰 대변인은 이에 대해 몰랐다고 답했다.

이번 정부 보안군의 기습은 22일 현지 시각 새벽 1시 30분경 발생했으며, 이후 보안군은 대통령실로 향하는 도로 일부를 완전히 봉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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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당한 BBC 기자들

분석: 안바라산 이티라잔, BBC News, 콜롬보

콜롬보의 반정부 시위 현장을 보안군이 자정 넘어 급습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나와 동료 BBC 기자들은 대통령 집무실 앞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압 장비를 갖춘 중무장한 군인과 경찰 특공대 수백 명이 얼굴은 가린 채 두 방향에서 몰려들었다.

시위대가 이곳에 왜 왔냐며 의문을 제기했지만, 보안군은 계속 앞을 향하며 공격적으로 변했다.

시위대는 뒤로 밀려났다.

그리고 몇 초 만에 군인들은 소리를 지르고 도로 위 시위대가 임시로 마련한 텐트 등을 망가뜨렸다. 군인들은 대통령 집무실로도 향했다. 바로 지난주 대규모 시위대가 몰려든 바로 그곳이다.

시위대는 앞서 22일 오후까지 자진 철수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군인들의 뒤를 쫓아 취재한 결과 이들은 길을 막는 모든 것을 치우고 있었다.

이에 시위대는 10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지정 시위장소로 내쫓겼으며, 군인들은 철제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시위대의 진입을 막았다.

우리가 해체된 시위대 캠프에서 돌아오고 있을 때, 군인 무리 속에 있던 사복 차림의 한 남자가 동료 기자에게 소리를 지르며 휴대전화 속 동영상을 삭제하고 싶다고 말했다.

몇 초 뒤 이 남자는 동료에게 주먹질하며 휴대전화를 낚아챘다.

내가 우리는 기자이며 우리 일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으나, 이들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 내 동료에겐 추가적인 폭행이 가해졌고 우리는 강력히 항의했다.

다른 동료가 갖고 있던 마이크도 압수해 던져버렸다.

휴대전화를 빼앗긴 동료는 다시 돌려받았으나, 영상은 삭제된 상태였다.

다른 육군 장교가 개입해 우리를 놓아줬다. 맞은 동료는 몸이 떨렸으나, 수백 미터 떨어진 호텔까지 걸어갈 수 있었다.

BBC는 이번 공격에 대해 군과 경찰로부터 설명을 들으려 했지만,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스리랑카에선 지난주부터 여전히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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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시민 단체 및 법률 단체는 정부의 폭력적인 시위 진압을 비판하고 나섰다.

스리랑카 살리야 페이리스 스리랑카 변호사협회장은 "불필요한 무력의 사용은 스리랑카와 스리랑카의 국제적 위신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22일 대통령실 밖에 모인 스리랑카 보안군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22일 대통령실 밖에 모인 스리랑카 보안군

사라 헐턴 스리랑카 주재 영국 고등판무관도 시위 현장에 대한 보도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헐튼 판무관은 트위터에 "평화적으로 시위할 권리에 대한 중요성을 분명히 한다"고 적었다.

한편 사실상 부도 상태인 스리랑카에선 식량, 연료 등 생활필수품이 심각히 부족한 상태이며 이에 따라 몇 달씩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스리랑카엔 현재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된 상태이기에 경찰과 군이 영장 없이 시민들을 체포 및 억류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증거나 무죄 추정의 원칙 없이 사람을 구금할 수 있으며, 이동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이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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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는?

  • 스리랑카는 인도반도 남동부의 섬나라다: 1948년 영국의 지배에서 독립한 스리랑카에는 싱할라족, 타밀족, 이슬람교도 등 3개 종족이 전체 2200만 인구의 99%를 차지한다.
  • 라자팍사 가문의 형제들이 수년간 국정을 장악했다: 형 마힌다 라자팍사는 타밀 분리주의 반군과 수년간 이어진 피비린내 나는 내전을 지난 2009년 승리로 이끌며 다수민족인 싱할라족의 영웅이 됐다. 마힌다의 동생이자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고타바야 라자팍사가 최근 해외로 도피한 전 대통령이다.
  • 대통령의 권한: 스리랑카 대통령은 국가, 정부, 군의 수장이지만, 의회에서 여당을 이끄는 총리와 함께 행정적 책임도 여럿 진다.
  • 경제난에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물가가 치솟으면서 식량, 의약품, 연료가 원활히 공급되지 않고 있으며, 전력난도 심각하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라자팍사 가문과 정부에 책임을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