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시위: 라자팍사 대통령, 군용기 타고 몰디브로 도피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이 사임을 앞두고 스리랑카를 탈출했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이 사임을 앞두고 스리랑카를 탈출했다
    • 기자, 맷 머피
    • 기자, BBC News

심각한 경제난에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고타바야 라자팍사(73) 스리랑카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군용기로 스리랑카를 탈출했다.

BBC는 스리랑카를 탈출한 라자팍사 대통령이 현지 시각으로 새벽 3시경 몰디브의 수도 말레에 도착한 것으로 파악했다.

라자팍사 대통령의 도피로 수십년 간 스리랑카를 지배해온 라자팍사 가문 시대는 막을 내렸다.

지난 9일 성난 시위대가 대통령궁을 습격했을 당시 군용 시설로 도피했던 라자팍사 대통령은 13일에 사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한 소식통은 대통령의 동생 바실 라자팍사 전 재무장관도 스리랑카를 떠나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고 BBC에 전했다.

대통령의 도피 소식이 전해지자 수도 콜롬보 내 주요 시위 장소인 갈레페이스그린 공원에 모인 시위대는 환호했다.

지난 12일 저녁 이미 수천 명이 대통령의 사임을 기다리며 공원에 집결했다.

스리랑카 국민들은 수십 년 만의 역대 최악의 경제 위기에 대해 라자팍사 대통령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지난 몇 달간 매일 정전이 발생했으며, 연료, 음식, 의약품 등 기본적인 생필품이 부족해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한편 라자팍사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재임하는 동안 기소 면책 특권이 있기에 새 정부 체제에서 체포될 가능성을 피하고자 사임 전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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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는

  • 스리랑카는 인도반도 남동부의 섬나라다: 1948년 영국의 지배에서 독립한 스리랑카에는 싱할라족, 타밀족, 이슬람교도 등 3개 종족이 전체 2200만 인구의 99%를 차지한다.
  • 라자팍사 가문의 형제들이 수년간 국정을 장악했다: 형 마힌다 라자팍사는 타밀 분리주의 반군과 수년간 이어진 피비린내 나는 내전을 지난 2009년 승리로 이끌며 다수민족인 싱할라족의 영웅이 됐다. 마힌다의 동생이자 당시 국방장관인 고타바야 라자팍사가 최근 사임 의사를 밝힌 스리랑카 현 대통령이다.
  • 대통령의 권한: 스리랑카 대통령은 국가, 정부, 군의 수장이지만, 의회에서 여당을 이끄는 총리와 함께 행정적 책임도 여럿 진다.
  • 경제난에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물가가 치솟으면서 식량, 의약품, 연료가 원활히 공급되지 않고 있으며, 전력난도 심각하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라자팍사 가문과 정부에 책임을 묻고 있다.
동영상 설명, '국민은 굶어 죽고 있는데'...스리랑카 시위대가 대통령궁을 점거한 이유

시위대의 놀라운 승리

분석: 안바라산 에티라잔, BBC 뉴스, 콜롬보

오랫동안 스리랑카에서 권력을 쥐고 있었던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은 이제 민심을 잃고 추락했다.

사실 사태가 이렇게 치달을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국방장관이었을 당시 타밀 분리주의 반군과의 전쟁에서 군사작전을 감독했다.

2009년 막을 내린 이 스리랑카 내전은 논란이 많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전쟁 중 인권 유린을 자행했으며 반대파를 탄압했다는 의혹을 받았으나, 늘 부인했다.

라자팍사 가문은 지난 20년 동안 스리랑카 정치계를 지배해 왔으며, 다수 민족인 불교계 싱할라족의 강력한 지지를 기반으로 고타바야 라자팍사는 2019년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라자팍사 대통령의 사임은 정부의 경제 실정과 치솟는 생활비를 견디지 못하고 분노하며 거리로 나온 시위대의 놀라운 승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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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대통령직이 공석이 되면서 스리랑카엔 잠재적으로 권력 공백기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재정 파탄의 구렁텅이로부터 국가를 건져내기 위해선 제대로 기능하는 정부가 필요한 시점이다.

야당 정치인들은 새로운 통합 정부 구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합의안이 마련됐다고 볼만한 징후는 아직 없다. 또한 설령 합의하더라도 국민들이 이를 받아들일지도 확실치 않다.

한편 스리랑카 헌법상 대통령이 사임할 경우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가 그 직무를 대행해야 한다. 총리는 의회에서 대통령의 대리인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위크레메싱게 총리 또한 민심을 잃긴 마찬가지다. 지난 9일 시위대는 총리의 사저에 불을 질렀다. 총리와 가족은 당시 집에 없었다.

워크레메싱게 총리 또한 초당적 정부 구성을 위해 사임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으나, 정확한 날짜를 밝히진 않았다.

이로써 의회 의장이 차기 임시 대통령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게 헌법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마힌다 야파 아베이와르데나 의장 또한 라자팍사 가문의 측근이기에, 대중이 의장을 받아들일지는 불확실하다.

누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든 30일 이내에 의원 중 한 명을 새 대통령을 뽑기 위한 선거를 치러야 한다. 이렇게 뽑힌 차기 대통령은 사임한 대통령의 잔여 임기를 수행한다. 라자팍사 대통령의 임기는 2024년까지이다.

사지트 프레마다사 제1야당인 국민의힘연합(SJB)의 대표는 지난 11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선거 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프레마다사 또한 대중의 지지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스리랑카 대중이 전반적으로 정치권에 대한 깊은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스리랑카 전역에서 일어나 국가를 변화시키려는 이 시위 운동에도 지도층에 대항할 만큼 경쟁력 있는 인물이 없긴 마찬가지다.

추가보도: 프랜시스 마오, 야로슬라프 루코프, 사이먼 프레이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