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 어떻게 미국을 바꿔 놓고 있나?

연방대법원 앞에서 열린 시위 모습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연방대법원 앞에서 열린 시위 모습
    • 기자, 사라 스미스
    • 기자, 북미 편집장

미국에서 불과 10일 만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환경 정책에서부터 낙태권까지, 정부의 주요 정책이 윤곽을 드러냈지만 이를 결정한 조직은 백악관도 의회도 아닌 바로 이곳이었다.

현재 미국 국민의 삶에 진정한 변화를 가져오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곳은 바로 연방대법원이다.

민주당은 백악관과 상하 양원을 수적으론 장악했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정치 의제 다수의 통과를 이끌기엔 여전히 표심이 부족하다.

최근 연방대법원은 역사적이면서 상당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판결을 발표하면서 미국의 미래를 결정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구상했던 방향과는 매우 다른 방향으로 말이다.

지난달 24일, 연방대법원이 낙태를 헌법적 권리로 인정한 1973년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으면서 낙태권을 지지하는 프로 초이스(pro-choice) 활동가들은 분노와 절망감에 휩싸였다. 반면 지난 50년간 낙태 반대에 앞장서 온 활동가들은 환호했다.

이번 판결은 낙태를 둘러싼 논란을 종결시키기는커녕, 미국 전역에서 이와 관련된 법정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의 씨앗을 뿌린 셈이 됐다.

세간의 가장 큰 관심이 쏠린 것은 이번 낙태 판결이지만, 대법원의 다른 판결들이야말로 전 세계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런 판결 가운데 하나인 미국의 친환경 정책에도 대법원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지난달 30일, 연방대법원은 미연방환경보호청(EPA)에게 발전소 온실가스 배출 규제권이 없다고 판결 내렸다. 환경보호청은 입법부에서 권한을 구체적으로 위임받아야 하는 것이다.

이런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미국에선 의미 있는 친환경 법안이 통과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대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취임했다. 그러나 그는 전력 회사들이 환경에 좋지 않은 석탄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 시키기엔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표가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대법원 외부엔 시위대를 막기 위한 펜스가 설치됐다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대법원 외부엔 시위대를 막기 위한 펜스가 설치됐다

대법원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주, 바이든 대통령은 30년 만에 처음으로 역사적인 총기 규제 법안에 서명했다. 텍사스주 우발데에서 초등학생 19명이 목숨을 잃은 이 끔찍한 대학살 사건이 계기가 되면서 여야 모두 매우 제한적으로 총기 규제법을 제정하는 데 동의했다.

총기 규제 법안의 범위가 기대만큼 확대되진 않았지만, 그것은 역사적인 첫 번째 규제안이었고, 초당적 동의를 이끈 흔치 않은 사례였다. 그러나 승리의 순간도 잠시, 대법원은 공공장소 총기 휴대를 규제한 뉴욕주의 총기 규정에 위헌 결정을 내리게 된다.

연방 총기 규제 법안이 상원을 통과한 같은 날, 연방대법원은 주(州)법이 총기 소유를 상당히 제한 할 수 있는 권한을 사실상 박탈한 것이다.

이런 논란의 여지가 있는 판결들로, 가장 공정하고 덜 당파적이어야 할 대법원이 매우 정치화돼 보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법관 9명중 3명만이 진보 진영에 의해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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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대법관 9명 중 3명만이 진보 진영에 의해 임명됐다

현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법원은 여론과 동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인 3분의 2는 낙태권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약 60%는 더 엄격한 총기 규제를 지지했다.

대법원 자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도 낮아지는 분위기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법원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하락했다. 4명 중 한 명꼴로만 '대법원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높다'라거나 '다소 높다'고 응답했다.

이와 관련해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대법원이 낙태권 재판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경고한 바 있다.

"과연 대법원이 낙태권 판결이 불러온 여론 악화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여론은 헌법과 대법원의 헌법 해석이 정치적 행위일 뿐이라고 보게 될 텐데."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낙태권 박탈 판결에 동의하지 않고 해당 판결이 동성 결혼이나 피임 접근권 등에 끼칠 영향을 경고했던 진보성향 대법관 3명 중 하나다.

진보 성향의 대법관들은 수적으로 열세하다. 6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 중 3명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

올 하반기, 연방대법원은 투표권과 동성애자 차별을 포함한 다른 논쟁적인 문제들을 결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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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 연방 대법원이 결정하는 사안은?

  • '무어 대 하퍼' 사건: 주(州) 입법부가 선거에서 더 많은 권한을 가져야 하는가?
  • '303 크리에이티브 LLC 대 엘레니스' 사건 : 웹디자이너가 동성결혼을 위한 웹사이트 제작을 거부할 수 있는가?
  • 기타 2건의 재판을 통해 대학이 적극적 평등실현조치(affirmative action)라 불리는 소수인종 우대 정책을 입학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지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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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간의 대법원 판결과 앞으로 다뤄질 논쟁적인 사안에 대한 재판은 양극화된 미국 사회의 분열을 가속화하고 있다.

대법원은 안전이 우려가 된 나머지 법원 주변에 약 2.4m 높이의 보안 장벽을 세우는 조치까지 단행했다.

이렇게 국민들은 대법원의 낙태, 환경 보호, 총기 소유 권리에 대한 판결 외에도, 지난해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장한 시위대의 의사당 난입을 어떻게 부추겼는지를 청문회를 통해 생생히 지켜봐야 했다.

7월 4일 독립기념일을 지낸 미국 시민들은 현재 이 공화국이 과연 건국의 아버지들이 의도했던 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의아해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