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청문회: 전 백악관 직원, '트럼프, 의회 난입 사태 당시 운전대 탈취 시도'
- 기자, 앤토니 저커
- 기자, BBC 북미 기자
현재 미국 하원에서 지난해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의회 의사당을 점거한 사태를 규명하기 위한 조사위원회가 진행 중인 가운데 당시 백악관 직원의 충격적인 증언이 나왔다.
마크 메도스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의 보좌관으로 일했던 캐시디 허친슨(25)이 28일(현지시간) 하원 청문회에 출석하면서 마침내 당시 상황을 둘러싼 백악관 직원의 증언을 들을 수 있게 됐다.
허친슨은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 충격적인 발언을 내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이 모여 있는 의회 의사당으로 차를 돌리기 위해 타고 있던 차의 운전석으로 넘어가 운전대를 탈취하려고 했고, 이 과정에서 비밀경호국(SS) 요원과 몸싸움도 벌였다는 것이다.
해당 의혹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즉각 부인했다.
폭력 사태 경고 무시
조사 초기 당시 조사위원회는 백악관 측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1월 6일 당시 폭력 사태 발발 가능성에 대해 매우 현실적인 위협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는지, 그리고 알았다면 이를 막을 조처를 했는지 입증하기 위해 애썼다.
허친슨은 폭동이 일어나기 며칠 전 메도스 비서실장이 상황이 "매우 매우 안 좋아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에게 말했다고 증언했다.
허친슨은 백악관 직원들은 폭력적인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를 들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금까지 증언 중 가장 충격적인 내용이 이어졌다.
바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시 자신의 지지자 중 무장한 이가 있다는 걸 미리 알았다는 것이다.
습격이 일어나기 전 아침 백악관 앞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의 집회가 열렸는데, 이때 백악관 경호원들이 무장한 집회 참석자들을 저지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들에게 의회 의사당으로 향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허친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는 그들이 무기를 지니고 있다는 것에 대해 조금도 (욕설) 신경 쓰지 않는다. 이들은 날 해치려는 게 아니"라면서 "내 사람들을 들여보내라. 이곳에서 의사당까지 행진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밝혔다.
격분한 대통령
그러나 허친슨의 증언 중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간접 증언으로 이뤄졌다.
허친슨은 한 백악관 관계자로부터 대통령이 백악관 집회 이후 의사당에 가겠다고 고집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 내용은 트럼프가 연설 도중 말한 것과 일치한다.
그런데 집회 연설 후 대통령 전용 차량이 백악관으로 향하자 트럼프가 운전대를 잡으려 시도했고, 경호원과 몸싸움을 벌였다는 것이다.
허친슨에 따르면 트럼프는 "나는 [욕설] 대통령이다. 나를 당장 의사당으로 데려가 달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허친슨의 증언 이후, 비밀경호국(SS)의 가까운 정보통은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비밀경호국과 당시 대통령 전용 차량 운전사 모두 트럼프가 자신들을 물리적으로 공격하지 않았고, 운전대를 탈취하려고 시도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할 용의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허친슨은 당시 메도스 비서실장이 폭도들이 의사당에 난입해 마이클 펜스 부통령의 목을 매달아버리자고 주장하고 있다고 보고 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히려 이에 찬성하며 폭도들을 두둔했다고도 밝혔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허친슨은 자신의 상사인 메도스가 "트럼프 대통령은 펜스가 (교수형) 당할 만 하다고 생각한다. 폭도들이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고 증언했다.
물론 이러한 증언은 법정에선 과연 증거 능력이 있는지 회의적으로 다뤄질 테지만, 청문회에서의 반응은 뜨거웠다.
또한 허친슨의 증언을 통해 조사 위원회는 팻 시펄론 전 백악관 선임 법률고문처럼 지금까지 증언을 거부해온 트럼프의 측근 인사들을 더욱 압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에 출석해 허친슨의 발언을 뒷받침하든지 반박하든지 하라는 것이다.
실제로 베니 톰슨 위원장은 이날 청문회를 마치면서 "오늘 이 증언을 듣고 갑자기 이전엔 생각나지 않던 일이 생각났거나, 어딘가에 숨겨둔 용기가 다시 샘솟았다면, 우리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다"고 말했다.
침착한 증인
앞서 '1·6 위원회'는 새롭게 발견된 증거가 있으며, 주요 인물 또한 증인으로 나설 것이라는 깜짝 발표를 내놨다.
그리고 28일 공개 청문회에 직접 나선 허친슨에게 큰 이목이 쏠렸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4년 전 백악관 대학생 인턴이었던 허친슨은 침착한 모습으로 압박을 잘 견디는 모습이었다.
허친슨은 자신이 증언하는 내용을 어떤 상황에서 알게 된 것인지 언급하며 차분하고 꼼꼼하게 발언을 이어 나갔다.
조사위원회는 당시 허친슨이 대통령 집무실에서 가까운 곳에서 근무했으며, 메도스 비서실장의 사무실의 접근 권한도 관리했다는 사실에 중점을 뒀다. 이 때문에 의사당 습격을 앞두고 허친슨은 주요 인물들의 대화를 직접 듣기 좋은 위치에 있었다는 것이다.
허친슨이 사건과 설명을 꼼꼼히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백악관에서 근무하는 동안 기록한 사건 기록물이 있거나, 최소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문자나 이메일 등이 존재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트럼프의 반박
1월 6일 습격을 둘러싼 허친슨의 발언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SNS 플랫폼에서 허친슨을 비난하며 허친슨의 주장을 반박했다.
트럼프의 대처는 과거 자신을 향한 비판에 대응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허친슨을 거의 알지 못하지만, 허친슨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내용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허친슨은 사기꾼이자 "누설자"라면서 자신이 백악관을 떠나면서 허친슨에게 일자리를 구해주지 않아 억울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친슨이 묘사한 많은 상황을 부인한 트럼프는 자신은 집회 연설 당시 군중들에게 "평화롭게" 의사당으로 행진하자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의 행실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과연 지지자들의 마음을 얼마나 돌릴지는 언제나 의문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이번 증언을 비롯해 이전에 5차례 열린 청문회를 통해 많은 공화당원은 트럼프 재임 당시의 혼란스러운 상황과 공화당의 패배를 다시 상기하게 됐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보수 진영은 약간의 승리를 거뒀을지 모르지만, 트럼프 재임 중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당시 상·하원 모두를 장악하고 있던 공화당은 민주당에 하원을 내줬으며, 이후 조 바이든이 당선되면서 대통령직도 내줬다.
또한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현 주지사가 2024년 미 대선에서 트럼프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청문회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력은 실질적인 타격을 입었을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