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공부하는 걸 50만 명이 틱톡으로 보는 이유

동영상 설명, 예히야는 자기계발 문구, 타이머 등을 활용해 유튜브와 틱톡 시청자들을 유도한다

시험은 코앞으로 다가왔고, 요점 정리가 담긴 포스트잇 메모지도 여기저기 널려있다. 기출문제는 컴퓨터 화면에 떠있고, 복습 시간표는 벽에 붙여진 상태.

영국 서리 대학교에서 경영 및 마케팅을 전공하는 예히야 모가벨(22)에겐 이 외에도 추가되는 압박이 있다. 그는 자신의 리포트 마감도 맞추고 있지만, 46만9000명에 이르는 자신의 틱톡 팔로워들도 마감을 맞출 수 있게 동기 부여를 해줘야 한다.

예히야는 일주일에 몇 번 대학교 기숙사에 있는 침실 책상에 휴대폰을 꺼내 놓는다. 카메라를 켜고 공부하는 과정을 생중계하는 것.

그의 라이브 방송이 유별난 것도 아니다. 틱톡이 유명해진 이유인 각종 댄스 루틴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명 '짤'이라 불리는 인터넷 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예히야는 라이브를 하면서 수다도 떨지 않는다.

대신 그는 화면을 쳐다보며 잔잔한 음악이 담긴 플레이리스트에 재생 버튼을 눌러준다. "사람들은 제가 그저 공부하는 걸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저와 같이 공부하면서 덜 외롭다고 느끼는 거죠."

런던에서 자란 그는 이게 어떤 느낌인지 잘 안다. 그가 자신의 일상을 틱톡에 담기 시작한 지는 1년이 조금 넘었다. 그가 호감을 느꼈던 한 여성으로부터 그의 "삶이 뭔가 불안정해 보인다"는 말을 들은 게 계기였다.

"그 말을 듣자 그녀와 친구들에게 혼자 사는 게 사람들 눈에 띄진 않지만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 일인지를 보여주는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예히야는 뭔가를 마무리하는 데 지나치게 오랜 시간을 쓰는 완벽주의자로서, 일상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게 생산성을 높일 것이란 기대도 했다.

그러던 중 예히야의 공부 영상들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곧 라이브 방송을 할 때마다 2000~3000명씩 팔로워가 늘기 시작했다.

예히야는 틱톡 동영상이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사진 설명, 예히야는 틱톡 동영상이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제 자신을 위해 라이브 방송을 했죠. 책임감을 느끼고 진도에 맞춰 공부를 마무리할 수 있게 말이죠. 그런데 다른 사람들도 제 방송을 보고 유용하다고 생각하게 됐으니, 이젠 윈-윈 상황이 된 겁니다."

예히야는 팔로워들에게 방송 사전에 알람을 보낸다. 저녁에 주로 이뤄지는 라이브 방송 일정은 그의 공부 일정에 따라 조정된다. "한번은 오후 6시부터 오전 6시까지 방송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다음 날이 마감이라 꼬박 12시간 라이브를 한 거죠.”

영국 서리에서 4000마일 넘게 떨어진 미국 미주리주의 세인트루이스에서 그의 방송을 보는 캐시 키스.

24살의 캐시는 의대 학위를 따기 위해 일주일에 두 번 하는 공부 시간에 예히야의 방송을 튼다. 캐시는 틱톡의 많은 영상을 스크롤 하던 중 그의 영상을 접했다. 캐시의 말을 빌리자면 "공부하지 않으려고" 여기저기 둘러보던 참이었다.

그가 친구들과 같이 사용했던 공부방은 코로나19 사태로 폐쇄됐고, 캐시는 집에서 공부하면서 무언가를 계속 미루는 습관을 갖게 됐다. 그러던 중 그의 틱톡 피드에 예히야의 영상이 눈에 띄었다. 예히야의 책상에 있는 화이트보드에 담긴 '동영상 스크롤링하느라 시간 낭비하지 말고 같이 열심히 공부를 시작하자'는 문구가 마음에 와닿았다.

"그래 좋아. 한번 해보자고 스스로에게 말했죠. 곧바로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제 앞에 책이 이미 펼쳐져 있었거든요."

곧 예히야는 캐시의 정기적인 가상 공부 친구가 됐다.

캐시는 예히야의 동영상으로 틱톡 동영상을 스크롤 할 일이 줄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사진 설명, 캐시는 예히야의 동영상으로 틱톡 동영상을 스크롤 할 일이 줄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누군가 제 바로 옆에 있으면서 동기부여를 해준다는 게 참 좋은 거 같아요. 제일 좋은 것은 제가 예히에야게 말을 걸 수가 없다는 겁니다. '나 이거 하기 싫은데, 더 이상 못하겠어, 그냥 저녁이나 먹고 잠이나 잘래.' 이런 말들을 그에게 할 수 없다는 거죠."

"어려울 때도 종종 있습니다. 저는 공부를 마칠 준비가 됐는데, 그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더 공부를 이어갈 동기가 생깁니다."

영국 방송대 교육 기술원의 선임 강사인 레아-앤 페리맨 박사는 혼자서 공부하면 "뭔가를 계속 미루거나 동기부여가 안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반면 공부 친구는 "낮은 수준의 방해"가 되기 때문에 공부에 유용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

"코로나19 이전엔 사람들이 도서관이나 카페에서 조용하게 공부하는 일이 흔했죠. 이런 장소에선 낮은 수준의 방해 요소만 있어요. 하지만 코로나19로 이런 일들이 불가능하게 됐습니다."

"이런 종류의 라이브 동영상들은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안전하게 공부할 수 있는 대안이 된 겁니다. 사람들이 코로나19 기간에 갖게 된 이런 습관들이 대면 응대가 점점 더 가능해진 요즘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예히야와 그의 팔로워들만이 틱톡 동영상을 공부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틱톡 대변인에 따르면 '#studytok (공부톡)'과 같은 해시태그가 달린 동영상은 39억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또 '#studyinspiration(공부영감)'과 같은 해쉬태그가 달린 게시물은 520만 개에 달한다.

예히야는 일명 '포모도로 테크닉'으로 공부한다. 특정 시간 공부를 하고, 휴식 시간을 갖는 방식이다. 예히야의 경우 50분 공부하면 10분을 쉬는 식이다. 쉬는 시간엔 너무나 필요했던 커피를 마시고 화장실에 간다.

하지만 예히야는 쉬는 시간에 팔로워들과 얘기도 나누고, 코멘트로 올라온 질문에도 답한다. 코멘트엔 그가 지금 먹는 간식은 무엇인지에서부터 공부 도구를 어디서 샀는지 등 다양한 질문이 올라온다. 이와 더불어 그의 침실에 놓여 있어 가끔 등장하는 곰 인형, 허버트에 대한 질문도 있다.

25세의 영국 법대생 클레어 캐시만에겐 이런 쉬는 시간이야말로 예히야가 갖는 차별점이다.

캐시처럼 클레어 또한 틱톡에서 여러 비디오를 "아무 생각없이" 넘겨 보고 있었다. 그러자 예히야가 쓴 음악에 이끌려 그의 동영상에 문을 두드리게 됐다.

"저는 클래식 음악이나 영화 음악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 당시 첼로 두 대가 만들어낸 선율에 이끌려 그의 영상을 보게 됐죠. 미니멀한 세팅, 조명, 그리고 전반적인 공부 분위기 때문에 그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쉬는 시간이 올 때까지 공부하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때부터 예히야의 라이브 공부 방송을 거의 놓친 적이 없어요."

예히야는 호감이 있던 여성에게 잘 보이고 일의 생산성도 높이기 위해 라이브를 시작했다. 비록 전자의 목표는 이뤄지진 않았을지언정, 후자엔 성공했다. 예히야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둘러싸여 공부하면서 집중도 더 잘하게 됐다.

곧 있으면 학사 과정을 마치게 되는 그는 석사 학위 취득도 희망하고 있다. 즉 더 많은 온라인 공부 동영상이 있을 것이란 뜻이다. "다른 사람이 공부에 참여해서 같이 공부를 한다는 것 자체가 꽤 힘이 솟는 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