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식히기: 왜 소일거리는 위안처럼 느껴질까

화분에 물 주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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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이 많이 밀려있는 상황에서 때론 사소한 집안일을 통해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 왜 사소한 집안일로 머리를 식히면 기분이 좋아지는지 살펴본다.

책상 정리하기, 식물에 물주기, 빨래 개기. 이러한 집안일을 극상의 쾌락이라고 부를 순 없다. 그러나 이렇게 반복되는 작은 일거리를 하면서 즐거움과 위안을 얻곤 한다.

중요한 전화를 기다리거나, 기사 마감 시간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주로 음반 컬렉션을 다시 정리하거나 사무실 곳곳에 흩어져있는 서류를 정리하곤 한다. 하루 중 가장 느긋함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비단 나만 느낀 경험은 아닐 것이다. 이번 신종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한 일환으로 집을 가꾸는 일에 새롭게 관심을 두게 됐다는 사람들이 많다. 타인이 집안일을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을 많은 사람이 즐겨보며, 이 중 몇몇 영상은 조회수 수백만을 기록하기도 했다.

심리학자들은 이렇듯 소일거리가 왜 즐거운지 설명하는데 잠재적으로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하며 소일거리에 더 자주 몰두하라고 제안하기도 한다.

기분 좋은 집중력 분산

가장 피상적인 수준에서 살펴본다면, 이러한 소일거리는 정신이 다른 곳에 팔리게 해준다. 즉 걱정거리에 관심이 쏠리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아주는 것이다. 명상은 어떻게 하는 건지 고민될 때도 많지만 집안일은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몰두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이 또한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설거지가 주는 정신 건강의 이점을 연구한 몇 안 되는 연구에서 미국 플로리다 주립 대학 연구진은 참가자 51명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그 후 첫 번째 그룹에는 설거지하며 느끼는 감각에 집중하라는 내용의 글을 읽도록 하며, 이들에게 "설거지를 하는 동안 행위를 반드시 의식하며 유념하라"라고 전달했다.

나머지 절반에게는 설거지를 통해 느껴지는 감각에 집중하라고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았으며, 대신 '어떻게' 설거지를 하는지에 대한 사실을 나열한 설명문을 읽도록 했다.

그 후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감정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자신의 감각에 오롯이 집중한 첫 번째 그룹의 참가자들은 기분이 훨씬 좋아졌다고 응답했다. 초조함이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영감"을 주는 감각을 얻기도 했다. 단순한 행위에 몰입하면서 머릿속이 한결 상쾌해진 것이다.

책 정리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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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된 통제감

컴퓨터 게임을 즐기거나 정신없는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등 여타 주의를 산만하게 만드는 활동과 달리 이러한 소소한 일거리는 능동적이고 유용하다. 자신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인 '지각된 통제감'을 향상해주기 때문이다.

불안할 때 느끼는 무력감은 코르티솔과 같은 호르몬 수치를 증가시켜 생리적인 스트레스 반응을 높인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무력감은 면역체계의 기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 그 자체에 직접 대처하는 게 이상적일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리를 괴롭히는 상황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작은 활동을 통해서도 '지각된 통제감'을 느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 정신의학 연구소의 스테이시 배드웰 박사는 "인간이 통제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거나 느낄 때 정말 실제 통제력을 가졌는지의 여부와 반드시 일치할 필요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주변 환경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이로운 주체 의식을 갖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 때문에 주변 청소나 집안 정리를 하며 치유되는 느낌을 받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에 더불어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몇 가지 연구는 매우 흥미로운 증거들을 제시했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엘렌 랭거 교수와 예일 대학의 주디스 로딘 교수의 연구가 대표적이다.

양로원에서 이뤄진 해당 연구에서도 마찬가지로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눴다. 절반에게는 스스로 방을 꾸밀 권한을 줬다. 원하는 대로 가구를 배치하고 방 안의 식물도 직접 키우게 했다.

반면 나머지 절반의 방은 관계자들이 대신 꾸며줬다. 심지어 식물에 물을 주는 것도 모두 관계자들이 참가자 대신 해줬다.

이로부터 18개월 뒤, 책임감을 느끼고 방을 꾸몄던 첫 번째 그룹의 참가자들은 더 양호한 신체 건강과 더 낮은 사망 확률을 기록했다.

"색깔 등 기준을 세워 물건을 그룹으로 묶어 정리해보자. 혼란 속에서 뇌가 더 명확한 단서를 갖고 헤쳐 나갈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차이점은 첫 번째 그룹의 참가자들이 다른 참가자들보다 운동량이 조금 더 높았기에 가능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무력감이 주는 부정적인 영향에 관한 연구를 고려해봤을 때 랭거와 로딘 교수는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감에서 비롯된 심리적인 요소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깔끔한 방, 높아진 집중력

이뿐만이 아니다. 주변을 정리하고 잡동사니를 깔끔히 정돈하는 식으로 머리를 식히는 사람이라면 깔끔한 주변 환경 자체가 위안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미국 미시간 대학의 심리학자 에단 크로스는 저서 '채터, 당신 안의 훼방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과 거리 두는 기술'에서 "인간은 물리적 공간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는다. 이러한 공간의 각기 다른 특징은 내부의 심리적인 힘을 활성화하며, 이에 따라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에 영향을 준다"라면서 "바깥 환경이 질서정연하면 마음속도 덜 혼란하다"라고 설명했다.

"정돈된 환경을 통해 삶이 좀 더 예측할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으며 방향을 잡기 쉬워지기 때문에 위안을 느끼는 것입니다."

배드웰 박사 또한 정돈된 환경과 집중력 간의 상관관계에 명백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주변이 지저분한 부엌 식탁 의자에 노트북을 들고 앉아있는 상황이라면, 시각적으로 자극되는 요소가 너무 많습니다. 뇌가 끊임없이 처리해야 하는 것들이죠. 그러면서도 우리 뇌는 주어진 업무에도 집중해야 합니다. 시각적 방해 요소를 없애면 훨씬 더 쉽게 일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뇌 영상 연구 또한 학자들의 이러한 관점을 뒷받침한다. 눈앞에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물체가 많아지면 일반적으로 두뇌 활동은 더 활발해진다. 각 물체가 마치 우리의 주의를 끌기 위해 경쟁하는 꼴이다. 이렇게 되면 뇌가 쉽게 피로해져 오랜 시간 동안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때 중요한 점은 집중력 분산을 막기 위해 굳이 모든 잡동사니를 '갖다 버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단순한 재배치만으로도 충분하다.

색깔 등 기준을 세워 물건을 그룹으로 묶어 정리하면 혼란 속에서 뇌가 더 명확한 단서를 갖고 헤쳐 나갈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신경계적 혼란이 감소해 결과적으로 집중력 향상을 맛볼 수 있다.

빨래 너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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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마음가짐

불안감을 줄여주고 스트레스 반응을 진정시켜주며 집중력을 높여주고, 진통 효과가 있는 호르몬인 엔도르핀의 분비를 유도하기도 하는 소일거리. 많은 사람들이 오늘날 닥친 불확실성 속에서 집안일에 몰두하는 건 놀랄 일이 아니다.

물론 모든 활동이 그렇듯 이러한 이점의 범위는 개인의 취향 및 소일거리에 따라오는 마음속 연상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달리기와 같은 운동의 효과는 사고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운동 후 상쾌함을 느끼길 기대하는 사람들이라면 실제 운동 후 머리를 식히면서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정리, 청소, 물건 분류 및 잡동사니 제거의 효과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만약 집안일을 싫어하는 사람이 강박적으로 먼지를 청소한다고 해서 소일거리의 즐거움이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집순이, 집돌이'(밖에 나가서 활동하기보단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기 좋아하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라면 이제 왜 손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활동이 지친 마음에 위안처럼 다가오는지 이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