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러시아서 맥도날드는 문 닫는데 버거킹은 못 떠나는 까닭

사진 출처, Getty Images
- 기자, 마이클 레이스
- 기자, 비즈니스 리포터, BBC 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많은 서구 브랜드가 러시아 내 영업을 중단했다. 그러나 일부 업체는 여전히 장사를 하고 있다. 이들은 매장 문을 닫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버거킹, 막스 앤 스펜서(M&S), 호텔 그룹 메리어트와 아코르가 대표적이다. 이 업체들은 철수를 어렵게 하는 복잡한 프랜차이즈 협약으로 제약을 받고 있다.
이 업체들은 러시아 내 사업을 제 3자에 위탁하고 업체명을 쓰는 활동에 관여하지 않는다.
이들 네 개 업체의 매장 수천 개가 여전히 러시아에서 영업 중이다. M&S는 48개, 버거킹은 800개 넘는 매장을 갖고 있다. 메리어트와 아코르는 산하에 각각 28개, 57개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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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취재에 따르면 이런 업체들은 법적인 프랜차이즈 협약에 발목 잡혀 있다. 이 협약 때문에 러시아 시내 매장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떼기가 쉽지 않다.
많은 서구 기업은 수십 년에 걸쳐 이 같은 사업 방식을 택해 왔다. 일례로 M&S 매장은 한 터키 기업이 운영 중인데, 이 기업은 1999년부터 동유럽 지역 내 제품 유통 권리를 쥐고 있었다. M&S는 전쟁에 대한 대응으로 이 터키 회사로 가는 자사 물품 운송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버거킹 운영사도 BBC에 자사 매장이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이어 온 법적 협약을 당장 바꾸긴 쉽지 않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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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유명한 메리어트와 인터콘티넨탈호텔그룹(IHG), 그리고 이비스와 노보텔 등을 운영하는 프랑스계 호텔 체인 아코르 역시 러시아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사업을 벌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어트는 BBC에 자사 호텔들이 러시아에선 제 3자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 호텔들이 계속 영업을 할 수 있을지 검토할 것"이라며 프랜차이즈 협약을 들여다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프랜차이즈는 물품이나 서비스를 배분하는 사업 기법이다. 브랜드 기반을 설립하는 '본사'가 있고, 본사에 사업 권리를 위한 돈을 지불하고 브랜드명을 빌려 본사의 물건을 파는 '가맹점'이 있다.
법률자문회사 버드앤버드의 프랜차이즈 전문가 그레이엄 페인은 이 같은 방식이 타국에 진출하고 싶어하나 현지에 대한 지식과 돈, 시장 진입 능력이 없는 서구 브랜드들에 유용했다고 설명했다.
"일반 사람들이라면 '러시아 매장 문을 왜 그냥 닫지 않지?'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겠죠. 하지만 순수한 사업적, 계약적 측면에서 보면 법적 결과를 감내하지 않고 마냥 문을 닫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페인이 말하는 '법적 결과'는 서구 기업들에 중대한 재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협약 불이행으로 가맹점들에게 고소당할 수도 있다.
버드앤버드에서 프랜차이즈 분쟁을 담당하는 빅토리아 홉스는 프랜차이즈 소유권자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연결고리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거나 직접 제재 대상에 오르면 영국 기준으로는 협약 파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홉스는 협약에 '가맹점이 본사 평판을 실추시키는 일을 할 경우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는 조항이 있더라도 현 러시아 가맹점들과의 문제는 '이들이 직접 일을 저지른 게 아니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홉스는 "잉글랜드법 관점에서 보면 (계약 파기가) 상당히 어렵다"며 "업체들이 계약을 종료할 실질적 권리가 없는 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전문 변호사 존 프랫에 따르면 업체들이 러시아 가맹점을 상대로 영국 법원의 판결을 받아내더라도 러시아 법원이 해당 판결을 강제하진 않을 것이라는 점을 꼬집었다.
업체들은 상황 타개책을 고심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아코르는 추가적인 호텔 개장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재 대상에 오른 이들을 숙박객으로 받지도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버거킹은 러시아 내 영업으로 들어오는 수익은 인도적 지원용으로 쓰겠다고 발표했다.
메리어트와 IHG는 러시아 내 호텔 개발 사업 및 투자를 중단했다. 모스크바 사무실도 문을 닫았다.
M&S는 난민들에게 150만파운드(약 24억원) 지원을 약속하는가 하면 코트와 발열용품 2만 개를 기부하기로 했다.
이렇게 많은 업체가 러시아에 발이 묶여 있는 가운데 KFC와 피자헛 등을 운영하는 얌브랜즈(Yum Brands)는 주 가맹점과 논의해 피자헛 운영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내용의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홉스는 많은 업체가 러시아 내 영업을 이어가는 문제와 관련해 자사 평판이 훼손될까 우려 중일 것이라고 봤다.
"인간적으로나 도덕적인 측면에서도 '무슨 일이 있어나고 있는 건지' 분명 걱정하고 있을 겁니다. 많은 업체가 보이콧 위협을 받는 상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