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히치하이킹'으로 남극에 가는 침입종들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1500개 항구에서 출발한 선박들이 남극에 도착한다.

사진 출처, VICTORIA GIL

    • 기자, 빅토리아 길
    • 기자, 과학 특파원, BBC 뉴스

'히치하이킹'으로 배에 타 남극에 도착한 전 세계 생물종들이 남극의 청정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는 보호되고 고립된 남극을 정기적으로 오가는 어선과 관광선 그리고 지난 연구자료를 추적한 연구 결과다.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1500개 항구에서 출발한 선박들이 남극에 도착한다.

알리 매카시 케임브리지대 수석 연구원은 "이 배들은 전 세계를 여행한다"고 말했다.

남극 해안에는 수백만 년 동안 고립된 채 살아온 수많은 고유종이 있다

사진 출처, VICTORIA GILL

사진 설명, 남극 해안에는 수백만 년 동안 고립된 채 살아온 수많은 고유종이 있다

그는 "거의 모든 곳에서 침입종이 유입될 수 있다는 뜻"이라며 "(외래종이) 생태계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며, "그들은 완전히 새로운 서식지를 조성해 멋진 남극 동물들이 살 곳을 찾기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선박을 통해 남극의 취약한 서식지를 파괴할 수 있는 종이 유입되지 않도록 보다 엄격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영국남극조사단(BAS)과 케임브리지 대학 연구팀은 위성 데이터와 국제 선박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남극으로 향하는 선박 교통량과 취항지를 조사했다.

매카시는 "놀라운 점은 하나 이상의 모항을 오가는 선박들도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를 오가는 선박들은 남극의 오랜 고립 지역을 1500개 이상의 항구와 연결했다.

배에 달라붙는 해양생물

선체에 달라붙어 남극까지의 여정을 견딜 수 있는 모든 해양생물종은 침입종이 될 수 있다.

선체에 달라붙는 '부착생물'이 남극으로 향하는 해양조사선 선체 방류구에 붙어있다

사진 출처, ARLIE MCCARTHY

사진 설명, 선체에 달라붙는 '부착생물'이 남극으로 향하는 해양조사선 선체 방류구에 붙어있다

홍합과 따개비, 게 등의 생물종은 선체에 달라붙을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홍합은 극지방의 해수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고 번식이 쉬워 해저에 서식하는 해양생물종을 위협할 수 있다.

홍합이 바닷물을 여과할 때 그 주변의 해양 먹이사슬과 해수의 화학 작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매카시는 "남극은 해양 침입종이 없는 지구상 마지막 장소"라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이곳을 보호할 기회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알드리지 케임브리지 대학교수는 "남극 토착종은 지난 1500~3000만 년 동안 고립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침입종은 남극 생물다양성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BAS 소속 로이드 펙 교수는 "남극에서는 유일종이 멸종할 확률이 다른 곳보다 훨씬 높다"고 덧붙였다.

남극 관광

코로나19로 인해 관광이 중단됐지만, 1950년대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서 관광객 몇백 명이 남극 사우스셰틀랜드 제도를 방문한 이후 관광객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사진 출처, VICTORIA GILL

남극에서는 관광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 관광선은 생물보안 프로토콜을 따라야 한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남극 방문의 67%가 관광 목적이었으며 연구(21%), 어업(7%)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국제남극관광사업자협회에 따르면 2019~2020 시즌에 7만 명 이상이 남극을 방문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관광이 중단됐지만, 1950년대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서 관광객 몇백 명이 남극 사우스셰틀랜드 제도를 방문한 이후 관광객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연구자들은 관광객 수 증가가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한다.

매카시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을 태운 배가 어디로 향하든, 우리는 인간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며, "뜻하지 않은 폐기물 배출과 오염, 야생동물과의 충돌, 소음 공해 등 종류는 다양하다"고 강조했다.

영국남극조사단(BAS)은 마약 탐지견을 이용해 조사선에 있는 쥐나 생쥐를 찾아낸다

사진 출처, BAS

사진 설명, 영국남극조사단(BAS)은 마약 탐지견을 이용해 조사선에 있는 쥐나 생쥐를 찾아낸다

펙 교수는 "(남극 관광은) 장단점이 있다"며 "관광객은 (남극 방문자의) 큰 부분을 차지하며 이로 인해 (외래종을) 들여올 수도 있다. 하지만 남극 관광 사업자들은 환경에 대해 관심이 많고 여러 보호 조치를 취한다"고 덧붙였다.

대체로 선체 청소 등 남극을 보호하기 위한 생물보안 조치는 남극의 '관문항'으로 알려진 소수의 항구에만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연구를 통해 더 많은 항구가 남극에 연결돼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BAS는 생물보안 프로토콜 강화와 남극 해수 보호를 위한 환경 보호 조치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구체적인 조치에는 카메라를 활용한 선체 점검과 청소 주기 단축 등이 포함된다.

펙 교수는 "(조치가 특히 필요한 이유는) 기후 변화로 인해 해수 온도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이 상황을 방치하면 무언가가 침입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