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49.6도… 폭염에 캐나다 마을의 90%가 불탔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북동쪽으로 약 260km 떨어진 리턴에서 불길이 번지고 있다

사진 출처, 2 Rivers Remix Society

사진 설명,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북동쪽으로 약 260km 떨어진 리턴에서 불길이 번지고 있다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캐나다 서부의 한 마을에 큰 산불이 발생해 마을의 90%가 불에 탔다고 현지 의원이 밝혔다.

브래드 비스 의원은 1일(현지시간) 산불이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리턴과 주변 주요 인프라에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고 말했다.

잰 폴더만 리턴시 시장은 이날 BBC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살아서 나온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방에 불이 났다"며 "리턴에 남은 것이 거의 없을 정도"라고 현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폴더만은 이날 BBC 뉴스아워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마을이 "불의 벽"에 휩싸였다고도 말했다.

앞서 그는 불과 15분 만에 불길이 마을 전체에 번졌다며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이번 주 리턴의 기온은 최고 섭씨 49.6도까지 올라 전국에서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불길이 빠르게 번지면서 많은 주민들이 짐을 챙길 새도 없이 삶의 터전을 빠져나와야 했다

사진 출처, 2 Rivers Remix Society

사진 설명, 불길이 빠르게 번지면서 많은 주민들이 짐을 챙길 새도 없이 삶의 터전을 빠져나와야 했다

캐나다 서부를 비롯해 미국 서북부 워싱턴주와 오리건주 등 북아메리카 지역은 현재 기후변화에 따른 열돔 현상으로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기온을 기록 중이다.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평시 5일 평균 사망자는 165명에 불과하지만, 폭염이 휩쓴 지난달 25일부터 30일까지는 무려 486명이 숨졌다.

리사 라포인트 수석검시관은 급격한 사망자 수 증가가 극단적인 기후 탓이라고 밝혔다.

앞서 3~5년 전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더위와 관련한 사망자는 단 3명에 불과했다.

라포인트 수석검시관은 사망자 중 많은 이들이 통풍이 잘되지 않는 집에서 홀로 지내고 있었다고 말했다.

캐나다의 해안지역에서는 기온이 서서히 낮아지고 있지만, 내륙지역은 여전히 뜨겁다.

이 같은 기후는 캐나다 프레리주를 가로질러 동쪽으로 향하고 있으며 알버타주, 서스캐처원주, 매니토바주에는 폭염 주의보가 내려졌다.

리턴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리턴은 밴쿠버에서 북동쪽으로 약 26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마을로 주민 약 250명이 살고 있다.

이날 산불이 발생하면서 연기와 불꽃이 마을을 집어삼켰고, 주민들은 짐을 챙길 새도 없이 대피해야 했다.

폴더만 시장은 이날 BBC와 인터뷰에서 "15분 안에 마을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다"며 “주민들은 애완동물을 붙잡고, 열쇠를 움켜쥔 채, 차를 타고 달아났다"고 말했다.

CBC 기상학자 조안나 와그스타페는 지난달 31일 오후 71km/h의 바람이 불길을 북쪽으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지역이 덥고 건조하며 바람이 부는 탓에 불길은 시속 10km에서 20km 속도로 빠르게 번져나갔다.

브래드 비스 의원은 이날 SNS를 통해 긴급상황 대응에 집중하기 위해 캐나다의 날 행사에 불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부상자 보고도 여럿 있다. 상황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은 인근 지역 대피 센터로 안내됐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산불방지국은 인근 지역의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22세 딸 데이드레와 함께 리턴에서 약 15km 떨어진 카나카바 지역의 퍼스트 네이션스 공동체로 피난을 간 진 맥케이는 CBC방송에 고향을 떠나는 일이 감정적으로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털어놓았다.

캐나다와 미국 북서부 지역에서 가장 더운 지역을 보여주는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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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케이는 "나도 울고, 딸도 울었다. 딸은 '내가 왜 열쇠를 잡았는지도 모르겠다. 집이 없을지도 모른다'라고 말했고, 나는 '그래, 나도 알지만, 우리라도 함께 살아남아야 한다'라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집이 모두 괜찮기를 기도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피난민 에디스 로링-쿠항가는 CBC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이해조차 할 수 없다"며 "우리 마을 전체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불이 나기 전, 리턴은 3일 연속 캐나다 전역에서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다른 곳은 얼마나 더울까?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최대 도시인 밴쿠버에서는 더위로 인해 지난달 25일부터 일주일 사이에 65명이 사망했다.

밴쿠버는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노트북을 이용해 재택으로 근무할 수 있는 냉방 센터 25개를 열었다.

자신을 루(Lou|)라고 소개한 한 여성은 AFP통신에 "집에 에어컨이 없고 선풍기도 한 대뿐"이라며 "그저 시원한 곳에서 일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냉방센터에 왔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중부 오카나간에서 산불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 출처,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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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은 미국 오리건주 보건당국이 최근 발생한 사망 사건 중 최소 60건이 폭염과 관련됐다고 밝혔으며, 워싱턴주에서도 폭염과 관련한 사망이 20건에 이른다고 전했다.

시애틀, 포틀랜드 등 이 지역 도시들은 한때 섭씨 46도를 웃도는 등 역대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날 산불의 위협에 대해 경고했다.

특히 바이든은 이날 서부 지역 주지사들과 화상회의를 열고 "올해 서부에서 발생한 산불의 위협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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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폭염은 기후변화 탓일까?

Analysis box by Matt McGrath, environment correspondent

맷 맥그래스 환경 특파원

과학자들은 내게 며칠 안에 인간 주도의 온난화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타는듯한 기온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줬다.

온난화가 영향을 줬다는 증거가 될 수 있는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열대야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자정 기온은 평년 여름 낮보다 섭씨 2도가량 더 높았다.

연구진은 이렇듯 밤낮없이 유지되는 폭염이 인간에게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작년 발표된 연구는 이러한 복합적 현상이 온실가스 배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자연적 변동성과 해풍 같은 국지적 요인은 폭염을 키울 수도, 제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지구 온난화가 이 모든 사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국 옥스포드 대학 프리데리케 오토 박사는 BBC와 인터뷰에서 "오늘날 발생하는 모든 더위는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 가능성과 강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다만 "기후변화는 분명히 이 캐나다 더위가 이토록 강해진 원인 중 하나이지만, 기후변화가 유일한 원인은 아니며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는 현재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염이 기후변화 탓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지구 온난화의 흔적이 곳곳에서 나타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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