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러시아에서 '가짜 백신접종 증명서'가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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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올레그 볼디레프 & 크세니아 추르마노바
- 기자, BBC 러시아
"내가 백신 접종을 원치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백신이 좋은 이유를 발견하지 못해서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심장 전문의 빅토리아(가명)의 말이다.
모든 러시아산 백신의 효능을 믿지 않는다는 그는 대국민 예방접종이 시작된 이래 첫 6개월간은 접종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모스크바 시장이 의사를 포함해 대면 접촉을 하는 특정 직업군에 대한 접종을 의무화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틀 동안 이 문제를 고민한 후, 가짜 백신접종 증명서를 구입하기로 했다.
현재 모스크바를 휩쓸고 있는 델타 변이가 걱정되기는 한다. 하지만 그는 백신 접종으로 인한 부작용을 더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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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는 일반적인 기준의 '안티백서(Anti-Vaxxer)', 즉 백신 거부자는 아니다. 그와 자녀들은 다른 종류의 예방 접종은 모두 받았다. 그러나 그는 러시아산 백신 3종 모두 승인 절차를 서둘렀다고 생각한다. 외국산 백신을 맞겠냐는 질문에도 그는 확답을 하지 못했다.
빅토리아는 병원 운영진이 전 직원에게 백신 접종을 강제하자 현지 접종 보건소에 아는 사람을 통해 5000루블(약 7만8000원)을 내고, 스푸트니크 백신 1차 접종 증명서를 받았다. 이는 24시간 안에 주 정부 웹사이트에 등록됐다.
3주 안에 2차 접종 증명서도 나올 것이다. 그러나 빅토리아는 사실 한 차례도 백신을 접종받은 적이 없다.
그는 동료와 친구들 가운데 절반가량은 백신에 대해 비슷한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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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미지에 대한 공포 때문"이라며 "정부에 대한 만연한 불신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세 번의 임상시험을 거친 스푸트니크 백신이 가장 안전하며, 91%의 효능을 갖는 가장 효과적인 백신이라고 강조한다. 세계 최초로 개발된 스푸트니크 백신은 러시아에서 가장 흔히 사용하는 백신이다.
그러나 많은 러시아 사람들은 이를 믿지 않으며 일부는 위조 증명서를 사려고 한다.
빅토리아처럼 보건소에 아는 사람이 없는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해결책을 찾을 것이다.
최근 몇 주 동안 인터넷에서 '접종 증명서 구매'를 검색하는 사람들이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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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릴은 식당에서 일한다. 그는 오래 전부터 매니저가 자신에게 백신 접종을 강제할 것을 걱정했다. 그는 접종을 원치 않는다.
그는 "아내와 나는 곧 아이를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어떤 부작용을 겪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세르게이(가명)는 부동산 중개업자다. "나는 원칙적으로 예방 접종을 반대하지 않는다. 나는 단지 러시아산 백신을 원치 않는다. 러시아에서 서구산 백신이 금지된 이상 나는 가짜 백신접종 증명서를 살 예정이다."
세르게이와 크릴 모두 가짜 증명서를 구입할 수 있는 텔레그램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 속해있다.
직접 사업을 운영하는 세르게이는 백신 접종에 대한 압박을 받진 않는다. 그러나 그는 지금 증명서를 구하지 못하면 비행기를 타지 못 할 것을 우려한다.
카리나(가명)는 모스크바 외곽에 산다. 그는 조만간 이주를 계획 중이며 스푸트니크 백신을 신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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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방 접종, 특히 러시아 백신을 반대한다. 나는 의사의 '도움' 없이 나 자신을 돌볼 수 있다. 어차피 떠날 예정이었지만, 이 상황이 출발 시점을 앞당겼다. 인권은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이다. 나는 많은 것을 참을 수 있지만, 강제적인 예방 접종은 지나치다. 받아들일 수 없다."
백신 의무 접종 대상자인 토목 기사 올레그(가명)와 교사인 아레나(가명)도 강제 접종은 인권 침해라고 믿는다.
올레그는 스푸트니크의 안전성을 신뢰하지 않고, "과학자들은 시키는 대로 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레나는 자신이 "실험실의 쥐"가 아니라고 말했다. 지난해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아레나는 당시 항체를 모두 잃었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는 접종을 피하고자 위조 증명서 구매를 알아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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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증명서의 가격은 39달러(약 4만4000원)에서 209달러(약 23만6000원)로 천차만별이다. 가장 비싼 서비스는 주 등록 시스템에 이름을 넣어주는 일이다. 가장 싼 종이 증명서는 곧 쓸모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모스크바 당국이 최근 공식적으로 발급된 QR 코드만 백신 접종 증거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종이로 된 증명서를 판매하는 업자들은 추가 비용을 내면 주 정부 온라인 시스템에 등록해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증명서 판매업자인 로만은 자신이 종이 문서만 판매하며 디지털 데이터베이스에 들어갈 방법은 없다고 인정했다. 그는 이런 사업에 종사하는 사람치고는 놀랍게도 접종 지지자였다.
1차 백신 접종을 받았다는 그는 "기회가 있으면 접종을 받아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종종 내게 조언을 구할 때 나는 언제나 이렇게 말한다. 접종하라. 구소련 시절이었으면 우리는 모두 예방 접종을 받고 아무 문제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와 함께 우리는 천천히, 그리고 많은 수가 죽어갈 것이다."
가짜 백신접종 증명서 암시장은 지난 3월부터 러시아에서 커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외국으로의 휴가를 계획하기 시작했고 일부 국가들이 백신 여권을 가진 방문자에게만 입국을 허용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다. 그리고 6월 새로운 규제들이 도입되면서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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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전문회사 카스퍼스키에서 근무하는 드미트리 갈로프는 증명서를 제공한다는 광고 대부분은 주 등록 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는 사기꾼들의 선전이라고 확신했다.
"누군가는 서비스를 판매하고 다른 누군가는 주 정부 데이터베이스에 이름을 등록시킬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를 확인하기는 매우 어렵다. 각 판매자의 이름 옆에 달린 별점을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온라인 시장이 아니다. 이들은 당신을 이용할 수 있는 진짜 사기꾼들이다."
위조 증명서를 사고 후회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르한겔스크 지역 내 한 지역 의료인인 드미트리는 접종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스푸트니크 백신을 구매했다. 동시에 그는 자신의 이름을 백신 접종 완료자 목록에 기재했다. 하지만 백신을 실제로 접종하지는 않은 채 백신을 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어머니가 코로나19로 사망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어머니가 예방 접종을 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드미트리의 친구는 "그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백신 접종을 받으라고 고집하지 않은 점을 속상해했다"고 말했다. "이제 그는 진심으로 접종을 받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이미 주 정부 데이터베이스에 접종을 마친 사람으로 표시돼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