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러터코어: '잡동사니 맥시멀리스트', 새로운 인테리어 기준이 되다

사진 출처, The Apartment, Copenhagen
- 기자, 벨 제이콥스
- 기자, BBC Culture
서로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 가득한 인테리어는 그 시대를 상징한다. 벨 제이콥스는 집 내부를 창의적으로 어수선하고 의도적으로 난잡하게 꾸미는 트렌드와, 그것이 왜 우리에게 안전하고 보호받는 느낌을 주는지 탐구하고 있다.
말라가에 사는 스페인 예술가 후안조 푸엔테스는 집의 벽면 대부분을 아기자기한 장식품과 희귀한 수집품으로 재미있게 꾸몄다. 그는 BBC에 ""나는 장난감, 그림책, 엽서, 도자기 등 모든 종류의 물건에 매료됐다"고 말한다.
"나는 벼룩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늘 우리 가족의 물건을 보관해 왔다. 그리고 내가 굉장히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내 친구들이 자신의 친척들의 물건을 갖다주기 때문이다. 그들은 나보다 더 미니멀리스트다."
그 방들은 빛과 패턴, 보는 것과 느끼는 것을 위한 영감으로 가득하다. 동료 예술가들과 교환하는 예술품들은 벽을 가득 채운다. 바르셀로나에 있는 문화센터인 CCCB(Centre de Cultura Contournia de Barcelona)도 이 트렌드를 주목했다. 문화센터는 창조적인 큐레이션 행위를 설명하기 위해 예술가로서 푸엔테스와 영국 사진작가 마틴 파르 협업 컬렉션을 진행했다. "두 컬렉션은 시선을 사로잡는 수집과 대량의 결과물로 만든다"는 이유였다. 당시는 2012년이었고, 9년이 지난 지금 푸엔테스의 아름다운 절충주의는 이전보다 더욱 적절한 느낌을 준다.

사진 출처, Juanjo Fuentes
이렇게 절충적이고 어수선한 접근방식을 선호하는 사람은 푸엔테스 외 또 있다. 현재 영국 뉴스는 보리스 존슨 총리와 그의 약혼자 캐리 시몬즈의 아파트를 재단장한 이야기로 도배되고 있다.
시몬즈가 선택한 실내 디자이너 룰루 라이틀의 인테리어 양식에 대해 가디언지 사설은 이렇게 표현했다. "두 파트는 영국 식민지시절 인도 부유층의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스타일, 한 파트는 보헤미안, 또다른 두 파트는 엘리자베스 여왕 일대기를 그린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에 나오는 왕실 안방에서 가져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맥시멀리스트들에게 스타일 묘사는 이만큼 구체적이진 않다(즉 물건 자체가 중요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코로나19)은 우리가 세상과 관계맺는 방식을 바꿨고, 이는 실내의 화려함, 야외 공간, 사회에 대한 우리의 개념뿐 아니라 실내복에 대한 애정에도 불을 붙였다. 또한 우리가 집과 관계맺는 방식도 변화시켰다.
한때 우리가 아침의 시작과 낮의 끝무렵에만 접했던 공간들, 즉 '가정'은 이제 여러 기능을 달고 분주해졌다. 안식처는 물론 사무실, 전쟁터뿐 아니라 어린이집 기능까지 맡는다. 이는 분명히, 자선 가게들이 중고품이 대량으로 몰려올 것에 대비할 것이라는 결과를 의미한다. 하지만 또 어떤 사람들에겐 자신들이 사랑하는 물건들로 주위를 가득 채우는 것을 의미했다.
'클러터: 깔끔하지 않은 역사'를 쓴 제니퍼 하워드는 "특히 요즘은 사람들이 자기를 안정적으로 감싸는 접근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안전하고 편안하다고 느끼고 싶고, 보호받고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원한다"며 "이 때 '물건'은 말 그대로 보호막처럼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소셜 미디어는 이 새로운 운동에 #cluttercore (클러터코어)라는 해시태그를 부여했고, (현재 이 기사가 나간 시점에) 틱톡 조회수 1300만 건 이상을 기록했으며 인스타그램에서는 7천 건 이상 언급됐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물건 좀 치우라"는 말을 들어 왔지만, 이제는 무질서를 축하하고, 속박에 도전하며, 맥시멀리즘을 최우선과 중심에 두는 트렌드가 마침내 생긴 것이다.
어수선하다는 의미의 '클러터'와 연관된 이미지, 예를 들면 일주일 지난 차 한 잔이라든지 버려놓은 피자 상자 등을 상상하는 사람들은 실망할 것이다. 마치 융단폭격을 맞은 듯 난잡했던, 예술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업실처럼 혼란스러운 몇몇 유명한 장면들도 그에 부응하진 않을 것이다. 클러터코어는 활기차지만 지저분하지 않은 색감, 텍스쳐, 패턴과 프린트, 클래식에 대비되는 저렴한 예술품의 도발을 선사한다.
하워드는 사색에 잠겨 "'클러터'는 뭔가 혼란스러운 것을 내게 제안한다"며 "그래서 클러터를 향한 의도적인 접근법을 보는 일이 매력적이다. 이것은 더욱 창의적인 혼란이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 룰루 라이틀 샘플 이미지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서 '클러터'의 정의를 찾아보면 "여러가지 물건들이 깔끔하지 않은 상태로 널려 있는 것"이라고 나오는데, 이 설명이 클러터 인테리어 현상을 정확하게 묘사하지는 않는 듯하다. 클러터코어는 방을 각종 타투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이미 소유한 물건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상수, 즉 원래 변하지 않아야 할 일정값이 도전받는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클러터코어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여러가지 물질, 그리고 더 안정적인 과거로부터 소환되는 아름다운 것들에 안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워드는 "우리의 삶이 그동안 얼마나 제한돼 왔는지 감안하면, 지금 흥미를 끄는 진정한 풍요로운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활기넘치는 미스매치
푸엔테스의 집은 그 좋은 사례다. 모든 예술품이 제자리를 차지하는 '활기찬 미스매치' 속에서 사치스러운 연습을 해보는 것이다. 잡지 '모던 하우스' 지난해 가을호는 명품 액세서리 레이블 '앨리 카펠리노'의 창립자 앨리슨 로이드의 집 안 "정리된 클러터"를 독자에게 보여줬다. 겉면을 장식한 달걀, 파운드 오브제 (원래 예술품이 아닌 물건이 예술품이 되는 것), 그리고 벽난로 위에 매달린 나뭇가지 같은 기묘한 촉감이었다. 이번 봄 시즌 '월드 오브 인테리어'에서는 영국 디자이너 매튜 윌리엄슨이 그가 칩거하는 스페인 발레아릭 제도에서 "즐거운 맥시멀리즘"을 보여준다. 그는 모든 면에서 "행복의 요소를 늘릴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스웨덴 디자이너 티나 세이덴파덴 버스크가 설립한 디 아파트먼트 (The Apartment)는 코펜하겐의 18세기 건물에 입주한 디자인 갤러리로, 클러터와 비슷한 시각적 환희를 선사한다. 버스크는 파이낸셜 타임스의 최근 기사에서 "미스매치하고 사랑으로 닳아버린 (인테리어) 외양의 선구자 중 하나"로 칭송받았는데, 그녀는 미술품 경매기업 소더비에서 일하다가 아트 컨설턴트로 변신했다. 디 아파트먼트는 개인 주택처럼 디자인됐는데 (비록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그곳에서 볼 수 있는 미술품에서 가구까지 무엇이든 구입 가능하다. 무엇도 "어울리진" 않지만 모든 것이 상당히 바람직하게 전시돼 있다.

사진 출처, 코펜하겐 디 아파트먼트
빈티지한 전시 포스터들은 덴마크 디자이너 카알 클린트의 커피 테이블, 유리공예 브랜드인 무라노의 샹들리에, 그리고 버스크가 그의 휴가 중 찾아낸 한 어부가 만든 이탈리아의 마닐라 로프 (마닐라삼으로 엮은 단단한 밧줄)로 만든 도어 매트 옆에 나란히 붙어 있을 수 있다. "내 마음에 안 들면 사지 않는다"고 버스크가 말했다.
버스크는 "집을 둘러보면 생산된 나라와 시기가 다른 물건들이 너무나 많다"며 "하지만 왠지 이 물건들이 다 합쳐져서, 물건들 사이에 내가 끌리는 맥락이 존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코로나19는 '집은 당신이 참고 견뎌야 하는 물건보다 사랑하는 물건들로 당신을 감싸는 곳이 돼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고 덧붙였다.
또한 소셜 미디어는 영감을 준다. 인테리어 관련 인스타그램 계정 @1920craftsman에 나온 아름다운 뉴저지 집을 보라. 그 집의 매끈한 나무 바닥은 빈티지한 유리 장식과 색색의 나뭇잎으로 환하게 빛난다. 오렌지색 좌석이 탄 20세기 중반 스타일 케인 의자는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에서 찾았고, 빈티지한 유리등은 중고품 가게에서 샀다. "내게는 이 오브제들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우리 집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즉 우리를 반영하는 것이다".

사진 출처, 벨몬드 라 레진덴시아의 매튜 윌리엄슨
행복, 활기, 복잡성, 스토리텔링 - 이 요소들은 그동안 디자인 매체의 주류였던 '잘 구성된 미니멀리즘'에서 상당히 변화한 것이다. 정리의 달인 곤도 마리에는 평범한 사람들 및 유명인사들이 그들의 집에서 더이상 "희열"을 일으키지 않는 물건을 버리도록 설득한 가장 열정적인 주창자였다. 곤도가 남긴 정리 트렌드는 미국의 영상 제작팀 "더 미니멀리스트"의 동명의 작품을 포함해 여러 블로그와 텔레비전 시리즈에서 이어지고 있다. 더 미니멀리스트의 책 '사람은 사랑하고 물건은 사용하라, 그 반대는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Love People, Use Things: Because the Opposite Never Works)'는 올해 7월 출시될 예정이다.
하지만 미니멀리즘은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 없다. 무엇보다 집을 전혀 어지르지 않고 깔끔하게 유지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하워드는 "내가 인터뷰한 한 정리전문가는 미니멀리즘을 갈망하는 그녀의 많은 고객들이 계속 미니멀리스트로 살 수 없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인생은 아무런 물건 없이 깔끔하고 넓은 벽면으로 가득차 있지 않다. 클러터코어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많은 물건을 갖고 있지만 그 안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그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물건들을] 정리할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미니멀리즘 패권에 대항하는 미학으로 보면, 이해가 가는 측면이다". 하워드가 말했다.
때로는 잡지에 나온 대로 따라하지 않는 편이 좋다. 클러터코어는 평범한 사람들을 큐레이터로 변화시킨다. 무엇이 어디로 향하고, 어떤 아이템이 다른 아이템에게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생각해보는 행위는 진정한 창의력을 요구한다. 또한, 디클러터링 (필요없는 물건을 치우는 행위)은 어두운 뜻을 내포할 수 있다.
하워드는 "나는 일종의 이론 목록을 갖고 있다"며 "사람들은 인류세 (인간이 지구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지질시대) 삶의 심각성과 여기에서 오는 실존적 위협, 즉 불타는 지구, (인류가 주범인) 전세계 제 6차 대멸종 등으로부터 주의를 돌리기 위해 정리하고 치운다. 이는 전염병처럼 퍼지는 불안감으로부터 예방접종을 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당신은 다시는 같은 방법으로 집을 깨끗이 치우지 못할 것이다.
또한 맥시멀리즘에는 아직 다른 장점들이 있다. 부유한 국가들은 매년 수많은 물건을 폐기하고, 폐기물을 적절히 처분할 인프라가 부족한 빈곤국에 그들이 원하지도 않는 물건을 갖다버려 지역 환경을 파괴한다. 이런 맥락에서 클러터코어는 하워드가 요약한 문제들 중 일부분만 제시하는 "물건"의 도발에 혁명적으로 반격하게 된다.

사진 출처, 아라셀리 마틴 치카노
오르솔라 데 카스트로는 자신의 새로운 저서 '사랑한 옷은 지속된다(Loved Clothes Last)'에서 형편없이 만들어진 물건들의 역사와 "과소비주의에 따른 결과의 위기"를 서술한 후 이렇게 적었다. "나는 자칭 '옷 보관자'로, 정리하고 치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패션 캠페인을 펼치는 카스트로는 "반(反) 곤도 마리에"라 불리는데, 입지 않은 옷을 보관하고 몇 년에 한 번씩 그 옷들을 파헤친다고 썼다. 카스트로는 "그 느낌은 많이 사랑받은, 오랜 친구에게 연락받는 기분"이라며 "올해 나는 정말 멋진 샨퉁 소재 실크 미디 스커트를 재발견했고 어디서나 이 옷을 입고 있었다"고 적었다.
데 카스트로의 경험은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어떤 물건이 지금 당장 기쁨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미래에도 똑같을 것이라고 말할 이유는 없다. 이것은 그 물건을 지금 당신 앞에 둬야 할 더 큰 이유다. 푸엔테스가 미사용 물건(새 물건)을 포장해 가는가?
푸엔테스는 "그런 일은 절대 없다. 나는 모든 물건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안다"며 "가끔 장난으로 가족들이 숨기기도 하지만 나는 금방 알아차린다"고 말했다. 푸엔테스는 그의 잡다한 물건들 속에서 살아가는 생활방식을 어떻게 느낄까? 그는 "물건들이 없으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그들은 모두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내 삶의 일부"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