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된 벨라루스 기자 가족 '아들 고문당할까 두려워'
리투아니아 빌니우스로 향하던 비행기가 벨라루스 민스크로 강제 우회된 후 경찰에 체포된 벨라루스 기자의 아버지는 아들이 고문을 당할까봐 두렵다고 BBC에 말했다.
26세인 로만 프로타세비치가 지난 23일 그리스에서 탑승한 비행기는 폭발물 설치 위협 때문에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로 항로가 바뀌었다.
서방 국가들은 벨라루스가 반체제 성향의 언론인을 체포하기 위해 아일랜드 항공사 라이언에어 여객기를 "납치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프로타세비치의 동영상도 공개됐는데, 이는 납치세력의 협박 아래 녹화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 출처, Nexta
지난 24일 늦은 시각 공개된 이 영상에서 프로타세비치는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고 말했고, 벨라루스 정부가 기소한 범죄 사실을 자백하는 듯했다. 하지만 벨라루스의 주요 야당 지도자를 포함한 정치활동가들은 이 영상을 비난하면서 프로타세비치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추정했다.
프로타세비치의 아버지 드미트리 프로타세비치는 지난 24일 BBC 인터뷰에서 벨라루스 정부가 자신의 아들을 어떻게 대할지 "정말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영상통화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들이 잘 대처하기 바랍니다. 생각조차 두려운 일이지만, 아들은 구타와 고문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이 정말 두렵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정말 충격받았고 매우 분노했습니다. 이런 일이 21세기 유럽의 중심부에서 일어나면 안 됩니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벨라루스 정부에 전례 없는 압박을 가하길 바랍니다. 우리는 그 압력이 효과가 있기를, 그리고 벨라루스 정부가 그들이 정말 커다란 실수를 저질렀음을 깨닫기를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프로타세비치의 영상 공개 직후 EU는 벨라루스에 더 많은 제재를 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EU 또한 EU 소속 항공사들에게 벨라루스의 영공을 피해 비행하도록 요구했고, 벨라루스 항공사들의 EU 영공 비행을 금지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사진 출처, Reuters
벨라루스는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서 출발해 리투아니아로 향하던 FR4978 항공기에 전투기를 보내 폭발물로 협박하며 착륙을 강요했다. 항공기는 벨라루스 현지시각으로 지난 23일 오후 1시 16분(한국시각 23일 오후 7시 16분)에 수도 민스크에 강제 착륙했다.
벨라루스 경찰은 126명의 탑승객들이 비행기에서 내릴 때 프로타세비치를 연행했다. 프로타세비치는 23세인 여자친구 소피아 사페가와 함께 체포됐고, 이를 목격한 사람들은 "엄청나게 무서웠다"고 전했다.
사페가의 어머니는 BBC와 인터뷰에서 딸이 민스크 교도소로 끌려갔으며 자신의 왓츠앱 메시지 계정에 마지막으로 쓴 단어가 '엄마'였다고 덧붙였다. 사페가의 기소혐의는 명확지 않다.
벨라루스는 유럽에서 유일하게 사형제도를 유지하는 국가이며, 사건 목격자들은 프로타세비치가 자신이 사형당할까봐 두렵다고 승객들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다른 승객들 3명은 여객기의 최종 목적지인 빌니우스에 도착하지 못했다. 마이클 오리어리 라이언에어 CEO는 벨라루스 국가보안위원회 소속 요원들이 민스크에서 비행기를 출발시킨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지만, 이는 별도로 확인된 바 없다.
벨라루스 정부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폭탄 위협 때문에 항공기가 우회했다고 밝혔다. 벨라루스 교통당국 고위 관리는 기자들을 향해 서한을 읽었는데, 그는 하마스가 그 서한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해당 서한에는 "너희가 우리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빌니우스 영공에서 폭탄이 터질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하마스는 이 사건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며 부정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영토 밖에서 작전을 수행한 적이 없고, 수행 능력에 대해 알려진 바도 없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벨라루스 정부의 주장에 대해 "전혀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많은 국가들은 프로타세비치를 즉각 석방하고 전면적인 사건 수사를 촉구했고, 이 사건은 전세계에서 거세게 비난받았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및 벨라루스 정부 관계자 수십 명은 이미 반체제 인사들을 탄압한 전력 때문에 EU로부터 여행 금지와 자산 동결 등을 제재받고 있다.
벨라루스의 관영 매체는 1994년부터 집권한 루카셴코 대통령이 직접 비행기 우회를 명령했다고 전했다.
66세인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논란을 일으킨 대선에서 승리한 후 그의 집권을 반대하는 목소리들을 탄압해왔다. 수많은 야당 인사들이 구속됐고, 어떤 사람들은 망명했다.
프로타세비치는 텔레그램 채널에서 운영되는 미디어 '넥스타(Nexta)'의 편집장이었다. 그는 2019년 벨라루스를 떠나 리투아니아로 망명했다. 그는 지난 2020년 대선 관련 사건들을 보도한 이후 테러와 폭동을 선동한 혐의로 기소됐다.
많은 사람들은 당시 대선 후보였던 루카셴코의 승리를 부정선거의 결과로 여겼고, 넥스타는 선거기간 동안 야당의 핵심 역할을 했다. 그에 대한 후폭풍으로 정부는 인터넷을 정전시켜 사람들이 뉴스를 볼 수 없게 했지만, 넥스타는 하던 일을 계속했다.
프로타세비치는 현재 다른 텔레그램 채널인 '벨라모바(Belamova)'에서 일한다. 그는 벨라모바 창립자이자 블로거인 이고르 로식이 지난해 6월 벨라루스 정부에게 구속된 후 벨라모바의 필진으로 참여했다.
벨라루스에 대한 기본 상식
벨라루스의 위치는? 동쪽에는 동맹국인 러시아, 남쪽에 우크라이나가 있다. 북쪽과 서쪽으로는 EU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가 있다.
벨라루스가 중요한 이유는? 인구는 950만 명으로 우크라이나와 비슷하며, 서방과 러시아 사이 경쟁관계에 사로잡혀 있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는 별명을 가진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금까지 27년 동안 집권해왔다.
지금 상황은? 새로운 민주적 리더십과 경제개혁을 요구하는 거대한 야권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야권 운동과 서방 국가들은 루카셴코 대통령이 지난해 8월 9일 치러진 대선을 조작했다고 주장한다. 공식 발표에 따르면 그는 대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은 길거리 시위를 제재하고 야당 지도자들을 감옥으로 보내거나 추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