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사고는 전염병'... 바이든, 첫 총기규제 대책 발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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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총기에 의한 폭력은 전염병이자 국제 망신"이라면서 미국 내에서 만연하는 총기 폭력 사건에 대처하기 위한 총기 규제 대책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고스트건(ghost gun·유령총)'부터 규제하기로 했다. 유령총은 사용자가 직접 조립해서 만드는 총으로, 등록번호도 없고 추적이 어려워 규제 사각지대에 있었다.

또한 특정한 총기에 대한 규정을 정하고, 신원 확인을 강화하며, 지역 폭력 예방을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총기 규제책이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많은 이들이 무기를 소지할 권리를 인정한 미국 수정헌법 제2조를 들어 총기 규제법이 헌법상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텍사스주 중부에서는 총격 사건이 일어났다. 바이든 대통령이 총기 규제안을 발표하고 몇 시간 뒤 발생한 일이었다.

텍사스 브라이언시의 켄트무어 캐비닛이라는 가구업체에서 총기 난사범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는데, 경찰도 용의자를 연행하다 총에 맞아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에도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총격 사건이 일어나 어린이 2명을 포함해 5명이 목숨을 잃었다. 용의자는 미 프로미식축구(NFL) 선수였던 필립 애덤스로 밝혀졌다.

앞서 지난 3월 애틀랜타에서 총기 난사 사건으로 한인 4명 등 8명이 숨진 데 이어 콜로라도 볼더 식료품점에서도 총격으로 10명이 희생됐다.

유령총은 조립 도구를 구입하는 데 신원 조사가 필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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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발표 내용은?

바이든 부통령은 8일 백악관 로즈가든 연설에서 미국에서 매일 106명이 총에 맞아 목숨을 잃는다고 말했다.

그는 총기 사망 사건을 '전염병'으로 비유하며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살해된 가족들에게 애도를 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행정 조치에서 법무부에 유령총 확산을 막는 방안을 30일 이내에 만들라고 지시했다.

유령총은 조립 도구를 구입하는 데 신원 조사가 필요하지 않다.

바이든 대통령은 "범죄자건 테러리스트건 누구나 이 도구를 살 수 있고 30분이면 무기를 조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자체 제작 총이 범죄에 점점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연방 총기 관계자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에서 압수된 총기 40% 이상이 유령총에 해당한다.

바이든은 또한 법무부에 권총 버팀대 안정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기 위해 두 달을 할애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안정 장치가 적용된 권총은 국가화기법에 따라 훨씬 더 엄격한 신원조회를 요하는 단발총으로 분류된다.

또 한 손으로 총을 쏠 수 있도록 돕는 '팔 버팀대(stabilizing braces)'를 국가화기법에 따라 등록하는 규정을 마련하기 위해 두 달을 할애하기로 했다. 이는 권총을 소총 수준으로 바꿀 수 있게 돕는 보조 장치다. 이번 조치에 따르면 이 장치가 적용된 권총은 더욱 엄격한 신원조회를 요하는 종류로 분류된다.

다만 의회에서 추가 총기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 상원은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이 50:50으로 나뉘어 있다.

상원에서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60표가 필요하기에 일부 공화당의 지지가 필요하다. 공화당은 예전부터 주요 총기 규제법을 막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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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에게 힘든 현실

뉴스 분석: 앤서니 저커 BBC 북미 담당 기자

Analysis box by Anthony Zurcher, North America reporter

최근 총기 난사 사건 이후, 총기 규제 지지자들은 바이든에게 새로운 총기 사용 규제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해왔다.

바이든 역시 미국 총기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과거 대통령들처럼 어려운 현실에 직면했다.

심지어 의회에서 새 총기 법안들이 제정 가능한 표가 확보된 것도 아니다.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범위가 제한돼 있다.

앞서 바이든은 총기 규제에 대해 뭔가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다 이날 로즈 가든에서 청중들 앞에서 새로운 규제안을 소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주류·담배·화기·폭발물 단속국(ATFE)의 국장을 지명했다. 또 법무부에 자체 제작 총에 대해 새로운 규정을 마련하고, 권총을 더 정밀하게 만드는 도구를 더욱 엄격하게 규제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주정부들이 통과시킬 수 있는 새로운 총기 폭력 연구와 법률 안도 요구하고 나섰다.

바이든은 청중들에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여기서 훨씬 더 나아가려면 의회에서 정치적 역학관계가 바뀌어야 한다. 또한 바이든은 더 많은 정치적 자본을 소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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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은 어떤가?

총기규제 옹호 단체인 '총기 안전을 위한 모든 마을(Every town for Gun Safety·EGS)'은 이번 규제를 환영했다.

존파인블라트 EGS 회장은 "이러한 행정 조치들은 팬데믹 내내 맹렬히 계속되던 총기 폭력에 대처하고, 역사상 가장 강력한 총기 안전 대통령이 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약속을 지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령총을 치명적인 무기로 다루기로 한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은 의심할 여지 없이 수많은 생명을 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 최대 총기 권리 로비단체인 미국총기협회(NRA)는 이번 조치가 "극단적"이라며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조치를 두고 "우리 총을 빼앗으려는 새로운 자유주의 권력자"라고 규정하며, 텍사스 주에서는 이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