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 차별: 흑인 주검 거부한 미국 묘지...항의 빗발치자 결국 사과

오클린 스프링스 공동 묘지는 인종 차별이 법으로 규정돼 있었던 시기에 세워졌다

사진 출처, CBS

사진 설명, 오클린 스프링스 공동 묘지는 인종 차별이 법으로 규정돼 있었던 시기에 세워졌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한 공동묘지가 '백인만 묻을 수 있다'는 조항을 들며 흑인 경찰관의 주검을 거부해 논란이 일었다.

오클린 스프링스 공동묘지 이사회는 항의가 빗발치자 28일 회의를 열고 계약 조항을 변경하기로 했다.

다렐 세미엔 경관의 미망인 칼라 세미엔은 "흑인이란 이유로 묻힐 수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땐, 뺨을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55세였던 세미엔 경관은 뉴올리언스에서 서쪽으로 320km 떨어진 오벌린 지역에서 부보안관으로 일하다 지난 24일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에 유족들은 장례를 치르려고 오클린 스프링스의 묘지를 구입하려 했다. 하지만 직원은 그곳이 "백인 전용" 묘지라는 조항을 들며 세미엔의 주검을 거부했다.

이틀 뒤 칼라는 페이스북에 "묘지의 여직원이 내게 서류를 보여주면서 백인 인간들(white human beings)만이 거기에 묻힐 수 있다고 했다"라며 "이런 일이 2021년에 벌어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라는 글을 올렸다.

'백인 인간'의 주검만 묻을 수 있다고 규정한 오클린 스프링스 묘지의 예전 계약서

사진 출처, CBS

사진 설명, '백인 인간'의 주검만 묻을 수 있다고 규정한 오클린 스프링스 묘지의 예전 계약서

논란이 일자, 크레이그 비제나 공동묘지 이사장은 28일 현지 언론에 "이사들 중 그 누구도 이 같은 내용을 눈치채지 못했다"고 항변하며 오래된 이 정책이 "끔찍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미국 남부 묘지에 이런 비슷한 인종차별 조항이 있는지 점검하라고 조언했다.

칼라에게 규정을 설명한 여직원은 비제나 이사장의 81세 이모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대해 의장은 "의무를 다한 것"이라고 감쌌다고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은 보도했다.

미국에는 엄격한 흑백 분리 정책이 있었지만, 차별을 금지하는 민권법이 1964년 제정됐다. 이 획기적인 법안은 루이지애나를 비롯해 남부 대부분 주에서 인종차별 정책을 용인하는 데 바탕이 되던 짐 크로 법을 폐지하도록 이끌었다.

다렐 세미엔 경관은 지난 24일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사진 출처, CBS

사진 설명, 다렐 세미엔 경관은 지난 24일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세미엔은 지역 경찰서에서 15년간 복무했다. 또한, 지난 16년 동안 위탁 부모로 72명의 아이들을 기르기도 한 인물이었다.

비제나 이사장은 칼라에게 자신의 개인 묘역 둘 중 하나를 제공하겠다고 권했지만, 가족들은 집에서 조금 더 멀더라도 다른 묘지를 찾겠다고 했다.

세미엔의 가족은 이후 다른 묘지에 전화를 걸 때 가장 먼저 물어봐야 했던 질문이 "혹시 거기에 흑인이 묻혀도 되나요?"였다며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