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사당 폭동: 시위대가 별다른 제지도 없이 진입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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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난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의회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의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 정부의 심장부에서 어떻게 이런 대규모 경비 실패 사건이 벌어질 수 있었던 걸까?
선출된 의원들이 조 바이든의 대선 승리를 공식 인증하기 위해 미국에서 역사적, 정치적으로 가장 중요한 건물로 손꼽히는 연방 의사당에 있던 순간, 수천 명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이곳을 무력으로 침입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공개된 사진과 영상을 보면 이들은 의사당 내부를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많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들을 약탈하고 파괴하면서 자신들의 행위를 라이브로 방송하고 사진을 찍었다.
이번 사태가 전 세계에 방영되면서 많은 이들은 미국 의회 경호실의 대응에 문제를 제기했다. 의회 경호실에는 의사당 건물과 그 일대를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2000명가량의 경위들이 소속돼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몇몇 의원들은 마스크를 쓰고 건물 밖으로 대피해야 했다. 의사당에서 시위대를 몰아내고 건물의 안전을 확보하기까지 수시간이 걸렸다.
혼란의 규모와 정도의 심각성에 비해 시위대 중 체포된 이들은 상대적으로 소수에 불과했다.
어떤 경비 실패가 발생했나?
사건 발생 후 의회 경호실의 대처가 미비했다는 비난이 주를 이뤘다.
SNS에 올라온 영상에서 부실한 경찰 방어선이 금세 시위대에 의해 무너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수시간 동안의 폭력 사태 후 몇몇 시위자들이 체포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사당 바깥으로 인도되는 모습이 포착됐다. 심지어 몇몇은 계단을 내려가는 데 경위들의 도움을 받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SNS에서 많은 화제가 된 한 영상에서는 한 경위가 시위대 중 한 명과 셀카를 같이 찍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극우 단체 프라우드 보이즈의 단원인 닉 옥스는 트위터에서 의사당 안에서 찍은 셀카를 올린 후 CNN에 “수천 명이 안에 있었는데 경위들은 전혀 상황을 통제하지 못했다. 누가 날 멈춰세우거나 검문을 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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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위자는 얼굴을 드러낸 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책상에 발을 올리고는 웃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찍혔다. 그는 나가면서 하원의장의 사무실에서 훔친 것으로 보이는 서한을 자랑하듯 내보였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한 남성이 남부연합 깃발을 들고 행진하는 모습과 뿔이 달린 모자를 쓰고 페이스페인팅을 한 유명 음모론자가 상원 회의장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자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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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에 대한 정계의 반응은?
여러 미국 의원들이 의회 경호실 고위 인사들의 사임을 압박했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의원은 자신이 상원 원내대표가 되면 마이크 스텐저 상원 경호실장을 해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하원 경호실장 폴 어빙이 곧 사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폭력 사태가 격화하던 상황에서도 경호 인력의 증강이 언제 이뤄지는지에 대해 혼선이 있었다.
여러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에 워싱턴DC 주방위군의 동원을 꺼리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이를 승인했다고 한다.
만일 사실이라면 작년 미국 전역을 휩쓸었던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M)’ 시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진압을 촉구했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BBC 안보 전문기자 고든 코레라는 이러한 대비가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안보 관련 의사결정이 얼마나 정치화됐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차기 부통령인 캐멀라 해리스는 국민들이 두 개의 치안 체계를 목격했다며 “하나는 극단주의자들이 미국 연방 의사당을 공격하게 방치한 체계이고 다른 하나는 지난 여름 평화 시위대에 최루탄을 발포한 체계다. 이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위 통제 전문가로 영국 정부의 자문관으로 일하는 클리포드 스토트 교수는 워싱턴에서 발생한 “중대하면서도 매우 당혹스러운 경비 실패”에 대한 여러 의문들이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토트 교수는 현재 시애틀에서 발생한 BLM 시위에 대한 경찰의 대응을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 중이다. 수도 치안 당국의 복잡한 구조를 감안하더라도 트럼프 지지자들의 행위가 격화했을 때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단순히 치안 대응의 복잡성의 문제가 아니라 위험 평가가 매우 부실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의회 경호실의 반응은?
미국 의회 경호실은 경위들 5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으며 시위대 수천명을 상대로 “용감하게” 대응했다고 말했다.
스티븐 순드 의회 경호실장은 “의사당에서 발생한 폭력 시위는 내 워싱턴DC 치안 관리 30년 인생에서 경험한 그 어떤 것과도 달랐다”고 말했다.
경호실장은 의회 경호실이 경비 계획 절차 등에 대해 철저한 재검토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폭력 사태 전에 무슨 일이 있었나?
미국 의회가 대통령 선거 결과를 공식 인증하는 걸 막기 위해 트럼프 지지자들이 모인 것은 자연스럽게 발생한 일이 아니었다. 시위는 미리 계획돼 있었고,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트럼프 측근들이 대선 결과를 부정하기 위해 수개월 동안 점차 격렬한 언사를 구사한 이후 벌어진 일이다.
집단폭력과 훌리건 행위의 심리를 연구하는 스토트 교수는 시위대가 공공연히 범죄를 저지르면서 “기쁨”을 드러내는 것이 특히 흥미롭다며 “시위대에게는 매우 분명한 목적이 있었고 그것은 자신들의 행동이 정당하다는 생각에 기반한 것이었다. 자신들의 대통령이 이를 허용했다고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극단적인 트럼프 지지자들과 극우 단체들의 온라인 플랫폼을 모니터링하던 사람들은 최근 대선 결과에 대해 의사당과 의원들에 대한 폭력을 장려하는 표현들이 급증하는 것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워싱턴DC에 모인 트럼프 지지자들 일부는 ‘2021년 1월 6일’이란 날짜와 ‘내전’이란 표현이 함께 새겨진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시위대는 법적 처벌을 받을 것인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비롯한 몇몇은 시위대에게 최대한의 법적 처벌을 촉구했다.
공개된 영상의 양이나 시위에 가담한 이들의 대담한 행위로 볼 때 이들을 기소할 근거는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페이스북이 당시 폭력 사태의 영상들을 삭제하기 시작하자 일각에서는 시위대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영상 증거들을 보존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의사당 안에서 포착된 여러 사진과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 중 다수는 극우단체나 '큐애넌' 관련 음모론 조직에서 이미 알려진 인물이었다.
의회 경호실은 현장 영상 등을 통해 시위대의 신원을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법률 전문가들은 시위대의 일부는 내란음모죄로 기소될 수 있다고 추측했다. 미국에서 내란음모죄로 기소되는 경우는 드문데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20년형까지 받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