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의 3가지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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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존 소펠
- 기자, 북아메리카 에디터
마침내 때가 무르익었다. 올림픽 마라톤 결승점을 400m 앞두고 스타디움 안에 들어선 주자들이 근육의 힘을 짜내어 마지막 질주를 하는 시점이다.
이번 미국 대선만큼 특이하면서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누가 전세계에서 유행하는 전염병이 대선 핵심 이슈가 되리라 짐작이나 했겠나?) 선거도 없을 테지만 이 다음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분명하다.
세 가지의 가능한 시나리오가 있고 어느 쪽으로 결말이 나더라도 전혀 놀랍지 않다. (실은 네 번째 시나리오도 있지만 이것은 나중에 설명하겠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매입하려 했던 일, 그리고 덴마크가 이를 거부하자 그에 대한 보복으로 트럼프가 덴마크 국빈 방문을 취소했던 일을 보도하고, 트럼프가 헬싱키에서 자신의 옆에 서 있던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이 하는 말을 미국의 정보기관보다 더 선호한다고 말하는 걸 듣고, 수사를 받은 후 의회에서 탄핵소추가 추진됐다가 무산된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된 상태에서 차량을 타고 내 옆을 지나갔던 걸 보면서 나는 정말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고 종종 그리된다는 걸 깨닫게 됐다.
자, 이제 세 가지의 대선 시나리오에 대해 살펴보자.
1. 바이든이 손쉽게 승리한다
여론조사 결과가 들어맞아 조 바이든이 가뿐하게 승리한다.
이번 대선에서 여론조사 기관들은 사우디아라비아 기상캐스터가 된 기분이었다. "오늘은 덥고 해가 쨍쨍하고 내일도 덥고 해가 쨍쨍할 겁니다."
선거운동 기간 사건들이 끊이지 않았음에도 전국 여론조사 결과와 핵심 지역의 여론조사 결과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꾸준했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바이든은 전국에서 큰 격차로 앞서고 있었고 플로리다, 애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의 선벨트 지역과 위스콘신, 미시건, 펜실베이니아의 북부 공업지역에서는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여론분석 전문 웹사이트 파이브써티에이트의 블로그를 보면 주요 여론조사 결과의 평균치의 격차가 0.1% 좁혀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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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할 때 보통 오차범위를 3%라고 한다. 0.1%의 변화는 다시 말해 계산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 결과가 여론조사 결과처럼 나온다 하더라도 결코 놀라지 않을 것이다.
2. 트럼프의 충격적인 승리
이는 두 번째 시나리오로 이어진다. 2016년처럼 여론조사 결과가 틀렸고 도널드 트럼프가 두 번째 임기를 이어나가게 된다. 펜실베이니아와 플로리다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가 그의 승리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플로리다에서 바이든이 3~4%p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플로리다에서는 그보다 훨씬 박빙이다. 게다가 2020년의 트럼프는 2016년의 트럼프보다 라틴계 인구를 상대로 훨씬 더 잘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제약이 있긴 했지만 플로리다, 오하이오, 테네시,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버지니아의 선거 운동을 취재할 수 있었다. 어딜 가나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은 단순히 트럼프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숭배한다.
트럼프 선거캠프의 계산은 2016년과 마찬가지로 여론조사에서 제대로 커버하지 못했던 인구를 투표장으로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선거 유세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다.
민주당은 트럼프가 팬데믹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고 수천 명의 사람들을 유세에 모이게 하는 것을 두고 무책임하다고 입을 모았다. 나는 그 논쟁에 가세하고 싶진 않지만 그렇게 하는 데에는 나름 영리한 계획이 있다고 봐야 한다.
이런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온라인으로 등록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복잡한 데이터 마이닝 기법을 사용해 당신이 선거인 명부에 등록이 돼 있는지를 확인한다. 만약 등록이 안돼 있으면 트럼프 선거캠프는 당신을 등록시킨다.
그 결과 수십만 명이 투표 등록을 했으며 박빙의 선거에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투표하게 만드는 게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트럼프가 승리하더라도 내가 전혀 놀라지 않을 또다른 이유는 조 바이든이 훌륭한 선거운동가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만큼 노병이란 이미지와 가까운 사람은 없다. 나이가 든다는 건 모두에게 잔혹한 일이지만 트럼프는 바이든과 겨우 세 살 차이밖에 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바이든에 비해 훨씬 원기왕성한 느낌이다.
하지만 트럼프 집권 이후 심각하게 분열된 미국에 대한 대중의 반감도 크다. 사람들이 바이든을 원하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트럼프를 기피하기 때문에 바이든을 찍게 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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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바이든의 충격적인 압승
이는 세 번째 시나리오로 이어진다. 두 번째 시나리오와 마찬가지로 여론조사가 틀린 경우다. 다만 이 시나리오는 바이든이 이길 뿐만 아니라 큰 격차로 압승을 거두는 것이다. 마치 1980년 로널드 레이건이 지미 카터를 이긴 것과 1988년 조지 HW부시가 마이클 두카키스를 이긴 것처럼 말이다.
선거운동 막바지에 다다르자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입원 환자의 수도 급증했고 사망자는 하루 1000명을 넘었다. 또한 주식시장도 지난 3월 이래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2016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미국인들에게 매우 분명한 메시지를 갖고 있었다. 장벽을 건설하고 무슬림을 몰아내고 무역협상을 다시하고 제조업을 다시 미국 땅으로 돌아오게 하길 원했다. 2020년의 트럼프는 자신의 두 번째 임기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에 대해 분명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만약 압승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다면 바이든은 첫 번째 시나리오에서 내가 언급한 지역 뿐만 아니라 텍사스, 오하이오, 아이오와, 조지아, 심지어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승리를 거둘 것이다.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일 수 있겠지만, 여론조사나 정치 기부금의 움직임, 사전투표의 패턴 등을 보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리고 별로 가능성 없는 시나리오
서두에 나는 네 번째 시나리오도 있다고 말했다. 네브라스카가 선거인단을 분리하는 방식 때문에 선거인단 270표를 얻어야 승리하는 선거에서 바이든과 트럼프가 모두 269표를 얻어 동점이 되는 상황도 있다.
미국이 수십억 달러를 써 선거를 치르고는 완전한 교착 상태에 빠져 극심한 분열을 겪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발생한 적이 없는 일이라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일까? 글쎄, 지금은 2020년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