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트럼프를 지지하는 아시아인들의 이야기

베트남에 있는 트럼프 이름을 딴 술집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베트남에 있는 트럼프 이름을 딴 술집
    • 기자, 안드레아스 일머
    • 기자, BBC New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제적인 지지를 받는 대통령은 아니다.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펼쳐온 그는 유럽의 지도자를 무능하다고 비판했고, 멕시코인을 강간자로 묘사하며 아프리카 대륙 전체를 무시하는 등 전 세계 여러 나라를 노골적으로 모욕했다.

그러나 중국이라는 공통된 적을 가졌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홍콩: ‘트럼프만이 중국 공산당을 잡을 수 있다’

홍콩은 지난해 시작한 대규모 민주화 시위 및 반중 시위 여파로 중국 정부의 강력한 탄압을 받고 있다. 올해 중국 정부가 도입한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으로 홍콩 내시위는 사실상 제한되고 중국 정부에 반기를 드는 모든 행위는 처벌할 수 있게 됐다.

에리카 옌은 BBC에 "4년 전 트럼프가 당선됐을 때 미국이 미쳤구나 싶었다"며 2016년 대선을 회상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홍콩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그는 홍콩은 지금 "중국 공산당에 강경한 미국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문제를 포함해 중국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그의 임기 동안 의회는 홍콩의 자치가 침해됐다는 이유로 홍콩에 대한 특별 대우를 박탈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캐리 람 행정장관을 비롯해 홍콩과 중국 관료 10명이 미국의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도 홍콩에 대한 중국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시진핑 중국 주석을 '불량배'라고 칭한 바 있다.

하지만 옌은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전 정권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는 중국이 세계에 해를 끼친다는 것을 단호하게 인정했다"며 "오바마나 클린턴 행정부는 너무 천진난만하게 중국 공산당이 민주주의 길로 들어서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격화하는 홍콩 민주화 시위

사진 출처,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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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홍콩이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으로 경제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홍콩이 피해를 보지 않으면서 중국 공산당에 타격을 입히는 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단기간의 어떤 고통도 감내할 준비가 됐어요. 희생을 감내할 각오가 있습니다."

옌은 대부분의 젊은 시위대는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홍콩 내 트럼프를 향한 의견은 갈린다.

가장 최근 여론조사에서 홍콩인 참여자의 절반 가까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대다수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실패한 것을 이유로 꼽았다.

대만: ‘의지할 수 있는 형'

대만 또한 최근 중국과의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대만과 중국은 1940년대 내전으로분리됐지만,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 아래, 대만과 중국은 반드시 통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필요하면 강제적으로라도 이를 시행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은 통일은 반드시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미국이 중국에 가한 무역 관세와 제재는 대만 내 일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대만에서 모바일 상거래에 종사하는 빅터 린은 BBC에 "트럼프의 강경한 태도는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며 미국과 좋은 동맹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외교와 무역, 또 군사 문제를 봤을 때 더 많은 신뢰를 줬어요. 의지할 수 있는 형이 생긴 것 같아요."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대만과 양자 간 무역 협정을 마무리하는 등 대만과의 관계를 강화했다.

린은 이번 무역 협정으로 대만이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고 믿는다.

그는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중국의 분노에 직면하면서 "도발적인" 조처를 내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전통적으로 미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것을 지지해온 바이든은 이 입장을 최근 바꿨다. 하지만 중국의 ‘침략’이 실제 임박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떠는 대만인들은 트럼프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만에서 열린 톈안먼 30주년 행사

사진 출처,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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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만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미국에 "중미 관계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면, '대만 독립'에 대한 잘못된 신호를 보내지 말라"고 경고했다.

베트남: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다'

미국과 중국 모두 베트남 영토에서 오랜 시간 전쟁을 치렀다. 베트남에서 미국이 용서 받은 분위기라면, 중국은 아직 위협적인 존재로 평가받는다.

베트남에서 기자로 일하는 린 응우옌은 베트남의 트럼프 지지자는 크게 두 분류로 나뉜다고 말한다.

그는 오락적으로 트럼프를 소비하는 사람들과 "굉장한 트럼프 팬"이 있다고 소개했다. 후자의 경우, 이들은 트럼프가 공산주의를 멈출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 모두 미국과 베트남의 관계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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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중에 다른 나라의 갈등과 분쟁에 섣불리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베트남의 정치 활동가인 응우옌 빈 후는 트럼프와 같이 "무모하고 공격적이라고 보일 정도로 용감한 사람"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점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전 미국 대통령들과 차별화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중국을 대할 때는 이런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드디어 사람들이 "중국의 위험성"과 "공산주의 국가의 자본주의"에 눈을 뜰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베트남 내에서도 경제적, 그리고 정치적 개혁에 대한 열망이 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강경한 정책이 파급효과를 일으켜 베트남까지 도달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국가 안보가 걸린 문제'

일본은 오랫동안 미국의 동맹국이자 소중한 파트너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은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펼쳤고, 일본 내에서는 이로 인해 두 나라 간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불안감이 조성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파기했고, 일본이 주한미군 방위비를 더 많이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에서 유튜버로 활동하는 요코 이시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 Andreas Ill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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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유튜버로 활동하는 요코 이시는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친구"라며 "일본에서 그를 지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가 안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군용기와 선박이 일본 영공과 해역에 자주 침입한다며, 일본과 중국 간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분쟁 문제도 언급했다.

"우리는 중국과 강경하게 싸울 수 있는 미국의 지도자를 원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처럼 노골적이고 강한 존재감을 가진 사람은 또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일본 내에서 이시의 의견이 대중적인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일본인이 미국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사실이지만, 단지 4분의 1가량이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본 내에서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이 다시 TPP에 가입하는 등 동맹국들과 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희망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