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틱톡, '광고' 표시 않고 트럼프 비판한 게시물들 삭제

틱톡에 올라온 투표 독려 영상

사진 출처, TikTok

사진 설명, 틱톡에 올라온 투표 독려 영상

틱톡의 인기 인플루언서들이 유료 광고 표기를 누락한 채 '반트럼프' 영상을 올렸다는 BBC 보도 이후 틱톡은 해당 영상들을 플랫폼에서 삭제했다.

미국 바이럴마케팅업체인 빅텐트 크리에이티브는 SNS 인플루언서들에게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투표 독려 영상 제작을 맡겼다. 예로 유명 래퍼 카디비는 빅텐트의 후원을 받아 자신의 노래 WAP에 맞춰 투표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담은 영상을 올렸다.

대부분은 틱톡에서 유행하는 춤을 추거나 유머가 담긴 독백을 하는 형태로 유권자들의 투표를 독려했다. 언뜻 보면 일반 영상과 큰 차이가 없다.

실제로 빅텐트가 후원한 영상이 모두 정치적인 것은 아니다. 문제가 된 건 이 가운데 일부가 영상에에서 트럼프를 비판하는 '반트럼프' 메시지다. 인플루언서들은 해당 영상 제작에 광고 표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 광고 금지

틱톡은 플랫폼상에서 정치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기업 또는 단체로부터 협찬을 받을 경우에는 이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뒷광고'를 단속하기 위함이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또한 유료 광고일 경우 콘텐츠 제작자가 '#ad'와 같은 광고 표시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틱톡 대변인은 “회사 규정은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모든 유료 콘텐츠에 적용되며, 광고를 집행하는 기업과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 모두 FTC의 규정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틱톡은 이날 문제가 된 영상들을 내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2주 남은 대선

미국 대선을 단 2주 남기고, 두 정당의 젊은 청년 '표심 잡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유명 래퍼 카디비도 틱톡에 투표 독려 영상을 올렸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유명 래퍼 카디비도 틱톡에 투표 독려 영상을 올렸다

아마도 수백만 명의 젊은 틱톡 사용자들은 자신이 틱톡에서 본 재밌고 기발한 영상이 정치적 목적으로 유료로 만들어졌는지 모르고 지나쳤을 것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빅텐트 크리에이티브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후보로 지지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비영리단체였다.

이후 이 회사는 SNS 인플루언서를 전문적으로 활용하는 정치 마케팅 전문 회사로 발전했다. 빅텐트는 민주당 지지 단체들을 비롯해 보트심플(VoteSimple), 푸시블랙(PushBack) 등 초당파 단체들이 보내는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투표 독려 광고

빅텐트는 자사가 제작한 투표 독려 콘텐츠는 정치 광고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미연방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 자체를 독려하는 콘텐츠는 정치 광고로 분류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빅텐트와 협업한 제작자 중 일부는 반트럼프 성향을 띄었고, 틱톡은 이를 정치적 광고라고 해석해 삭제했다.

빅텐트 크리에이티브 최고경영자(CEO) 이시아드 페레이라스 “우리 작업물은 특정 플랫폼의 광고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정치적 광고의 기준은 모호하다. 한 빅텐트 관계자는 제작자들에게 진심 어린 메시지처럼 보이기 위해서는 #ad 표시를 쓰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고 BBC에 전했다.

어떤 영상이 문제 됐나

문제가 된 영상을 보면, 광고 영상이라고는 전혀 생각이 들지 않는다.

틱톡 내 유명 인플루언서가 만든 이 영상에는 유행하는 춤이나 재밌는 유머가 담긴 경우가 많다. 이들이 평소 올리는 영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빅텐트의 작품 중 하나인 ‘투표 체인’(vote chain) 캠페인에 여러 유명 인플루언서가 참여했다.

Screenshots from a TikTok 'voter chain'

사진 출처, TikTok

사진 설명, Screenshots from a TikTok 'voter chain'

하지만 반트럼프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상 또한 여기 포함됐다. 한 크리에이터는 투표를 독려하면서 “트럼프가 다시 틱톡 사용을 금지할 것"이라며 "트럼프를 끌어내리기 위해서라도 제발 투표하자”고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을 ‘화난 치토스’라 일컫는 영상과 그를 ‘오렌지색 미니 양배추'라고 칭한 영상은 틱톡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삭제됐다.

빅텐트는 BBC에 해당 영상 제작비로 초당적인 단체의 후원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반트럼프 메시지가 담기면 안 됐다고 밝혔다.

한편 빅텐트와 협업한 한 크리에이터는 BBC에 제작한 영상에 광고 표시를 해야 했는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틱톡의 영향력

미국에서는 투표하기 전에 미리 유권자등록을 해야 한다.

빅텐트는 지금까지 약 유권자 2만5000명의 등록을 도왔다고 발표했다. 이 중 약 절반이 틱톡을 통해 빅텐트 영상을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틱톡은 정치 광고를 금지하고 있지만, 틱톡에 정치 성향을 띄는 콘텐츠는 즐비하다.

돈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하는 연구 단체인 책임정치센터(Center of Responsive Politics)의 애나 마소글리아 연구원은 이런 현상은 디지털 광고 규제를 SNS 플랫폼에 맡겼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잘 보여준다고 말한다.

그는 실제로 은밀하게 유료 광고가 얼마나 오고 가는지 알 수 없다며 “틱톡처럼 정치 광고를 전면 금지할 경우, 유료 광고를 거르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으로 온라인 광고 규제는 전통 매체 광고 규제보다 덜 엄격하다. 이와 관련해 가장 최근에 연방선거관리위원회가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한 것이 2006년이다. 이는 지금 틱톡을 활발하게 쓰는 세대가 태어나기도 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