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사고: 결혼 3개월 차 예비 아빠 스리랑카 희생자의 이야기

이태원 사고로 숨진 모하마드 지나드(27)
사진 설명, 스리랑카 출신으로 경기도 화성에서 일하던 모하마드 지나드(27)는 29일 밤 이태원 친구 집에 온 뒤 연락이 끊겼다
    • 기자, 오규욱
    • 기자, BBC 코리아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있는 이슬람 사원으로 검은색 승합차 한 대가 들어왔다. 뒷문이 열리자 흰 천에 둘러싸인 시신 한 구가 보였다.

스리랑카 출신으로 경기도 화성에서 일하던 모하마드 지나드(27)는 29일 밤 이태원에 있는 친구 집에 온 뒤 연락이 끊겼다.

4년 전 처음 만난 아후 친동생처럼 지냈다는 리하스(35)는 사고 당일 그가 자신의 방에 맡겨놓은 "짐을 찾으러 왔다가 이런 일을 당했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평소에 사고가 났던 부근에 가지 않아서 어떻게 그곳에 갔는지 모르겠다. 무슨 일 때문에 갔는지 모르지만 핼로윈 파티를 즐기러 간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술· 담배도 하지 않았고 매주 금요일 이슬람 사원을 찾았다는 그가 이번 사고의 희생자란 사실이 친구들은 믿기지 않았다.

또 그가 결혼한 지 불과 3개월이 채 안된 신혼이었고, 고향에 있는 아내는 현재 임신한 상태라며 더욱 안타까워했다.

지나드는 지난 7월 스리랑카 고향에 돌아가 결혼식을 하고, 불과 2개월 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암 투병 중인 어머니의 치료비를 위해 신혼의 단꿈도 포기했다고 친구들은 밝혔다.

리하스는 그가 한국에 다시 돌아온 그날 함께 저녁을 한 자리에서 "아내로부터 전화를 받고 임신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뻐했다"고 회상했다.

"'형 나 아빠된대'라며 정말 좋아했어요."

"꿈이 많았어요, (고향에) 집 살려고 했고, 아기도 있으니 돈 벌어야 했고. 돈 생기면 엄마 치료비 주려고 했어요."

화성에서 함께 일한 누샤드(40)는 아직도 그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며, 그가 최근 화성에 새 일자리를 찾아 기뻐했고 31일 첫 출근을 고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사고가 없었다면 저와 일요일에 만나기로 약속까지 했는데..."

리하스(35)는 사고 당일 그가 자신의 방에 맡겨놓은 "짐을 찾으러 왔다가 이런 일을 당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사진 설명, 리하스(35)는 사고 당일 그가 자신의 방에 맡겨놓은 "짐을 찾으러 왔다가 이런 일을 당했다"며 안타까워했다

29일 사고 당일 마지막으로 지나드가 목격된 시간은 밤 9시경. 이태원 식당에서 일하는 리하스가 야간근무를 하러 나가기 자신에 방에 있는 그를 본 것이 마지막이었다.

"밤 11시30쯤 다른 친구가 전화했어요. 이태원에 큰일이 났는데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고, 그런데 (지나드가) 방에 없고 전화도 받지 않는다고..."

다급한 목소리에 직감적으로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로 주변 친구들을 모두 동원해 찾아 나섰지만, 행방을 알 수 없었다.

몇시간만에 연결된 그의 전화는 경찰서에 있었다. 다음날 오전 실종차 접수처가 마련된 한남동 주민센터에 지나드의 신분증을 가지고 찾아가 실종 신고를 했다.

이후 친구들은 2명씩 팀을 이뤄 사상자들이 실려 간 병원들을 직접 찾아 나섰다. 그러던 중 서울 보라매병원으로부터 스리랑카 피해자 한명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때만 해도 그가 살아있을 거라고 믿었다.

직접 연락을 받고 찾아간 카디(37)는 "병원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어딘가 다쳤을 거라고만 생각하고 갔어요. 근데 (누워있는) 얼굴을 본 순간 눈물만 나왔어요."

그는 "이렇게 봐서는 안 되는 사람인데. 나이도 젊었고 건강했다"며 말을 맺지 못했다.

스리랑카 현지 가족들도 그의 사고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 특히 임신중인 아내는 수화기를 붙들고 울기만했다.

카디는 "여기 상황을 알려줘야 하는데 차마 (아내에게) 전화를 못 하겠다"며 안타까워했다.

지난 9월 지나드(오른쪽)와 저녁을 같이 하며 아내의 임신을 축하했던 누샤드(왼쪽)와 리하스

사진 출처, MOHAMAD NAUSHAD

사진 설명, 지난 9월 지나드(오른쪽)와 저녁을 같이 하며 아내의 임신을 축하했던 누샤드(왼쪽)와 리하스

1일 용산구 한남동 이슬람 서울중앙성원에서 열린 지나드의 장례예배에 그를 직접 채용해 함께 일하려 했던 이정현(42) 씨도 자리했다.

"4년 전 현장책임자로 있을 때 처음 만난 외국인 친구인데, 한국말은 서툴렀지만 성실하고 묵묵히 일했다"며 그의 모습을 회상했다.

제조업 사업을 시작하며 직원이 필요했던 그는 지나드가 생각났고, 불과 2주전 직접 만나 함께 일하기로 계약까지 했다. 또 회사 숙소도 제공할 계획이었다.

"회사 화물차가 있으니 짐 같이 옮기자고 했는데. 괜찮다며 혼자 옮기 수 있다고..월요일에 보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말이 될 줄은 몰랐다.

카디는 한동안 이번 사고가 트라우마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눈 감으면 친구 얼굴만 나와서 잠을 잘수도 없고 방문을 보면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친구들과 여기같이 있지만 집에 가면 혼자라서 가기가 무서워요."

한편, 이번 이태원 사고로 숨진 156명(11월 1일 기준)의 사망자 가운데 26명은 외국인으로 확인됐다. 국적은 이란, 중국,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호주 등 14개국이다.

지나드의 경우 친구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신원 확인을 했고, 가족에게도 연락할 수 있었다. 그의 시신은 2일 밤 직항편으로 가족이 있는 스리랑카로 돌아갈 예정이다.

운구를 담당한 황규성 (주)한국엠바밍 대표는 다른 외국인 희생자들의 본국 이송을 돕고 있지만 "시간이 정말 많이 촉박하다"고 밝혔다.

시신을 항공기로 운송하기 위해선 국제항공 화물규정(IATA)에 의해 반드시 부패와 감염을 막기 위한 '엠바밍' 처리를 해야한다. 또 시신의 경우 '특수화물'로 분류돼 자리를 예약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일반 승객이면 오늘 빈자리가 있으면 바로 탈 수 있지만, '화물'의 경우 최소 2~3일 전 예약을 해야 하는데 직항편이 매일 있는 국가는 다행이지만, 노선 자체가 매일 운항하지 않는 곳은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동영상 설명, 이태원 사고: 슬픔과 비탄에 빠진 생존자와 유가족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