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 주목 받는 그린바이오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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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Epic Cleantec

인분 속의 양분은 보통 바다를 표류하거나 매립지에 버려진다. 그런데 최근 화장실에서 그냥 물로 흘려버리는 것 대신, 인분을 보다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푸에르토리코 열대 우림 속 유기농 농장 '핑카 가이아'. 이곳에 있는 바이오 화장실에 들어가니, 대나무를 느슨하게 엮은 벽 사이로 무성하게 자란 아보카도 나무와 질경이가 보였다. 머리 위에선 새들이 지저귀고 있었고, 발 밑에는 정화조로 연결되는 배관이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 있는 푹신한 변기 의자, 부드러운 화장지, 활짝 핀 튤립향 등을 보면, 이곳도 뉴욕의 여느 감각적인 화장실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내부의 작동 방식은 전형적인 서양 화장실과 완전히 달랐다.

볼 일을 끝낸 뒤, 물을 내리지 않았다. 대신 상자에서 나무 조각을 한 바가지 퍼서 변기 아래 양동이에 뿌려야 했다.

마누엘 페레즈 가족이 이곳에 바이오 화장실을 만든 이유는 두 가지. 우선 이곳 지하에 정화조나 관을 묻으면 정글을 많이 파괴해야 한다. 핑카 가이아는 도시의 하수관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둘째, 페레즈 가족은 인분은 식물에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는 완벽한 물질이기에 흙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화장실 양동이가 가득 차면, 그들이 배설물을 낙엽이나 다른 식물과 섞어 구덩이에 넣는 이유다. 그렇게하면 인분은 비옥한 흙으로 변신한다.

그는 "사람들은 인간 배설물을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일 나무를 키울 때 사용할 수 있는 완벽한 영양소 덩어리인데, 왜 그걸 그냥 버리죠?"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열대 우림 속 목장은 인분을 퇴비로 만들기에 적합한 곳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만 배설물 재활용 시도가 진행되는 게 아니다. 공공 하수처리 시설이 없는 커뮤니티나 작은 생태 마을에서 대도시까지, 다양한 곳에서 우리 몸의 신진 대사물(일반적으로는 배설물)을 그냥 버리지 않고 사용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인분은 실제로 식물 성장에 도움이 되는 강력한 비료다. 수세식 변기에 버리지 않고 퇴비로 만들면 물도 아낄 수 있다.

기후 변화와 물 부족 시대에 현명한 대처법이다. 밭에서 강과 호수로 씻겨 나갈 수도 있고 만들 때 화석 연료가 들어가는 합성 비료 사용 또한 줄어든다. (하버-보쉬 프로세스는 질소가 풍부한 비료 암모니아를 합성할 때 400-650도의 열과 매우 높은 압력이 필요하다. 이 열과 압력은 화석 연료를 사용해 만드는데, 여기서 전 세계 CO2 배출량의 약 1.8%가 나온다.)

마누엘 페레즈는 인분을 식물에 양분을 공급할 원천으로 보기 때문에, 농장에 인분으로 퇴비를 만드는 화장실을 설치했다

사진 출처, Lina Zeldovich

사진 설명, 마누엘 페레즈는 인분을 식물에 양분을 공급할 원천으로 보기 때문에, 농장에 인분으로 퇴비를 만드는 화장실을 설치했다

인분을 재활용한다는 게 비위생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시도는 최근 주목받는 순환 위생이라는 분야다.

필라델피아 소재 순환 위생 시스템 설계 기업 '포인트 오브 시프트'의 설립자인 켈시 맥윌리엄스는 "사람들이 기존 방식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순환 위생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다면, 전 세계의 인분을 보다 지속 가능하게 처리하는 방법이 나올 것이다. 실제로 지구는 인분 처리와 관련된 문제로 신음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1인당 하루에 450g 정도씩 배출하는 인분은 여러 측면에서 환경을 오염시킨다. 특히 위생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는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채 인분이 식수로 흘러들어가 질병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매년 50만 명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는다.

기술적 처리 시스템으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것도 있다. 영양분 문제다. 우리가 토양을 사용해 식재료를 재배하고 먹고 배설하는 과정은 사실 지구의 영양소를 재분배하고 순환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과일이나 채소는 자라면서 땅에서 질소, 인, 칼륨 등의 영양소를 흡수한다. 우리가 이들을 먹을 때, 그 양분 중 일부만 체내에 흡수된다. 상당히 적은 양만 몸에 남고, 나머지는 소화관을 타고 잠재적 비료로 배출되는 것이다.

그런데 하수 처리장은 인분을 바다로 방출하기 전에 병원성 박테리아는 씻어내지만, 일반적으로 이러한 영양소를 걸러내지는 못한다. (그러나 일부 고급 장비는 이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 그래서 배설물에 남은 양분이 강이나 바다로 흘러가면 엉뚱한 곳에 영양분을 공급하게 된다.

예를 들어 물고기를 죽이는 유독한 해조류를 개화시키는 것이다. 또한 해안가 산호초를 질식시키고, 일반적으로 조수 상승의 완충지대가 되는 해안 습지를 파괴한다. 이는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큰 문제가 된다. 또한 과도한 질소는 습지의 과잉 성장을 유도해 결국 습지를 썩게 만든다.

해양생태학자인 스테파니 웨어는 "세계 습지의 30% 이상과 상당량의 산호초가 인분 하수로 오염됐다"고 말했다. "산호초는 섬세한 생태계이기 때문에 소량의 배설물에도 커다란 피해를 입습니다."

비료 '블룸'은 워싱턴 DC의 하수 처리장에서 나오는 처리물로 만들어진다

사진 출처, Lina Zeldovich)

사진 설명, 비료 '블룸'은 워싱턴 DC의 하수 처리장에서 나오는 처리물로 만들어진다

기술력으로 걸러낸 바이오 솔리드도 문제가 된다. 하수를 잘 처리한 후 남은 이 물질은 소각되거나 다른 쓰레기와 함께 매립된다. 온실 가스를 방출하며 끝나는 것이다. 때로는 "오수처리용 작은 못"에 그냥 축적되기도 한다. 이는 환경적으로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낭비다.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농지는 농작물을 기른 후 양분이 고갈된다. 그래서 농부들은 줄어든 양분을 보충하기 위해 합성 비료를 뿌린다.

바다로 흘려보내는 인분을 퇴비로 만들면 되는데,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합성 비료에 돈을 쏟는 것이다. 웨어는 "시스템이 돌아가는 방식을 보면 기가 찰 것"이라며 "화장실에다 돈을 버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인분 등의 하수 속 양분을 토양에 되돌려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인분으로 퇴비로 만들 농장을 가질 수는 없다. 하지만 개인 주택에서 아파트 건물 및 대도시 등 규모에 맞게 쓸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이 시도되고 있다.

맥윌리엄스는 미국 내 소규모 고객(생태 마을 및 캠프장)과 협력해 배설물을 나무나 화단에 쓸 퇴비로 변환하는 화장실을 만들고 있다.

수세식 화장실이 드물고 구덩이 등을 파서 볼일을 처리하는 몇몇 아메리카 원주민 보호구역도 협업 대상이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경우 실내 배관 체계를 갖추지 못한 비율이 백인 미국인보다 19배 정도 높다.)

그는 "나의 고객들은 지저분한 간이 화장실을 악취 안 나고 파리도 들끓지 않는 곳으로 바꿔 그 안에 쌓이는 것을 자연에 되돌려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페레즈처럼 톱밥과 농사에서 나오는 식물로 냄새를 줄이고 퇴비를 만든다.

그런데 나무조각과 톱밥은 도시에선 쓰기 어렵다. 그래서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에픽 클린텍'은 아파트에서 쓸 수 있는 기술을 만들었다.

주민들이 배출한 오수는 하수처리장으로 가는 게 아니라 에픽 클린텍의 시스템으로 보내져 고형물과 물을 분리해낸다. 분리된 물은 정화 과정을 거쳐 식물을 키우거나 수세식 화장실, 세탁 등에 쓰인다. 분리된 바이오 솔리드는 특수 시설에서 열처리 및 산화 처리를 통해 냄새와 병원균을 제거한다.

이 회사의 설립자인 아론 타르타코프스키는 이 시스템 장점은 병원균이 더 많이 번식하기 전에 하수에서 오염물을 제거해내는 점이라고 말했다.

"보통 배설물이 하수구에 몇 시간에서 며칠간 있다보니 병원균이 엄청나게 많아집니다. 하지만 우리는 배설물이 화장실에 들어간 직후 그것을 처리하기에, 하수 처리장에 비하면 병원균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죠."

그렇게 해서 나온 최종 결과물은 수분과 냄새가 없고, 탄소 및 질소가 풍부한 흙 형태의 비료다.

지금까지 에픽 클린텍은 뿌린 뒤 토양에 나타나는 특성을 분석하기 위해 작은 연구용 온실에서만 이 인분 비료를 사용했지만, 조만간 공원에도 이 흙을 사용할 계획이다. "현재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공원에 뿌리기 위해 시청 공원 담당 부서와 협의하고 있어요. 우리는 이 프로그램을 '샌프란시스코 주민들을 위한 샌프란시스코 주민들의 흙'이라고 불러요."

미시간주에 있는 '라이스텍'의 공장에선 농업용으로 쓰이는 A급 바이오 솔리드를 생산한다

사진 출처, Lystek

사진 설명, 미시간주에 있는 '라이스텍'의 공장에선 농업용으로 쓰이는 A급 바이오 솔리드를 생산한다

캐나다 기업인 '라이스텍'은 시 규모에서도 사용 가능한 솔루션을 만들었다. 날카로운 칼날로 하수 속 모든 미생물을 파괴하고 살모넬라균이나 대장균 같은 병원균까지 갈아버리는 거대한 하수 처리 시설을 만든 것이다. 그렇게 처리를 거친 물질은 인근 농장으로 보내진 뒤, 소에게 먹일 풀이 자라는 토양에 뿌려진다.

설립자이자 온타리오 워털루 대학 연구원인 에이제이 싱은 그가 사는 마을에서 나오는 오수 대부분이 트럭을 사용해 다른 곳으로 옮겨진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이 솔루션을 개발했다.

그는 "기존에는 석유로 달리는 트럭이 98%가 물인 액체 폐기물을 싣고 다녔다"고 말했다. "저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하수 스무디'라고 부르는 것을 만들었죠."

이 기술은 이미 캐나다, 미국, 중동의 여러 도시에서 사용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이 기술의 적용권에 있는 인구수는 170만 명이다.

워싱턴DC의 하수 처리장인 'DC 워터'는 미국 수도 전체의 "하수"를 처리한다. 이곳에서는 하수를 148도로 가열하고 대기압의 6배로 압축해 모든 병원균을 없앤다.

이 과정을 거친 하수는 생물 소화 탱크에서 몇 주간 다양한 박테리아의 소화 작용을 거쳐 찐득찐득한 진흙 상태가 된다. 그리고 이 진흙은 3주간 건조 작업을 거쳐 '블룸'이란 이름의 비료가 되어 비영리단체 '블루드롭'을 통해 판매된다.

보통 블룸은 농부들이 구매하지만, 조경업자나 건설회사도 토양의 표토(가장 최상부 흙)를 위해 블룸을 구입한다. 도매 고객에겐 보통 트럭 단위로 팔지만, 10kg나 20kg 규모의 가정용 블룸도 있다.

블루드롭의 마케팅 이사인 에이프릴 톰슨은 블룸에는 철 성분이 많아 잔디를 키우기 좋아서 골프장도 많이 구입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월에는 매출 신기록을 세웠고, 올해 지금까지 판 게 2020년 한 해동안의 판매량보다 많다"고 말했다. "벌써 4만4000톤이나 팔렸어요. 입소문을 타던 중에 비료 가격도 올라서, 이 제품을 찾는 농장이 크게 늘었죠." 비료 수요가 정점을 찍은 지난 봄, 블룸이 매진되는 바람에 농부들은 워싱턴DC 주민들이 더 많은 배설물을 만들어내기를 기다려야 했다.

유기농 농가가 인분 비료를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바이오 솔리드는 질소, 인, 칼륨이라는 비료의 3요소가 풍부하다. 또한 식물의 건강과 성장을 위해 필요한 마그네슘과 나트륨 같은 영양분이 들어 있고, 이러한 영양분이 식물에 잘 흡수되게 돕기도 한다.

엔지니어링 기업 '블랙앤비치'의 바이오 솔리드 전문가인 린 모스는 "우리는 바이오 솔리드를 토양을 위한 종합 비타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바이오 솔리드는 식물에 필요한 철분과 아연을 함유하고 있는데, 바이오 솔리드가 없으면 농부들은 인위적인 다른 방식으로 토양에 이를 보충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바이오 솔리드를 토양에 뿌리면 다른 영양소도 공급하게 되죠."

'DC 워터'는 워싱턴DC에서 나오는 오수를 처리해 블룸이라는 비료를 만든다

사진 출처, Lina Zeldovich

사진 설명, 'DC 워터'는 워싱턴DC에서 나오는 오수를 처리해 블룸이라는 비료를 만든다

모스는 인분 비료를 뿌리면 토양 구조가 바뀌어 회복력이 올라가고 침식이 방지되며 수분 균형이 유지된다고 했다. 또한 흙이 더 푹신푹신 해지고, 홍수 때는 물의 투과성이 올라간다. 역으로 가뭄이 들면 수분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토양도 부드러워져 나무의 성장을 촉진하고 수확량 증가에도 기여한다고 한다.

모스는 "오늘날 미국뿐 아니라 여러 국가의 농업에서 유기물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바이오 솔리드는 유기물을 복원할 수 있습니다. 생산력이 떨어진 열대 토양에 바이오 솔리드를 뿌리면 합성 비료를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지력이 복원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요."

즉 배설물과 관련해 영양소를 바다에 그냥 버리지 않고 이를 순환 농업 복원에 사용한다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해양 오염을 줄이는 동시에 토양을 재건하고 합성 비료의 사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 당장 모든 건물 관리인이나 지자체가 이런 기술을 도입하지 않을까? 한 가지 장벽은 돈이다. 지속 가능한 기술(특히 신기술)은 자본이 필요하다. 때문에 세금에 의존하는 지자체가 이 기술에 투자하는 데는 제한이 따른다.

또 다른 장애물은 사람들이 배설물이나 하수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환경 관련 과제도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선 토양에 뿌리는 인분은 미국 환경보호국으로부터 "A 등급"을 받아야 한다. 중금속과 의약품 또는 유해한 화학 물질 등이 없거나 의미있는 수준이 아님을 검증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산업체 공장에서 나오는 폐수를 처리하는 하수 처리장은 이 기준에 부합하는 인분 비료 또는 하수 비료를 만들기 힘들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이 나온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인간의 배설물을 재활용하는 기술은 현대적인 생활 방식에서 사라진 순환 농업을 복원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웨어는 "이것은 포괄적인 재활용 체계를 만들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지구는 자원이 무한한 행성이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고갈된 것을 회복시키고 사용한 것을 재사용하는 시도를 시작해야 해요. 음식을 먹고, 배설하고, 그 배설물에서 자원을 챙겨 다시 음식의 재료를 키워내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