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누리 발사: '우주경제' 준비하는 한국…기대와 한계는

- 기자, 구유나
- 기자, BBC 코리아
한국이 지난 6월 순수 국산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에 성공하면서 발사체·위성·우주탐사·위성항법 역량을 모두 갖춘 '우주 강국'으로 도약했다. 국내 최초 달 탐사선 다누리 발사까지 앞둔 지금, 한국은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다.
5일 오전 8시 8분(한국시간) 달 탐사선 다누리가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미국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다.
'누리호'와 '다누리' 발사에 담긴 의미
다누리는 누리호에 이어 한국 우주 개발 역사상 또 한번의 '최초'를 기록할 전망이다.
국내 최초 우주발사체로는 한국과 러시아가 공동개발해 2013년 1월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가 있었지만, 순수 국산 기술만으로 개발해 발사에 성공한 것은 누리호가 처음이다.
나로호가 러시아의 핵심 엔진 기술을 빌린 반면 누리호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주도하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현대중공업 등 민간 기업 300여 개가 참여한 순수 '한국형 발사체'다.
누리호 발사 성공을 기점으로 한국은 '세계 7대 우주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자국 기술만으로 1톤급 이상의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러시아·미국·유럽·중국·일본·인도 등 6개국의 뒤를 이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누리의 경우 국내 기술로는 지구에서 달까지 먼 거리를 갈 수 있는 발사체를 쏘아 올릴 수 없어 스페이스X의 도움을 받긴 하지만, 우주 탐사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다누리를 통해 확보한 기술과 자료는 추후 달 착륙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우주경제 시대 개막?...'길게 봐야'
'우주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항공우주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데에는 사회적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6일 대전시 항우연 연구동을 찾아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위성 기술과 발사체 기술을 동시에 갖춘 세계 7대 우주 강국이 됐다"며 "본격적인 우주 경제시대를 열기 위해 정부도 과감하게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말하는 '우주경제'란 "우주를 탐험하고, 이해하고, 관리하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인간에게 가치와 혜택을 창출하고 제공하는 모든 활동과 자원의 사용을 의미한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기존 '우주 강대국' 간 현격한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꾸준한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2020년 기술수준평가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우주발사체 개발 및 운용 기술을 100%이라고 했을 때 ▲유럽연합(EU)은 92% ▲중국·일본은 85% ▲한국은 60%에 그쳤다. 우주 탐사 및 활용 기술은 ▲EU 90% ▲일본 84% ▲중국 82.5% ▲한국 56%이었다.
안재명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BBC 코리아에 발사체 고도화 등 우주 진출을 위한 '기본 역량'을 강화하는 것과 더불어 후발주자로서 창의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사실 발사체 서비스와 위성 개발 및 판매는 전체 우주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가 채 안 된다"며 "매출의 90% 이상은 방송이나 지구 관측 서비스 등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활용 분야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새 정부 국정과제에도 '우주강국 도약 및 대한민국 우주시대 개막'이라는 과제 하에 항공우주청 신설 추진, 우주산업클러스터 지정 및 육성,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업계의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부분은 '항공우주청' 설치다. 오래전부터 필요성이 제기되던 '우주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전에는 국방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위사업청 등 다양한 부처에서 조금씩 나눠 맡던 우주·항공 사업을 별도의 독립적 조직을 통해 관리하는 것이다.
이희남 순천대 기계우주항공공학부 교수는 "항공우주 분야에도 힘이 있고, 장기적인 플랜을 세울 수 있고, 안정적으로 독립된 예산을 쓸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경남 사천으로 결정된 입지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있었기 때문에 의견 수렴을 충분히 해서 신중하게 결정했어야 하는데 강행한 느낌이 있다"며 "항공·우주 중소기업들이 사천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업계를 떠나는 연구원이 많아질까봐 우려된다"고 했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한국에서도 '스페이스X' 나올 수 있을까?
한국에서 진행되는 항공우주 프로젝트는 매우 제한적이다. 지금까진 정부출연 연구원이 주도해왔다.
업계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AI'가 민간 부문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나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두 기업은 항우연의 '누리호 고도화 사업' 입찰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업을 따낸 기업은 2027년까지 누리호를 네 차례 더 발사하면서 기술을 이전받는다. 민간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의 시작인 셈이다.
'뉴 스페이스' 시대에는 업계 처우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항우연 노조는 누리호 발사 성공 후 성명서를 내고 "누리호 2차 발사 성취를 만들어 낸 것은 현장 연구자들인데, 정작 남는 게 없다"며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업계 내 '최고의 일자리' 중 하나로 손꼽히는 항우연에서조차 불만이 터져나오는 상황. 중소기업의 상황은 더욱 열악할 수밖에 없다. 결국 전공자들조차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업계를 떠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이 교수는 "이번 누리호 발사 때 참여한 300개 기업 중에도 (사업 규모가) 작고 (운영이) 어려운 곳이 많다"며 "국가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이를 정권이 바뀌더라도 흔들림 없이 이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