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읽는 미래 전투기 '템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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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마이클 뎀프시
- 기자, BBC 기술 비즈니스 전문기자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스핏파이어(Spitfire)'를 몰던 조종사들은 전투기의 뛰어난 반응력 덕에 마치 연장된 신체 일부처럼 느껴졌다고 묘사한 바 있다.
그러나 2030년대 전투기 조종사들은 전투기와 이보다 훨씬 더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바로 조종사의 마음을 읽는 전투기의 등장이다.
현재 영국의 BAE시스템스와 함께 롤스로이스, 유럽의 MDBA,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사 등은 차세대 전투기 '템페스트'를 개발 중이다.
먼저 템페스트의 주요 특징으로는 인간 조종사의 스트레스가 극심하거나 당황한 상황에서 이들을 돕는 인공지능(AI)을 꼽을 수 있다.
조종사 헬멧의 센서는 뇌 신호를 비롯한 여러 의학 데이터를 모니터링한다. 따라서 여러 비행을 거치면 템페스트의 AI는 생체 및 정신 작용 정보를 대량으로 축적하게 된다.
조종사 개인별 특성을 담은 이 데이터를 통해 도움이 필요할 경우 AI가 개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엄청난 압력으로 인해 조종사가 의식을 잃으면 AI가 대신 조종하는 것이다.
올 7월 영국에서 열렸던 판버러 국제 에어쇼에서 BAE시스템스는 2027년까지 랭커셔주 워튼에 있는 공장에서 이러한 기술 중 일부를 시험할 비행 시연을 선보일 계획을 밝혔다.
템페스트는 다양한 디지털 전투기 기술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60개에 달하는 다양한 시연 프로젝트가 예정됐으며, 이중 몇몇은 완전히 소프트웨어 기반 기술만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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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 2018년 처음 공개됐을 때 비해 템페스트의 외관은 더 다듬어진 모습이다. 무엇보다도 무게가 줄었으며 윤곽은 얇아졌다.
템페스트는 제조 업체들이 '부가물(adjunct)'이라고 부르는 무인 전투 드론을 측면에 데리고 비행하게 된다.
이러한 기술 발전을 이루기 위해선 완전히 처음부터 새로운 모니터링 및 제어 시스템을 구축이 필요해 보인다.
존 스토커 템페스트 비즈니스 개발 책임자 "기술의 변화 속도에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엔 국방비 지출이 기술 발전을 주도하고 상용 기술이 그 뒤를 따랐습니다. (그러나) 이젠 상용 기술이 앞설 때도 있습니다."
스토커 책임자는 스마트폰에 앱을 다운로드하는 것만큼이나 쉽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장착한 새로운 전투기를 내다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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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제트기 제조 공정의 많은 부분이 자동화될 것으로 보인다. 생산설비의 로봇이 공급업체와 데이터를 공유하면서 빠른 부품 공급도 가능해진다.
한편 BAE시스템스와 이탈리아 대표 방산기업 레오나르도사는 일본 미쓰비시사와도 협력할 예정이다. 미쓰비시가 개발 중인 'F-X' 차세대 전투기 기술과 템페스트는 겹치는 부분이 많다.
일본 기업과의 협업은 유럽 항공우주 기업으로선 새로운 경험이다. 그러나 차세대 전투기 개발에 디지털적 요소가 많아지면서 이러한 더 큰 협력이 가능했다.
스토커 책임자는 "디지털 환경에선 훨씬 작업을 빨리 진행할 수 있다. 협업도 더 쉽다. 서류 가방을 들고 도쿄와 워튼 사이를 왔다 갔다 하지 않아도 된다"며 농담조로 말했다.
전문적인 기술에 대해 영어와 일본어로 유창하게 소통할 수 있는 통역사와 직원들로 구성된 팀이 미쓰비시의 'F-X' 프로젝트와의 협업을 이어주고 있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있는 레오나르도사의 레이더 부문 팀 또한 미쓰비시와 협력하고 있다.
전송한 전파가 목표물에 부딪히며 반사된 신호로 목표물의 위치, 방향 등을 파악하는 레이더는 센서 데이터를 이용하는 디지털 레이더에 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센서가 수집하는 세부 정부는 인간의 뇌가 처리하기엔 그 양이 너무 많다. 이에 따라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처리하는 데 있어 AI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템페스트의 AI는 일종의 문지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즉 전해지는 정보가 너무 많아져 조종사가 압도돼버리는 현상을 막아주는 것이다.
한편 유럽의 무기 제조 회사인 MBDA가 전체 템페스트 프로젝트 총괄을 함께 맡고 있다.
템페스트가 바로 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지만, 더 긴급한 목표물로 방향을 재조정하기 위해선 측면의 무인 전투 드론에 넘겨질 때도 있다.
이를 위해선 새로운 엔진이 필요하다. 롤스로이스사가 맡은 템페스트의 엔진은 단순히 비행에 동력을 공급할 뿐만 아니라 복잡한 디지털 시스템 전체에 동력을 공급해야 한다.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다 보면 마치 과부하가 걸린 노트북처럼 전투기 온도가 올라갈 수 있다.
이에 롤스로이스의 엔지니어들은 템페스트의 디지털 시스템이 가동될 수 있게 충분한 에너지를 발생시키면서도 열을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지 고심하고 있다.
롤스로이스의 존 워델 미래 프로그램 책임자는 "시스템 전반에 동력을 공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영국 정부는 이미 템페스트 프로젝트에 20억파운드(약 3조1400억원)를 투자했으며, 제트기 운행이 시작되기 전까지 투자금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누가 생각해봐도 확실한 질문 하나가 남는다. 왜 기존의 '타이푼' 전투기를 더 많이 제작하지 않고 새로운 전투기를 개발하려고 하는 것일까.
먼저 BAE시스템스는 2040년까지 영국과 동맹국은 새로운 위협 및 더 정교해진 무기를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이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템페스트 등 기술을 더욱 발전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타이푼기의 성공적인 수출은 영국 정부가 템페스트 개발에 열광하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
BAE시스템스의 주장에 따르면 120억파운드 국가 지원 덕에 영국은 타이푼 수출로 210억파운드를 벌어들였으며, 관련해 일자리 2만여 개가 창출됐다고 한다.
당연히 이번 전투기 제조에 참여한 기업과 영국 정부 역시 템페스트로도 유사한 성공을 맛보길 고대하고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