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 전 세계 곳곳서 '더는 못 살겠다'...식량 배급 의존하거나 떠나는 사람들

식량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이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한 기온이 증가하면서 흉작이 잇따르고 있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상품과 인력 수급에 차질이 생겼다.

이에 더해 세계은행(WB)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스 공급이 차단되고 비료 가격이 치솟으면서 전 세계가 경기 침체에 들어설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5개국의 BBC 현지 특파원이 최근 전 세계 물가 상승이 사람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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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농업강국'이란 말이 무색, 텅빈 주민들의 냉장고

분석: 케이티 왓슨 BBC 브라질 특파원

집에서 직접 비누를 만들고 있는 올리베이라
사진 설명, 집에서 직접 비누를 만들고 있는 올리베이라

브라질 상파울루 아라라콰라에 사는 로시안 이나시오 불헤스 데 올리베이라는 생필품을 사기도 벅차다고 했다. 자녀 넷을 둔 올리베이라는 이제 배급품과 할인 식품에 의존한다.

올리베이라가 냉장고를 열어 보여줬다. 먹다 남은 음식이 담긴 냄비 하나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 또한 "직장 상사가 콩과 베이컨으로 만든 음식을 버리려던 참에 얻어온 음식"이라고 했다.

지난해 브라질의 생필품 및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두 자릿수에 달했다. 농업 강국 브라질이지만, 국민 4명 중 1명은 식량을 충분히 구하지 못한다.

급여는 오르는 식량 가격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 및 비료 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로 농작물 생산 비용은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소비자들에 연쇄적으로 영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리베이라의 집에선 고약한 냄새가 났다. 집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 또한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또한 식용유 가격이 치솟자 올리베이라와 아버지 이란디는 식용유를 비누로 재사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내게 됐다.

뉴질랜드: 호주로 떠나가는 사람들

분석: 샤이마 칼일 BBC 호주 특파원

하모니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물가 상승으로 뉴질랜드에서 호주로 이주했다고 밝혔다
사진 설명, 하모니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물가 상승으로 뉴질랜드에서 호주로 이주했다고 밝혔다

뉴질랜드의 수도 웰링턴은 부동산 가격이 가장 비싼 도시 중 하나로 손꼽힌다. 월세 또한 작년만 해도 12% 오르면서 세입자들 눈앞에 닥친 현실은 암울하기만 하다.

이에 더불어 석유와 식량 가격도 오르면서 많은 뉴질랜드 사람들이 호주로의 이민을 고심하고 있다. 호주에선 삶을 꾸리고 일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에서 건축업자로 일하던 크리스와 아내 하모니는 딸 넷을 데리고 살던 웰링턴을 떠나 호주 브리즈번에서 새 삶을 시작했다. 이들 가족의 명의로 된 집도 있고 월급도 괜찮은 수준이었지만, 여전히 삶은 녹록지 않았다.

크리스는 "아이가 넷이라 돈이 많이 든다. 호주에서도 생활비가 점점 더 비싸진다고 말하지만, 지금 호주 물가가 뉴질랜드 5년 전 물가"라고 말했다.

하모니에게 고국 뉴질랜드와 가족을 두고 떠나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해선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모니는 "뉴질랜드에선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 삶이 없다. 퇴보할 뿐"이라면서 "살고 싶다면, 주민들이 이민을 가던가, 뉴질랜드가 바뀌어야만 한다. 내 아이들에게 미래가 있길 바라지만, 뉴질랜드엔 미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뉴질랜드 정부가 연료 보조금을 지원하고 대중교통 요금 반값 할인 등 몇몇 단기적인 조치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충분치 않다는 게 여러 주민들의 생각이다.

이탈리아: 에너지 가격 2배 오르면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사람들

분석: 제시카 파커 BBC 유럽 특파원

이탈리아 브레시아의 주물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미렐라와 루카스
사진 설명, 이탈리아 브레시아의 주물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미렐라와 루카스

철강업은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브레시아의 심장과도 같다.

지난 15년간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등 각종 역경을 견뎌온 브레시아의 철강업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코로나19 지역 봉쇄로 철강 무역은 더욱 차질을 겪고 있다.

미렐라와 루카스는 브레시아의 한 주물 공장에서 만난 사이다. 이들의 임금은 변화가 없지만 식량, 석유, 에너지 가격은 치솟고 있다.

미렐라는 "최근 다른 사람들처럼 전기와 관련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집에 있지도 않은데 전기요금이 2배가 됐다"고 말했다.

루카스 또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저금도 많이 못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들이 일하는 주물 공장에는 계속 주문이 들어오고 있지만,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남동부 마리우폴에서 들여오는 주요 원자재가 부족한 현실이다.

가나: 식수 비용이 한 주 예산을 갉아먹는 현실

분석: 놈사 마세코, BBC 서아프리카 특파원

가나 수도 아크라의 한 지역 시장에서 채소를 구매하는 마크 임프레임(우측)
사진 설명, 가나 수도 아크라의 한 지역 시장에서 채소를 구매하는 마크 임프레임(우측)

마크 임프레임은 가나에서 케이터링 사업을 운영한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나라 중 하나다. 임프레임은 지역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요리인 '졸로프 라이스'(볶음밥과 유사)에 필요한 채소를 구매한다.

그러나 최근 몇 달간 비용이 2배 올랐다고 한다.

임프레임은 토마토 한 통에 적힌 가격표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토마토 한 통은) 원래 20세디(약 3100원)이었지만 이젠 40세디"라는 임프레임은 "그렇다면 판매하는 음식 가격도 2배 올려받아야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손님들이 발길을 끊을 것이다. 그래서 품질을 낮추는 식으로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임프레임의 1주간 비용을 갉아먹는 또 다른 원인은 바로 식수이다. 가나 세디가 평가절하되면서 식수 가격은 지난 4개월간 2차례나 인상됐다. 고객으로의 비용 전가가 불가피하다는 게 식수 공급 업체들의 설명이다.

태국: 쌀 수출을 위협하는 비료 가격

분석: 조나단 헤드 BBC 동남아시아 특파원

태국 중부 수판부리의 논에서 만난 분추아이 솜숙
사진 설명, 태국 중부 수판부리의 논에서 만난 분추아이 솜숙

장맛비로 반짝이는 태국 수판부리의 논에서 벼 농사꾼 분추아이 솜숙과 이웃들은 비료를 뿌리고 있었다. 수확량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다.

태국의 쌀은 품질이 좋기로 유명하며, 수도 방콕 북쪽의 수판부리에서 수확한 쌀은 대부분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으로 수출된다.

솜숙이 빚을 기록한 장부에 따르면 여전히 작년부터 400파운드(약 62만원) 정도의 빚이 남아있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쌀 가격은 낮아지고 비료 가격은 상승하면서 올해 수확이 끝난 뒤에도 빚을 청산하긴 어려워 보인다.

작년 4월 태국에서 비료 가격은 550바트(약 1만9000원)이었지만, 올해는 이보다 3배 더 비싸다. 태국은 비료 원재료의 90% 이상을 외국에서 들여온다.

이에 태국 정부가 비료 가격을 글로벌 수준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가격 상한선을 정해 놨지만, 업체들은 계속 손해를 보고 있기에 지속할 수 없다고 말한다.

태국의 농부들은 전 세계로 수출할 정도로 쌀을 충분히 생산하기 위해 많은 비료가 필요하다. 계속 벼농사를 이어 나가기 위해선 비료 가격이 반드시 떨어지거나 쌀 가격이 올라야 하는데, 이 또한 쌀에 의존하는 많은 나라에 우려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