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으로 확산된 인도의 교육 불평등

10살 소녀 락스미(왼쪽)와 어머니, 여동생

사진 출처, SHIV KUMAR

사진 설명, 10살 소녀 락스미(왼쪽)와 어머니, 여동생

10살 소녀 락스미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지 못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처음으로 인도를 강타했던 지난 2020년 초, 락스미가 다니던 학교는 문을 닫았고, 이제 락스미의 부모는 더 이상 딸을 학교에 보낼 여유가 없다.

락스미는 1년에 21파운드(약 3만원) 학비를 내고 인근 학교에 다녔다. 락스미의 부모님은 친지들에게 돈을 빌려 학비를 마련해왔다.

학교는 현재 다시 수업을 재개했다. 옆 마을엔 공립 학교도 있었지만, 락스미의 부모님은 딸의 등하굣길이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해 인근 사립학교를 선택했다.

공립학교의 상대적으로 낮은 교육 수준과 화장실 시설 부족도 부모의 걱정거리였다.

락스미의 엄마 렉하 사로즈는 "딸이 셋 있는데 락스미가 맏이다. 락스미가 학교에 다니면, 그래서 교육을 받으면 우리와는 다른 삶을 살리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저와 남편은 거의 버는 돈이 없지만, 아이들은 우리와 다른 삶을 살았으면 했어요."

전 세계 여느 학교에서나 마찬가지로 인도의 선생님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온라인 수업 환경에 적응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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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전 세계 여느 학교에서나 마찬가지로 인도의 선생님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온라인 수업 환경에 적응해야만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도 아동 교육의 민주화를 위한 새로운 온라인 교육 플랫폼이 여럿 출시됐으나, 인도 내에서도 가장 가난한 가정들은 이러한 플랫폼에 쉽게 접근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이다.

사로즈는 "수업이 디지털화되면 좋을 수 있겠지만 우리 같은 가정은 어떠한가? 돈이 없어 인터넷에 접근할 수 없는 우리는 좋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물론 공립 학교 학생들을 위한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도 있다. 32개 언어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온라인 교육 서비스 'DIKSHA' 등 학생들의 디지털 교육을 촉진하기 위해 몇 가지 방안이 개발됐다.

그러나 개발 의도는 좋았으나, 이러한 노력이 팬데믹으로 학교가 문을 닫은 동안 아이들에게 끼친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도의 연간 교육 현황 보고서(ASER)의 지난 2021년 연구에 따르면 조사를 시행한 일주일 동안 학교에서 어떠한 종류의 학습 자료나 학습 활동을 받았다고 응답한 학교 학생들은 40%에 불과했다.

어린 아이일수록 상황이 심각했다. 이들은 디지털 기술에 가장 접근성이 낮기 때문이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5~8세 아이들의 거의 3분의 1이 집에서 학습하기 위한 스마트폰에 접근할 수 없었다.

"(팬데믹 기간) 교사와 접촉할 수 있었던 가정은 대다수 부유한 계층이었다"라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인도에서 집에 스마트폰이나 컴퓨터가 없는 어린이들은 부유한 또래들보다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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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태생으로 인도를 연구하는 장 드레즈 경제학자는 "(인도 교육) 시스템은 주로 평등하지 못한 이 (학습의) 경주에서 쉽게 이길 수 있는 특권층 어린이들을 위해 고안됐다"라고 설명했다.

"인도 내 학교들은 거의 2년 동안 문을 닫았습니다. 부유한 부모들의 압력에 의해서 말입니다. 이들은 학교가 문을 닫아도 교육적으로 별로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집에서 온라인으로 공부시키면 되니까요."

"그렇지만 온라인 교육을 받을 수 없는 아이들은 학교 시스템에 의해 일정 부분 버림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도의 학교들이 다시 문을 열고 있지만, 그동안 벌어진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렇다면 갈수록 벌어지는 학습 격차를 줄이기 위해 기술이 도움이 될까.

미히르 굽타는 교사들이 수업도 하고, 수업 자료나 메시지를 학생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인 '티치민트'의 공동 설립자다.

도시와 마을 5000곳에서 교사와 학생 1000만명이 티치민트를 사용하고 있다는 게 굽타의 설명이다.

그러나 인터넷 연결이 안정적이지 않은 가난한 지역의 학생들에게는 아직 서비스가 원활하게 보급되지 않고 있다고 인정했다.

"우리는 일찍이 인터넷 대역폭이 인도 지역마다 다르다는 점이 큰 장애물이라고 깨달았습니다. 더 많은 교사에게 다가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티치민트의 서비스는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컴퓨터보다는 느린 인터넷 연결 환경과 모바일 장치에 최적화됐다.

한편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자선단체 '옥스팜 인디아'의 불평등 개선 캠페인을 이끄는 안젤라 타네자는 훨씬 더 많은 변화가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학습에 접근할 수 있는 가정의 아이들에게조차 원격 학습은 어려운 일이었다"라는 게 타네자의 설명이다.

집에서 학습하기 위한 "최적의 환경"이 마련되지 못한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여학생들은 집안에서 아들에게 학업에 필요한 "기기를 몰아주는 경향" 및 학업에 더불어 집안일을 떠맡는 경우가 있어 고통을 겪고 있다.

한편 인도 정부는 농촌 지역에 더 빠른 인터넷 연결을 제공하는 '바라트넷' 프로젝트 등으로 농촌 지역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 교육부 대변인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2012년에 시작된 바라트넷 프로젝트를 통해 공립학교 5만2567곳이 광대역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전히 인터넷 보급을 기다리고 있는 다른 학교들은 정부가 지원하는 TV, 라디오 서비스 등 다양한 교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바니와 어머니. 시바니는 10살 이후 학교에 가본 적이 없다

사진 출처, SHIV KUMAR

사진 설명, 시바니는 10살 이후 학교에 가본 적이 없다

인도 북부의 가난한 도시 우타르 프라데시 내 옥스팜에서 일하는 시브 쿠마르는 더 많은 아이가 정기적으로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돕는다.

"인도 마을의 상황은 암울하다. 부모들에게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라고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다"라는 게 쿠마르의 설명이다.

인터넷 연결이나 스마트폰이 없는 가정이 많은 게 현실이다.

이들을 돕기 위해 쿠마르는 '모할라'라는 수업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가정집을 방문해 아이들을 초대한 뒤, 오는 모든 아이에게 수업을 해주는 것이다.

쿠마르는 스마트폰을 사용해 아이들에게 힌디어 알파벳, 숫자 등을 가르친다.

이러한 형태의 보충 교육은 인도 시골 지역에서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그러나 일주일에 2~3시간 정도로 구성된 이러한 보충 교육은 지역 봉사자들의 노력에 의존하는 현실이다.

쿠마르는 "교육의 디지털화에 대해 다들 말하고 있지만, 생계를 이어 나가기도 어려운 지역 부모들에게 그것이 과연 가능한가"라고 물었다.

실제로 자신이 뒤처졌다고 느끼는 아이들이 많다. 우타르 프라데시 출신의 16살 소녀 시바니는 자신에겐 기회가 없을지 모른다고 걱정했다. 시바니는 10살 이후 학교에 가본 적이 없다.

"저는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제 꿈을 이룰만한 수단이 없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집에서 일하고 가족을 돌보는 것이 교육받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우리 마을의 많은 여자 아이들은 공부를 하지 못한다"라는 시바니는 "만약 우리가 공부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바뀔까"라고 질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