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채식주의 국가 아닌 인도에서 '육식 금지'를 외치는 인도 우파

인도의 우파 정당인 바라티야 자나타당(BJP당)의 지도자들은 힌두교 축제 기간에 정육점을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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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인도의 우파 정당인 바라티야 자나타당(BJP당)의 지도자들은 힌두교 축제 기간에 정육점을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기자, 아파나 올루리
    • 기자, BBC News, 델리

인도에서 다시 한번 음식이 정치적 이슈로 떠올랐다. 인도 우파 정치인들이 힌두교의 대표적인 축제인 '나브라트리 축제' 기간 델리 수도권 내 정육점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처럼 인도를, 심지어 힌두교도 전체를 채식주의자로 뭉뚱그려버리는 것은 인도 내 육식을 둘러싼 길고도 복잡한 이야기를 무시하는 일이다.

우파 정당인 바라티야 자나타당(BJP당, '인민당')의 파르베시 베르마 델리 지역 의원은 "다른 사람들이 힌두교의 축제를 존중해준다면, 우리 또한 그들의 축제를 존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BJP당은 현재 인도의 집권당이다.

베르마 의원은 이번 달 2일부터 9일간 열릴 '나브라트리 축제' 기간에 인도 전역의 상점을 폐쇄하자고 주장했다. 이 축제 기간에는 금식하거나 육식을 피하는 힌두교도가 많다.

그러나 인도 암아드미당(AAP당, '보통 사람의 당')이 이끄는 델리 주정부를 포함한 야당은 BJP당의 이러한 제안에 발끈했다. 버터를 바른 달콤한 치킨 카레와 입안에서 살살 녹는 스모키한 케밥으로 유명한, 음식을 사랑하는 수도 델리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베르마 의원은 이미 인도에서는 라마단(이슬람 금식 성월)을 기념하고 있으며, '이프타르'(라마단 기간 중 매일 그날 하루의 단식을 마치고 하는 첫 식사)에서 육식이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 무시하기로 작정한 듯하다.

또한 베르마 의원의 발언만 놓고 보면 마치 모든 정육점의 주인은 이슬람교도이며, 수도 델리를 포함한 인도 전역의 힌두교도들이 전부 '나브타리 축제'를 즐기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인도의 역사, 조사 자료, 시민들의 삶은 베르마 의원의 주장과 전부 상반된다.

인도의 식문화는 범위와 독창성 면에서 쉽게 편을 갈라 묶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즉, 몇몇 우파의 주장처럼 힌두교나 이슬람교, 채식주의자나 비 채식주의자 등으로 단번에 나눠버릴 수 있을 만큼 간단하지 않다는 뜻이다.

인도의 이코노믹타임즈 편집자이자 인도 식문화 작가인 비크람 닥터는 "인도의 전통은 그보단 더 복잡하므로 매우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인도는 매우 뿌리 깊은 육식 전통과 함께 매우 뿌리 깊은 채식 전통을 지닌 나라입니다. 양쪽 모두 중요합니다. 그러나 가끔 (한쪽을 옹호하기 위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받곤 합니다."

닥터 편집자는 인도에서는 육식을 옹호하는 쪽이 좌파라는 점이 아이러니하다고 덧붙였다. 서양에서는 주로 좌파 성향 집단이 자국 식문화에서 육식의 비율을 줄이고 좀 더 지속가능한, 기후 친화적인 식습관으로 바꿔 나가자고 주장한다.

닥터 편집자는 "인도 우파들은 채식주의를 무기화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인도 식문화에서 육류가 차지하는 부분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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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인도 내 음식을 둘러싼 갈등은 주로 쇠고기에 국한됐다. 소는 힌두교에서 신성시하는 동물로, 인도 내 대부분 지역에서 소 도축은 오랫동안 금기였다.

그러나 지난 2014년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나렌드라 모디 현 인도 총리가 이끄는 BJP 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쇠고기를 둘러싼 논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BJP당은 지지율이 높은 지역 내 모든 도축장을 폐쇄했으며, 이슬람교도 목축업자들을 향한 괴롭힘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 효과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델리 등 일부 도시에서는 메뉴판에 쇠고기가 그냥 '고기'로 표현되는 경우가 있으며, 수입 돼지갈비나 양고기를 취급하는 고급 육류 판매업자들은 따로 고기를 비축해두지 않는다. 또한 쇠고기를 먹을 때 반쯤은 농담으로 '쇠고기'라는 단어를 속삭이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상위 카스트에 속하는 힌두교도 대다수는 쇠고기를 먹지 않지만, 인도 전역의 달리트(인도의 카스트에 속하지 않는 불가촉천민 계급), 이슬람교도, 기독교인 수백 명은 여전히 쇠고기를 먹는 현실 상황에 맞지 않는다.

또한 인도 남부의 케랄라주처럼 쇠고기를 선호하는 지역도 있다. 케랄라주에선 아주 극소수만이 종교적인 이유로 쇠고기 섭취를 거부한다.

한편 인도의 식문화 역사를 연구하는 마노시 바타차랴 임상 영양학자는 기원전 7만 년부터 수렵육이 인도 식단에 필수 요소였다고 설명한다.

먼 옛날 인더스 문명 시기부터 고대 인도인들은 쇠고기와 야생 멧돼지 고기를 섭취했다. 기원전 1500년~500년 사이 베다 시대엔 동물과 소를 바치는 제사 의식이 흔했다. 사람들은 먼저 신에게 고기를 바친 다음, 축제를 벌여 고기를 먹었다.

즉, 인도 우파 세력이 종종 주장하는 바와 달리, 인도에 육식을 전파한 세력은 이슬람 왕조나 침략자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기존의 인도 식문화가 새로운 제국의 탄생이나 새로운 무역, 농업 방식 등에 대응하며 변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수 세기에 걸쳐 브라만(인도의 최상위 카스트) 등 특정 상위 카스트 계급의 식단에서 쇠고기, 뒤이어 육류가 사라졌다. 그 이유야 다양하지만, 오직 종교가 유일한 이유는 아니었다.

바타차랴 박사는 자신의 연구가 인도 남부의 브라만들이 적어도 16세기까지는 고기를 먹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북부 지역의 브라만들은 다른 상위 카스트 계급과 함께 무려 19세기 후반이 돼서야 육식을 포기했다.

식민지가 되면서 인도의 토지 사용, 농업 방식, 무역이 변화했으며, 인도에서는 기근이 발생했다. 이러한 식민주의가 쌀, 밀, 콩으로 대표되는 현대 인도의 식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으리라는 게 바타차랴 박사의 주장이다.

그러나 인도 식문화의 모든 규칙과 마찬가지로 육식에도 예외가 있다. 아직도 일부 브라만 집단은 고기를 섭취한다.

예를 들어, 인도 북부 카슈미르의 브라만들은 붉은 칠리를 많이 넣어 요리한 양 혹은 염소 요리인 '로간 조쉬'를 즐기며, 인도 동부 벵골과 서남부 코우칸 해안가의 브라만 가정집은 다양한 종류의 신선한 생선을 즐긴다.

인도인들은 '비 채식' 식료품 중 생선을 가장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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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인도인들은 '비 채식' 식료품 중 생선을 가장 선호한다

작년 인도 국립 표본 조사(NSS)에 따르면, 오늘날 소위 '비 채식' 식료품 중 쇠고기의 인기가 가장 낮았다. 생선의 인기가 가장 높았으며, 닭고기, 양고기가 그 뒤를 이었다.

인도인의 육식 규모를 정확히 밝히는 일은 쉽지 않다. 미국의 퓨 리서치 센터가 인도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채식주의자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39%는 '그렇다'라고 대답했으며, 81%는 '특정 고기를 먹지 않거나, 특정 요일에는 육식을 피하는 등 고기를 먹지만 제한을 둔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인도 정부는 이보다 더 낮은 조사 수치를 내놨다. 지난 2021년 조사에 따르면, 농촌과 도심 지역 응답자의 각각 4분의 1, 5분의 1만이 지난 한 주간 '고기(혹은 생선)를 먹은 적 있다'라고 답했다. 그렇다고 해서 나머지 응답자 모두가 반드시 채식주의자라는 의미가 아니라, 이들은 적어도 지난 7일간 육식을 한 경험이 없다는 의미이다.

하위 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은 육식을 드러내기 꺼릴 수 있으므로 이러한 조사에서 육식 인구 비율이 적게 책정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바타차랴 박사는 인도인들은 "고기 '또한' 먹는 채식주의자"라고 설명했다.

닥터 편집자 또한 이 표현에 동의했다. 그는 인도가 하위 계급은 여전히 고기를 먹어도 상위 엘리트 계급은 일찍부터 채식을 해온 거의 유일한 문화권이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는 인도에서는 고기가 언제나 '음식 중의 영웅'이라고 치켜세워지지 않는 한편, 고기를 포함한 다양하고 맛있는 식문화가 발달했다.

인도 서부 연안 고아주에 사는 닥터는 이 지역 요리를 "반(半)채식주의적"이라고 묘사하고 싶다고 했다. 고아주 특산 요리인 말린 새우를 곁들인 호박 카레는 영양가도 높고 풍미가 좋다고 한다.

"고아주에 오는 사람들은 고기만 찾습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고기를 자주 먹지 않습니다. 심지어 고아주에는 기독교 요리에도 고기나 말린 생선은 조금씩 들어간 콩 요리가 많습니다."

인도의 대표적인 쌀 요리인 비리야니는 인도에서 1초에 두 접시가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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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인도의 대표적인 쌀 요리인 비리야니는 인도에서 1초에 두 접시가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러면서 인도 남부 타밀나두 주의 달리트들은 주로 채식을 하는데, 동물의 말린 내장을 녹색 콩과 함께 요리해 음식의 "양을 키운다"라고 설명하면서 이러한 '반(半) 채식주의' 식문화의 예시가 많다고 덧붙였다.

닥터는 이렇게 기발하고도 지속 가능한 요리 전통이 사라져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반(半)채식주의 요리를 더 이상 식당에서 먹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닥터의 말에 공감한다. 이슬람 요리로 유명한, 인도 중남부의 하이데라바드 출신으로서, 양고기와 렌틸콩, 채소를 함께 끓인 매운 수프인 '달차', 톡 쏘는 토마토소스에 적신 달걀 요리인 '토마토 쿠트' 등 내가 사랑하는 고향의 요리는 다른 지역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인도의 식문화를 '적당히 건강한 양의 육류와 해산물과 더불어 발전해온 채식 문화'라고 봤을 때, 인도인들이야말로 더 건강하고 기후 친화적인 식습관을 만들어 나갈 좋은 기회를 가졌다는 게 닥터의 의견이다.

그러나 현재 인도 내 흐름은 이와 정반대이다. 공장식 대량 사육 닭이 늘어나면서 인도의 육류 소비는 증가세를 그리고 있다. 인도의 음식 배달 플랫폼인 '스위기'에서 최다 주문 요리는 '치킨 비리야니'였다. 얼마나 많이 팔렸는지 1초마다 주문 두 건이 들어 올 정도다.

닥터는 "인도의 채식 전통은 존중돼야 한다"라면서도 "(우파 세력이) 하려는 것은 타인을 강요하는 일이며, 그렇게 해서는 아무도 설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