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 '러시아 방송이 본 전쟁은 전혀 달랐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시민이 지난 주 푸틴 대통령의 TV 연설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시민이 지난 주 푸틴 대통령의 TV 연설을 시청하고 있다
    • 기자, BBC 모니터링
    • 기자, 분석

지난 1일 5시(영국시간) 만큼이나 러시아 관영매체를 똑똑히 볼 수 있던 때가 있을까. BBC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의 TV 송신 타워를 노린 러시아의 공격을 보도하고 있을 당시 러시아 TV 채널들은 우크라이나가 우크라이나 내 도시 공격에 책임이 있다는 방송을 하고 있었다.

과연 러시아 주민들은 이 전쟁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러시아 공중파 방송은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있을까? 지난 1일 러시아 크렘린궁과 친정부 기업들이 장악한 주요 러시아 TV 방송국들의 채널을 돌리면서 본 일반 러시아인들이 접했을 화면을 소개한다.

러시아 국영 채널이자 시청률이 높은 채널원은 뉴스, 문화, 가벼운 오락 요소가 혼합된 다른 나라의 아침 방송들과 유사하다.

모스크바 시간으로 새벽 5시 30분 채널원은 "잘 알려진 사건들 때문에" 편성 일정이 변경됐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더 많은 뉴스와 시사 보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채널원 뉴스는 우크라이나 군이 러시아 군용 장비를 파괴했다는 보도는 "경험이 부족한 시청자들을 오도하기 위해" 발표된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채널원 뉴스의 군용 차량 사진 두 장

사진 출처, 러시아 채널원 뉴스

사진 설명, 러시아 채널원 뉴스의 군용 차량 사진 두 장. 상단 사진에는 '돈바스, 2014년'이라는, 하단 사진에는 '우크라이나의 조작'이라는 문구가 표기됐다. 진행자는 상단 사진은 2014년 돈바스 분쟁지역에서 파괴된 우크라이나 차량이며, 하단 사진은 같은 사진이나 이번 전쟁에서 파괴된 러시아 군용차량처럼 보이도록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을 나타내는 'Z'가 하단 사진에 새로 추가됐다고 말했다

뉴스 진행자는 "가짜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뉴스가 인터넷상에 계속 유포되고 있다"면서 "정밀하지도 않은 조작"이라고 묘사한 사진들을 보여줬다.

그 후 모스크바 시각으로 오전 8시 러시아 국영기업이나 마찬가지인 가즈프롬사의 자회사가 소유한 NTV 채널에서 아침 뉴스가 흘러나왔다. 해당 뉴스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와 비나치화를 위한 "특별 군사 작전"을 시작했다고 발표한 2월 24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내 사건에 거의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길게 늘어진 군 호송대가 북쪽의 벨라루스에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로 은밀히 이동했다는 내용의 보도는 없었다. 그 후 30분 뒤 영국에선 BBC 라디오 4 뉴스에선 해당 내용을 다뤘다.

NTV 뉴스 진행자는 돈바스 지역의 최신 소식이라며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은 3km를 이동하며 공격을 지속했고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부대는 16km를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NTV 진행자는 8년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개입한 이후 러시아의 지원을 받으며 이 지역을 장악 중인 두 반군 세력을 언급했다.

러시아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은 채널인 로시야1과 채널원은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로시야1 뉴스 진행자는 우크라이나 내에서 민간인에 대한 위협은 러시아군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민족주의자들"의 짓이라고 보도했다.

"군사 장비를 고의적으로 주택가에 배치하고, 돈바스 내 도시에 포격을 강화하는 등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은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채널원 뉴스의 진행자는 우크라이나군이 "민간인과 러시아군에 대한 도발 행위"의 일환으로 "주택가에 대한 포격"과 "창고들에 암모니아를 활용한 폭격을 준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현지에서는 현 상황을 '전쟁'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대신, "군사 기반 시설을 겨냥한 비무장화 작전" 혹은 "인민 공화국 수호를 위한 특수 (군사) 작전"으로 묘사한다.

러시아 국영 TV 채널에서는 진행자와 특파원들이 감정을 자극하는 말과 사진들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 "특별 군사 작전"과 나치 독일에 대항한 소련의 싸움 사이의 "역사적인 유사점"을 끌어낸다.

로시야1의 자매 채널인 로시야24의 아침 방송 진행자는 "어린이들을 이용해 자신들의 안전을 챙기는 민족주의자들의 전술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변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또한 "우크라이나의 파시즘"이라는 자막이 나오는 화면에서 특파원들은 "이들은 정말로 파시스트처럼 행동한다. 신나치주의자들은 군사 장비를 주택가 근처뿐 아니라 어린이들이 모인 지하 피난처에도 배치한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탓하기

해당 보도는 지난주 우크라이나가 여성, 어린이, 노인들을 인간 방패로 이용하고 있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입증되지 않은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서방 언론들은 푸틴의 군대가 빠른 진전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지 보도하지만, 러시아 언론은 러시아의 작전이 매우 성공적이라고 묘사한다.

우크라이나의 군사 장비가 얼마나 파괴됐는지 정기적으로 숫자를 업데이트한다. 아침 뉴스는 우크라이나 군사 시설 1100여 곳이 불능화됐으며 군사 장비 수백 개가 파괴됐다고 전했다. 러시아 측 사상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러시아 아침 뉴스들은 우크라이나 다른 지역에서의 러시아군의 공격을 거의 다루지 않는다. 국영 TV의 특파원들은 민가 폭격이 보고된 키이우(키예프)나 하르키우(하리코프) 같은 주요 도시의 현장은 보도 하지 않고 있다. 대신 돈바스 내 러시아군 소식을 주로 전한다.

그러나 오후 뉴스 시간이 되고 NTV가 마침내 하르키우 내 포격을 보도했다. 이미 몇 시간 전 해당 사건이 BBC 뉴스를 뒤덮은 뒤였다.

그러나 NTV 뉴스는 러시아군의 소행이라는 보도가 틀렸다며 해당 뉴스는 "가짜"라고 주장했다.

모스크바 시각으로 4시에 방송된 뉴스는 "미사일의 궤도로 볼 때 러시아군이 배치되지 않은 북서쪽에서 발사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4시간 후 로시야1 채널은 한발 더 나아가 이 포격의 배후로 우크라이나를 지목했다.

"우크라이나는 하르키우를 공격하고 러시아 짓이라고 말합니다. 우크라이나는 스스로 포탄을 떨어뜨리며 서방 세계에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을 속이는 것이 가능한가요?"

로시야 1의 5시 뉴스는 우크라이나에서의 러시아의 "주된 목표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이용하려는 서방 세계로부터의 위협에 맞서 러시아를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5시 뉴스 진행자는 온라인에 떠도는 "가짜 뉴스와 소문"에 대항하기 위해 러시아 정부가 "오직 진실만을 기재할" 새로운 홈페이지를 개설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1일 크이우(키예프)의 TV 송신타워가 폭파됐다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지난 3월 1일 크이우(키예프)의 TV 송신타워가 폭파됐다

러시아의 언론 감독기관인 로스콤나드조르는 TV 방송국들이 러시아 정부의 설명을 따라 보도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1일 러시아 언론 보도에 아무런 변화도 없다는 것은 아니다. 뉴스에서 우크라이나의 전쟁 범죄를 주장했지만 채널원의 시사 토크쇼 진행자이자 친정부 성향 방송인인 뱌체슬라프 니코노프는 방송 후반부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드러냈다.

"우크라이나를, 우크라이나인들을 정말 좋아합니다. 여러 번 여행했는데 우크라이나는 아름답고 멋진 나라입니다. 우크라이나가 번영하고 우호적인 국가가 되는 것에 러시아가 물론 관심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명분은 정당합니다. 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

독립적인 웹사이트나 SNS를 통해 소식을 접하는 젊은 러시아인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전쟁이 길어질수록 전사한 군인과 포로들의 사진과 동영상이 수면으로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당국은 이에 대응하며 독립적인 보도에 대해 압박을 가하고 있다.

로스콤나드조르는 틱톡 측에 "대부분의 경우 명백히 반러시아적 성격을 띠고 있다"며 미성년자들의 추천 영상 내 군사적, 정치적 콘텐츠를 삭제해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구글 측에는 "러시아 측 손실에 대한 허위 정보"와 함께 러시아 "특별 군사작전"에 대한 로이터통신의 "가짜 보고서"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로스콤나드조르는 트위터에서 해당 보고서에 대한 로딩 속도를 다시 한번 저하시켰다. 로스콤나드조르는 또한 시민들의 페이스북 접속도 제한했다.

로스콤나드조르는 러시아 언론에 침공 상황 보도 시 정부의 공식적인 정보만을 사용할 것을 지시하면서, "선전포고"나 "침공"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모든 기사를 내릴 것을 요구했다.

독립적인 TV 채널인 도즈드와 자유주의 성향 유명 라디오 방송국인 에코모스크비의 웹사이트는 극단주의와 폭력을 조장하고 "러시아 군사 활동에 대한 허위 정보를 조직적으로 유포"했다는 이유로 차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