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 러시아 로켓포 공격에 피신하는 우크라 주민들

- 기자, 조엘 건터
- 기자, BBC News 리비우,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 시민 알렉산드라 마르케비치(29)는 러시아 포탄이 쏟아지고 총성이 울려 퍼지자 하르키우(하리코프)에서 피신했다.
서류 몇 장과 가족사진, 따뜻한 옷만 겨우 챙긴 채 아들 파샤와 함께 역으로 달려가 우크라이나 서부지역으로 향하는 기차에 올라탔다.
마르케비치는 로켓포 공격으로 인한 충격으로 열차가 탈선될 것을 우려했다고 한다. 기차가 도시 외곽 지역을 지나 몇 차례 폭발음이 들렸을 때 그는 아들을 위로하려고 애썼다. 그날은 아들의 11번째 생일날이었다.
러시아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침공을 시작한 이후 1일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 민간인 거주지역과 문화시설을 포격했다.
1일 공격으로 하리코프의 오페라 극장, 공연장, 관공서 등이 파괴됐으며, 최소 10명이 숨지고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다.
하리코프 시장은 주택가에 로켓포가 떨어져 병원이 파괴됐으며 여러 명이 숨지고 많은 사람이 다쳤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하리코프에 대한 공격을 "우크라이나를 향한 테러 공격"이라고 규탄했다.
현재 주민 수천 명이 집과 가족, 일터를 뒤로하고 도시를 떠났다. 많은 주민이 기차로 우크라이나 서쪽 도시 리비우에 도착했으며, 일부는 이동 전 며칠간 머물 수 있도록 마련된, 자갈길 위 오래된 극장 안 임시 피난처로 도망쳤다.
마르케비치는 1일 이곳 임시 피난처 무대 위 매트리스에 홀로 앉아 있었다. 할머니의 코로나19 치료비 마련을 위해 사업을 매각하기 전까지 하리코프에서 스타일리스트로 일했다고 한다. 놀고 있는 아들 옆에서 그는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 남겨주신 목걸이의 펜던트를 만지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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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케비치의 가족과 친구들은 여전히 하리코프에 있다. 많은 주민들은 도망칠 수 없었다. 며칠 전만 해도 마르케비치는 이웃 아파트 아래의 대피소에서 이들과 숨어있었다.
춥고 축축하며 전기도 난방도 식량도 없는 곳에서 아들에 대한 걱정이 컸다. 지상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는 그는 "포격, 폭격, 로켓포, 전투기 소리 등 밤낮으로 이어진 공격에 아무도 잠을 자지 못했다"고 했다.
침공이 시작되고 3일간 마르케비치는 "아들을 잃을 수 있다는 공포"에 휩싸였었다고 한다. "도시에 남아서 죽거나 길에서 죽거나"의 상황에서 "적어도 길에선 안전한 곳으로 갈 기회가 있다"고 생각해 피난길에 올랐다.
다행히 가족과는 연락이 닿았고 무사하다고 한다. "육체적으로 살아는 있다"는 마르케비치는 "정신적으로 하르키우에 남은 주민들은 매우 힘들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어 사용자가 다수를 차지하며 러시아와 불과 48km 떨어진 도시 하르키우는 러시아 침공 시 분명히 표적이 될 것으로 여겨졌다. 러시아군은 도시를 사수하려는 우크라이나군과 시가전을 벌였으며, 엄청난 공중 포격으로 민간인 최소 수십 명이 사망했다.
주민들은 1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비좁은 방공호에서 긴 밤을 지새우거나, 지하로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은 창문에서 떨어져 아파트의 복도에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리나 루진스카(40)는 1일 두 아들과 며느리, 손자와 함께 16층짜리 아파트의 2층 복도로 대피했다. 75세인 루진스카의 어머니는 승강기 고장으로 11층짜리 아파트에 갇혔다.
루진스카는 "창문에 셀로판테이프를 붙이고 창턱에 베개를 두고 지냈다"며 "전등은 켜지 않고 휴대전화 조명을 이용한다. 어제 상점에 갈 수 있었으나 4시간 줄을 서며 기다려도 남아있는 식량이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루진스카는 지난 28일 자신이 살던 아파트 인근 거리에서 포탄이 떨어졌으며 이 거대한 폭발로 시신 일부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창문을 열면 여전히 총성과 폭탄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이런 압박감 속에서 지치고 무섭다"는 그는 "그리고 화가 난다. 이 크고 아름다운, 나의 도시를 저들은 지구상에서 지워버리려고 한다"고 심경을 전했다.
지난밤 나머지 가족들이 복도에서 잠든 사이 이어폰을 꽂고 어둠 속에서 혼자 춤을 추며 "감정을 추슬러보려고 했다"던 루진스카는 "오랫동안 소리 없이 울었다"고 했다. 러시아 가수의 노래를 들었지만 "우리는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건 중요치 않다"고 덧붙였다.
예호르 코노발로프(23)는 폭격이 시작되자 부모와 형제자매 2명과 함께 하르키우에서 도망쳐 도네츠크 근처 마을에 위치한 가족 소유지로 향했다. 이들 5명은 1일 멀리서 폭발음이 들릴 때 가로, 세로 각각 2m의 차가운 지하실에 숨어 있었다.
"포격이 시작됐을 때 8살 난 여동생이 새벽 4시에 깨우더니 '예호르 오빠, 저들이 총을 쏘고 있어. 포격하고 있어'라고 말했습니다."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 뒤 폭탄 소리를 들었고 지평선 위로 솟아오르는 연기구름을 보았습니다."
코노발로프는 우크라이나군이 마을 근처의 다리를 폭파해서 가족들은 이제 식량 등 생필품을 살 길이 막혔다고 말했다. 이제 그의 가족에겐 물 3병과 며칠 치 식량 밖에 남아 있지 않다.

사진 출처, EPA
"우크라이나 서쪽 지역으로 이동해 어머니와 여동생들이 안전해지면" 아버지와 우크라이나 방위군으로 입대할 수 있다는 그는 "우리 땅을 침공한 자들을 죽이기 위해 전사하는 것은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웹디자이너인 안드레이 아코넨코(22)도 1일 연인과 하르키우에서 탈출해 150km 떨어진 폴타바에 도착했다. 그도 BBC와의 인터뷰에서 방위군으로 입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코넨코는 "저들이 민간인 거주지역과 아파트에 포격을 가하고 있다. 러시아군의 포탄이 향하는 곳에 군사시설은 없다"며 "저들은 우크라이나 시민들을 파괴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코넨코는 리비우에 가고 싶어 한다. 리비우는 마르케비치가 아들과 함께 머무르는 곳이다. 이들 모자는 폴란드행을 원한다.
"우크라이나를 떠나 전쟁을 겪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가는 것"이 마르케비치의 큰 목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억압으로부터 하리코프와 같은 동부 지역을 해방시키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8년이 넘는 전쟁으로 푸틴은 우크라이나인들의 애국심과 반러감정만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마르케비치는 "조국과 도시를 이렇게 사랑한 적이 없었다"며 "전쟁이 끝나 아들과 함께 하리코프의 집으로 하루빨리 돌아가고 싶다"고 전했다.
그전까진 폴란드로 건너가 아들의 생일 케이크를 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