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시각장애인을 위한 '생체공학 눈'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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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번드 디버스만 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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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 유별나게 좋은 시력을 가진 특이한 양 떼가 있다. 이 양 떼 무리는 지난해 3개월 동안 망막 뒤에 이식된 '생체공학 인공 눈'을 가진 채 생활했다.
이는 실명 질환을 앓는 환자들에게 시력을 되찾아 주려는 의학 실험이었다.
이번 실험의 구체적인 목적은 '피닉스 99'(Phoenix 99)라는 장치가 신체에 어떤 부작용을 일으키는지 알아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생체공학 눈'은 동물 실험에서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그 결과, 이젠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시작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호주의 시드니 대학과 뉴사우스웨일스 대학의 연구진이 이번 연구를 이끈다.
'피닉스 99'는 안경에 붙어있는 작은 카메라에 무선으로 연결돼 사용자의 망막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망막은 눈 가장 안쪽에 자리한 신경세포층으로, 시신경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전기적 신호로 형태를 바꿔 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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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닉스 99'는 손상된 망막 세포를 우회하거나 여전히 정상적인 망막 세포를 '일깨울 수'도 있다.
시드니 대학의 사무엘 에겐버거 생명공학 엔지니어는 "장치 주변의 세포조직에서 이상 반응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이 장치가 수년 동안 이식된 곳에 계속 잘 남아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최소 22억 명이 가벼운 시각장애를 앓고 있거나 완전한 실명 상태다. WHO는 시각장애로 인한 생산성 손실 측면에서 세계 경제는 연간 250억 달러(약 29조9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한다고 밝혔다.
시각장애를 치료하기 위한 생체공학 눈 기술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기술이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2028년까지 해당 산업이 4억2600만달러(약 51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는 보고서도 있다.
미국 뉴저지에서 안과의사로 일하는 다이앤 힐랄-캄포 박사는 "기술의 발전이 안과학을 재정의하고 있다"며 "기술 혁신 덕에 더 정확한 진단을 쉽게 내릴 수 있을 뿐 아니라, 환자 관리도 개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힐랄-캄포 박사는 이미 전 세계 350명 이상이 미국 기업인 세컨드사이트사가 개발한 인공 망막 시스템 '아르고스 II'(Argus II)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예시로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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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고스 II'는 '피닉스 99'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며, 장치의 초기 버전이 2011년 처음으로 환자에게 이식됐다.
세컨드사이트사는 '오리온'(Orion)이라고 이름 붙인 신제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오리온'은 뇌에 이식하는 장치인데, 세컨드사이트에 따르면 '오리온'은 거의 모든 종류의 심각한 실명 질환을 치료할 목적으로 개발 중이다. 이 '오리온' 프로젝트는 아직 초기 임상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다른 생체공학 눈 제품으로는 프랑스의 픽시움비지옹사가 개발한 '프리마'(Prima)와 또 다른 호주 기업인 바이오닉비전테크놀로지스사가 개발한 '바이오닉 아이 시스템'(Bionic Eye System)이 있다.
힐랄-캄포 박사는 현재 이 기술의 높은 비용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이 기술을 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아르고스 II'의 가격은 약 15만 달러(약 1억7000만원)에 이른다.
힐랄-캄포 박사는 이 기술이 아직 걸음마 단계이기에 아직 완벽하지 않다고 말한다. "나는 이 기술이 이식 수술을 받은 행운의 환자들의 삶을 완전히 변화시키리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그러나 현재 이 기술을 적용해도 환자들이 빛과 그림자, 어느 정도의 형태만 인지 할 수 있다는 점은 한계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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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저는 앞으로 몇 년간 생체 공학 기업들이 시각장애인의 시력 회복을 도울 새로운 방법을 계속해서 찾을 것이라고 낙관합니다"
런던의 바빈 샤 검안사는 생체 공학 눈 기술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에 동의한다. 샤는 이 기술을 디지털카메라에 비교했다. 디지털카메라는 1975년 처음 발명됐으나 상용화되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다.
샤는 "이 기술의 품질이 적정 기준에 도달하고, 건강한 눈에 근접할 만한 시력을 제공할 수준까지 올라가면 훨씬 더 보편화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기에 실명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려는 노력 또한 필요합니다."
시각 장애를 감지하고 진단하는 기술이 단기적으로는 훨씬 광범위한 영향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샤는 "(이제는) 더욱 발전하고, 사용하기 쉬우며, 보다 신뢰할 수 있으며 도구끼리 상호 연결성도 좋은 실명 진단 기술이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눈 안의 여러 구조를 빠르게 여러 번 스캔하고, 더 높은 해상도로 검사하며 동료들과 빠르게 공유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인공 지능(AI) 기술은 숙련된 의사보다 더 빠르고 더 정확히 진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한편,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의 서던 검안 대학에서 저시력 서비스 책임을 맡고 있는 카렌 스콰이어 부교수는 시각 장애 관련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발전은 종종 가장 작은 것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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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콰이어 박사는 애플사 아이폰의 접근성 기능 등을 언급했다. 사용자가 배터리 상태, 통화 상대방 정보, 손가락에 닿은 앱의 이름 등, 휴대폰 화면상의 내용에 대한 오디오 설명을 얻을 수 있는 보이스오버 기능도 이에 포함된다.
또한 스콰이어 박사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보는 AI'(Seeing AI) 앱을 언급했다. 이 앱은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이용해 사람과 사물을 식별하고, 식별한 정보를 소리로 들려준다. 또한 이 앱은 바코드를 스캔하여 사용자에게 무슨 물건인지 알려주거나, 손자가 보낸 편지처럼 손으로 쓴 글씨를 큰 소리로 읽어 줄 수도 있다.
스콰이어 박사는 "이런 것들이 아마도 사람들이 가장 열광하는 기술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이 앱들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기존 휴대폰에 내장된 카메라와 운영체제(OS)를 사용하기 때문이다"며 "그리고 사용법을 익히기도 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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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으로, 스콰이어 박사는 시각 장애 관련 기술의 주요 이점은 장애 친화적인 공공 정책 및 사회 시스템과 융화될 때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한가지 예로, 시각장애가 있는 승객들에게 버스 시간표를 소리로 알려주고 버스가 정류장에 접근할 때 경고한다면, 버스 정류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잠재적인 문제를 제거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스콰이어 박사가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앞으로 생체 공학 눈 등의 정밀 기술이 미칠 영향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생체 공학 눈 기술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이 기술이 어떻게 발전해나갈지는 지켜볼 일이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