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충제 이버멕틴은 어떻게 코로나 치료제로 둔갑했나?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지지 집회에서 이버멕틴 용기 모양의 팻말을 든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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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지지 집회에서 이버멕틴 용기 모양의 팻말을 든 여성
    • 기자, 레이첼 슈레어 & 잭 굿맨
    • 기자, BBC 리얼리티 체크

일부 국가의 보건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권장한 이버멕틴은 백신 반대론자들 사이에 '기적의 약'으로 불렸다. 그러나 BBC는 이버멕틴 지지자들이 의존하는 많은 주요 연구에서 심각한 오류를 밝혀냈다.

이버멕틴은 지난 몇 년간 매우 중요한 구충제로 사람과 동물을 치료하는 데 쓰였다.

그러나 일부 이버멕틴 지지자들은 팬데믹 기간에 이 약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것을 요구했다. 코로나19를 퇴치하고 죽음을 막기 위해 사용하자는 것이었다.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보건당국은 이버멕틴이 코로나19 치료 효능이 있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봤지만, 백신 반대론자들을 포함해 많은 이버멕틴 지지자들은 이 약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하자는 운동을 벌여 왔다.

이버멕틴은 지난해 5월 페루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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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이버멕틴은 지난해 5월 페루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됐다

일부 소셜미디어 그룹 회원들은 동물용 이버멕틴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하는 데 찬성하며 약 구매에 관한 팁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버멕틴의 과대 광고는 사람들이 약의 효능에 관한 연구를 믿는다는 점을 활용해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이 약을 사용하도록 유도했다.

이버멕틴 지지자들은 코로나19 치료 효능을 입증한 수많은 연구를 예로 들면서 과학적 증거들이 종종 무시되거나 은폐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학자들로 구성된 한 연구팀은 이 연구들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

BBC는 코로나19 치료효능 검증을 위한 26개의 주요 임상시험 중 3분의 1 이상이 심각한 오류나 허위일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나머지 시험들은 이버멕틴의 효능에 대해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

이버멕틴 관련 연구를 조사한 카일 셸드릭 박사는 이버멕틴이 코로나19 사망을 예방했다고 주장하는 임상시험 가운데 "연구가 무효화될 만큼 명백한 조작이나 오류의 징후"가 들어있지 않은 것은 단 1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주요한 오류들은 다음과 같다.

  • 동일한 환자의 데이터가 다른 환자들에게 여러 번 사용된 것으로 추정
  • 시험집단에 들어가는 환자를 무작위로 선택하지 않았다는 증거
  • 자연스럽게 발생할 것 같지 않은 수치들
  • 잘못 계산된 백분율
  • 지역 보건기관들이 이 연구들에 대해 알지 못함

독립 과학자 팀원들인 기디언 마이어로위츠-카츠 박사, 제임스 헤더스 박사, 닉 브라운 박사, 셸드릭 박사는 각자 이버멕틴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들을 폭로해 왔다. 그들은 전염병 대유행 기간에 비공식적이고 자발적인 방식으로 연구에 참여했다.

영국에서 생의학을 전공하는 잭 로렌스가 이집트의 한 영향력 있는 연구에서 오류를 발견한 사실이 알려지자, 이들은 이버멕틴 연구를 더 깊게 분석하는 검증팀을 형성했다.

여러 쟁점 가운데 가장 심각한 오류는 임상시험이 시작하기도 전에 사망한 것으로 판명된 환자들을 시험대상에 포함했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기존에 발행된 저널에서 철회됐다.

그들은 이버멕틴과 코로나19에 대해 거의 모든 무작위대조임상시험(RCT)을 조사했으며, 여기에는 이버멕틴 지지자들이 자주 인용하는 주요 연구도 포함했다. 이 연구들이 내세운 증거는 이론상으로 최고의 질적 수준을 자랑했다.

RCT는 환자들을 무작위로 선택해 진짜 약 또는 플라시보(활성 작용이 없는 위약) 중 하나를 투여한다.

남아공에선 이버멕틴 사용을 허가할 것을 요구하는 거리 시위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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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남아공에선 이버멕틴 사용을 허가할 것을 요구하는 거리 시위가 열렸다

조사팀은 특히 더 큰 영향력을 가진 6개의 관찰시험도 분석했다. 관찰시험은 치료제를 복용한 사람들에게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따라서 치료제 복용을 선택한 환자들의 유형에 따라 편견이 생길 수 있다.

총 26건의 연구를 조사한 결과, 데이터를 위조했을 수 있는 증거가 5건 발견됐다. 이는 동일한 환자들의 데이터를 복사, 붙여넣어 사실상 불가능한 수치 혹은 정보 나열을 한 행위를 포함한다.

덧붙여 주요한 위험사항도 5건 있었다. 숫자가 합산되지 않았거나, 백분율이 잘못 계산되었거나, 지역 보건기관들이 이러한 연구 수행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이외에, 14명의 논문 저자들이 데이터를 반환하지 못한 사실도 드러났다. 독립 과학자들은 이것을 사기 가능성 지표로 봤다.

검증팀은 질적 수준이 높은 전 세계의 연구들도 조사했다. 그러나 주요한 문제는 모두 이버멕틴에 대해 무리한 주장을 펼치는 연구들에 있었다. 팀은 이버멕틴이 생명을 구하거나 감염을 막는다는 주장이 강할수록, 그 주장이 가짜이거나 무효일 수 있다는 사실을 제시할 우려가 더 커진다는 점을 밝혔다.

이러한 임상시험에서 사람의 실수를 배제하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시드니의 뉴사우스 웨일스대학의 셸드릭 박사는 적어도 이 시험들 중 일부는 고의로 조작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믿는다.

레바논에서 수행한 최근 연구는 11명의 환자 데이터 세부사항을 반복해서 복사, 붙여 넣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이 연구에 포함한 많은 환자들이 실제 존재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해당 연구의 저자들은 BBC에 "최종 파일에서 원본 데이터셋이 조작, 파괴, 혹은 실수로 잘못 입력됐다"며 이 연구물을 게재한 과학 저널에 철회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페루의 한 병원을 나서는 코로나19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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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서 수행한 또 다른 연구는 이버멕틴이 코로나19 사망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독립 과학자 팀은 여기서도 문제를 발견했다. 환자의 혈액 속 철분 함량에 관한 기록에는 자연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은 수치들이 나열돼 있었다.

또한 임상시험 전, 위약을 투여받은 환자들은 이버멕틴을 투여받은 환자들보다 훨씬 혈중 산소 포화도가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즉 이버멕틴 투여 환자들에 비해 이미 더 아팠고 사망할 확률도 높았던 것이다.

이 패턴은 여러 측정값에 걸쳐 광범위하게 반복됐다. "나쁜" 측정값을 가진 사람들은 플라시보 집단에, "좋은" 측정값을 가진 사람들은 이버멕틴 집단에 들어가게 됐다.

셸드릭 박사는 이 모든 측정값들에 걸쳐 이런 일이 무작위로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지적했다.

이란 연구를 주도한 모르테자 니아이 박사는 연구 결과와 방법론을 옹호하는 한편, 그간 제기된 문제들에 동의하지 않았다. 또한 수많은 요인이 고려되고 그 모든 요인이 참가자들의 코로나19 위험과 연관되지는 않는 상황에서 "이러한 무작위성이 존재하는 것은 매우 정상적인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의료 연구의 과학적 증거를 검토하는 국제 전문가 연합 '코크란(Cochrane)'의 논문은 이란과 레바논의 연구가 "너무나 부실하게 보고됐다"는 이유로 제외했다. 코크란이 발간하는 코크란 리뷰는 이버멕틴이 코로나19 치료에 도움을 준다는 증거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인도에서 이버멕틴을 구하는 방법을 질문하는 한 페이스북 그룹의 게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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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인도에서 이버멕틴을 구하는 방법을 질문하는 한 페이스북 그룹의 게시물

지금까지 발표된 이버멕틴 연구 중 가장 방대하고 수준이 높은 것은 캐나다 맥마스터대학의 '투게더(Together)' 임상시험이다. 이 시험 역시 이버멕틴이 코로나19 치료에 주는 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버멕틴은 부작용 관련 보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안전한 약으로 여겨지고 있다.

미국에서 이버멕틴 중독으로 의심되는 사례 보고가 늘었지만 아주 적은 숫자인 435건에서 올해 1143건으로 증가한 것이었고 대부분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환자들은 구토, 설사, 환각, 혼미함, 졸음, 신체 떨림을 겪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잘못된 안정감을 주면 간접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환자들이 우선적으로 병원 치료나 백신 접종을 받지 않고 이버멕틴을 선택하는 경우 더욱 피해가 클 수 있다.

페루의 공중보건 전문가 패트리샤 가르시아 박사는 어느 날 병원에서 본 환자 15명 중 14명이 이버멕틴을 복용한 것으로 추정했는데 그들은 내원 당시 "심각하게 아팠다"고 회상했다.

이버멕틴을 지지하는 대규모 페이스북 그룹들은 이제 동물용 제품을 포함해 어디에서 이버멕틴을 살 수 있는지 조언을 공유하는 공론장으로 변했다.

일부 그룹은 이버멕틴의 효능을 은폐한다는 음모론 관련글을 게시하고, 백신 반대론을 밀어붙이거나, 이버멕틴을 구하지 못하는 환자들은 퇴원하라고 권하고 있다.

이버멕틴이 안전하고 치료 효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이 이버멕틴 투여를 거부한다고 비판하는 한 페이스북 게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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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이버멕틴이 안전하고 치료 효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이 이버멕틴 투여를 거부한다고 비판하는 한 페이스북 게시물

이 그룹들은 암호화된 채팅 앱 텔레그램의 많은 비주류 커뮤니티로 가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이들은 이버멕틴을 처방하지 않는 의사들을 괴롭히기 위해 공동 작전을 펼치고 과학자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했다.

영국 리버풀대학의 앤드류 힐 교수는 한때 이버멕틴에 대해 영향력 있는 분석에서 세계는 "이버멕틴 사용에 준비돼야 하고, 제품을 공급하고, 승인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기술했다.

이제 힐 교수의 입장은 자신의 연구가 이버멕틴의 효능을 부정하는 예리한 분석을 이기지 못한다는 쪽으로 바뀌었다. 그는 새로운 증거에 기반해 자신의 견해를 바꾼 후 악의적인 욕설에 시달렸다.

소수의 의사들은 이버멕틴 관련 논쟁에 지나치게 큰 영향을 끼쳤다. 이버멕틴 지지자로 유명한 의사 피에르 코리는 임상시험에 대해 제기된 주요 쟁점에도 불구하고 견해를 바꾸지 않았으며, "새로운 임상시험 데이터를 피상적으로 해석했다"고 비판했다.

산과 전문의인 테스 로리는 '영국 이버멕틴 권고 개발 그룹'을 설립했다.

로리는 코로나19 백신 프로그램 중단을 요구하는 한편, 코로나19 백신은 안전 데이터를 잘못 해석함으로써 수많은 사망을 초래했다며 근거 없는 주장을 펼쳤다.

로리는 한 온라인 토론회에서 어떤 증거가 나오면 이버멕틴의 효능을 부정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그는 "이버멕틴은 효능이 있다. 아무것도 내 믿음을 바꿀 수 없다"고 답했다. 또한 그는 BBC에 "증거 기반과 관련된 유일한 문제는, 증거를 훼손하려는 사람들의 끈질긴 노력"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의 이목을 이버멕틴으로 돌린 것은 원래 백신 반대론이 아닌 백신 부족 현상이었다.

이버멕틴은 슬로바키아,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페루, 그 외 남미 대부분의 지역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 권장되거나 처방됐다.

다만 페루와 인도의 보건당국은 치료 가이드라인 내 이버멕틴 권장을 중단했다.

이버멕틴 제조사 중 하나인 머크는 지난 2월 "코로나19 치료에 잠재적인 효능이 있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남아공에서는 이버멕틴 구매 쟁탈전이 벌어졌다. 의사들은 효능에 관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지만, 남아공 내 백신 출시에 많은 실수와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수많은 환자들은 필사적으로 이버멕틴을 구하려 한다.

남아공의 한 일반의는 자신의 친척인 국가 공인 간호사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자격이 됨에도 이를 신청하지 않았다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를 설명했다.

그는 "친척은 증상이 더 악화하자 적합한 진단과 치료를 받지 않고 이버멕틴을 복용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의사와 상담하지 않고 이버멕틴을 복용하면서 집에서 산소 호흡기를 꼈어요. 혈중 산소포화도가 66%까지 낮아졌다는 소식을 듣고 저는 그녀의 딸에게 제발 응급실로 이송하라고 간절히 부탁했습니다. 그들은 처음에 병원에 갈지 망설였지만 저는 가라고 설득했죠. 친척은 몇 시간 후에 숨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