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월경의 날: '생리, 터놓고 말해요'… 서울 한복판에 문 연 '월경상점'

동영상 설명, 세계 월경의 날: '생리, 터놓고 말해요'… 한국의 첫 월경상점 이야기
    • 기자, 이윤녕 & 윤인경
    • 기자, BBC 코리아

올해 초 서울 도심 한복판에 국내 최초의 '월경상점'이 문을 열었다. 그동안 쉬쉬했던 월경에 대한 이야기를 마음껏 터놓고 할 수 있는 이곳은 다양한 월경용품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월경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5월 28일은 월경에 대한 사회적 금기를 깨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제정된 '세계 월경의 날(Menstrual Hygiene Day)'이다. 여성의 월경 기간이 평균 5일 정도이고, 대개 28일을 주기로 돌아온다는 의미에서 5월 28일로 지정됐다.

예전에 비해 월경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된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월경에 대해 대놓고 말하는 것을 꺼리는 사람이 많다.

지난 1월 한국에서 처음 문을 연 월경상점은 이러한 월경 문화를 바꿔보자는 차원에서 시작됐다. BBC 코리아가 월경상점을 직접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날' 말고 '월경'

월경상점

월경상점은 건물 외관에서부터 유리에 빨간 글씨로 크게 '피리어드(period·월경)'라고 적혀있다. 월경이 여성의 몸과 건강에 있어 중요한 부분인 만큼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길 바라는 취지에서다.

"월경용품이 더 좋아지고 여성들이 다양하고 안전한 월경용품을 선택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월경 박람회를 개최했어요. 오프라인으로 많은 분들을 만나보니 월경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됐죠."

김민지 월경 에디터는 많은 여성들로부터 월경에 대한 고민과 이야기를 들으며 누구든 편하게 와서 월경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상설 공간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월경상점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약국이나 화장품 상점처럼 월경용품에 대한 접근성도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상설 매장을 열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일단 이곳에 오면 굉장히 솔직하고 분명한 용어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공간을 찾은 손님들에게도 '그날'이나 '거기' 같은 불분명한 표현 대신 '자궁' 같은 분명한 용어들을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월경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임신'을 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어렸을 때 자궁은 아기가 자라는 곳이고 생리는 임신에 실패해서 생리가 나오는 것이라고 배우잖아요. 하지만 그런 개념을 다 빼면 그냥 내 몸에 있는 세포, 내 몸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사이클이거든요. 때문에 '월경은 왜 할까'보다 '월경은 어떤 과정으로 할까'를 생각하면 관점에 변화가 생기는 것 같아요."

'일회용 생리대' 외에도 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월경용품은 다양하다
사진 설명, '일회용 생리대' 외에도 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월경용품은 다양하다

그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비혼 혹은 비혼 출산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월경과 관련된 교육이 '임신에 실패해서 생리가 나온다'에서 그치면 안 된다고 말한다. 생물학적인 과정인 만큼 임신을 완전히 제외하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초경 교육을 할 때 스스로의 몸을 주체로 인식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생리를 하는 게 단순히 임신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몸에서 일어나는 한 주기, 어떻게 배란이 되고 어떻게 자궁벽이 두꺼워지고 자궁혈이 나오는지, 이런 과정을 아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친환경적 대안

일반적으로 월경용품이라고 하면 드럭스토어나 마트에 전시된 '일회용 생리대'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실제로 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월경용품은 다양하다.

월경상점 내부에 가장 눈에 띄는 빨간 벽면에 전시된 60여 개의 월경컵도 이 중 하나다.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친환경 해면 탐폰을 비롯해 면 생리대와 월경컵 세척제, 월경팬티 등 다양한 월경용품이 있다.

그리고 상점을 찾은 손님들은 자유롭게 제품을 손으로 만져보고 설명도 들으며 다양한 월경용품을 체험할 수 있다.

월경상점 내부에 설치된 빨간 벽면에는 전 세계 60여 개의 월경컵이 전시돼 있다
사진 설명, 월경상점 내부에 설치된 빨간 벽면에는 전 세계 60여 개의 월경컵이 전시돼 있다

특히 일회용 생리대 대신 선택할 수 있는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용품들은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생리용품과 월경 전에 쓰면 좋은 제품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안내도 하고요. 월경에 대해서로 자유롭게 얘기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지금 이 공간이 그 결과예요."

세대를 넘은 건강한 고민

월경상점을 찾는 손님들은 다양하다. 젊은 여성들에서부터 초경을 한 딸을 둔 엄마, 친구, 연인들까지 다양한 고객들이 상점을 방문하고 있다.

"최근에는 연인분들이 많이 찾아오시는데 이것도 큰 변화 같아요. 초반에는 가게에 들어오면 남자분들은 뒤에 서 계시고 여자분들만 보고 나가셨는데 요즘에는 같이 월경컵을 살펴보고 다양한 월경용품들을 보면서 함께 고민을 해주더고요. 여자분이 질문하기를 좀 꺼리시면 남자분이 저희를 불러주시기도 해요. 내 짝의 문제를 공감하는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최근에는 혼자 가게를 찾은 남성이 여자친구를 위해 선물을 사 가는 경우도 있고, 딸의 생리통이 걱정돼 찾은 어머니도 있다고 했다. 딸이 생리대 쓰기를 불편해한다며 월경컵을 추천을 해달라며 이곳을 찾는 어머니도 많아졌다.

기본적인 월경용품 외에도 월경 전후 사용할 수 있는 제품과 필요한 영양제 등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사진 설명, 기본적인 월경용품 외에도 월경 전후 사용할 수 있는 제품과 필요한 영양제 등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우리 때도 이런 게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우리 딸도 한 번 데리고 와봐야겠다'며 월경에 대해 불편한 점들을 나누면서 서로 공감하고 필요한 용품을 챙겨주면서 각자의 경험을 이곳에서 많이 공유하더라고요."

상점을 찾은 고객들은 수많은 월경용품들 앞에서 서로의 생리통이나 월경 전 증후군 같은 다양한 월경 관련 증상을 편하게 주고받는다.

"월경을 그냥 피 흘리는 일주일로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생리를 하는 그 기간뿐만 아니라 우리 몸이 난자를 키우고 배란을 하고 또 월경이 진행되는 한 달 동안 내 몸에 어떤 변화들이 일어나는지를 알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