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집권 2기는 어떤 모습일까

- 기자, 앤서니 저커
- 기자, BBC News
- Reporting from, 워싱턴
도널드 트럼프는 이번 선거 운동에서 과거를 돌이켜보는 데 큰 비중을 할애하고 있으며 2020년 대선 패배를 곱씹고 있다. 한편, 그 이면에서는 트럼프와 그 참모진이 지난 2016년의 실수가 재연되지 않을 집권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2개월 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그 집권 계획을 궁금해할 미국 유권자를 위해 모든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해당 내용은 트럼프의 선거 운동 웹사이트에 요약돼 있고, 선거 집회 연설에서 들을 수 있으며, 집권 2기를 준비하는 담당자가 문서화했다.
이 계획은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미국 47대 대통령이 된다는 의미에서 '아젠다47'이라고 불린다. 현재 트럼프는 공화당 경선의 유력 후보이며, 내년 11월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맞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8년 전, 도널드 트럼프가 승산이 낮아 보이던 대선에 출사표를 던졌을 때 선거 운동 예산은 쥐꼬리만 했고 참모진은 정계 아웃사이더와 잿밥에만 관심 있는 오합지졸로 구성됐다.
당시 대선 구호로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내걸었고, 국경 장벽 건설과 무슬림 입국의 일시 금지 등 몇몇 핵심 정책을 내세웠다. 또한, 반체제적인 적폐 청산 프레임을 내밀었다.
예상을 뒤엎고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자신의 광범위한 정치적 비전을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지만 결과는 다양했다.
“무슬림 입국 금지” 정책은 법원에서 거듭 무산됐고, 결국 정책에는 완화된 내용이 담겼다. 국경 장벽을 건설하겠다는 공약은 법원과 의회에서 의해 좌절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보기에 그 원인은 준비 부족과 인선 실패였다.
2024년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반드시 피해야 할 실수였다.
2017년 1월 20일 취임 연설을 마친 트럼프는 오후 6시 55분, 정권 인수팀 소속의 마크 로터와 함께 대통령 집무실로 들어갔다.
로터는 당시 집무실에서 몇몇 논의를 진행하자 새로운 행정부가 "거대한 타이타닉급 정부를 움직이기에는 준비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바로 깨달았다"고 BBC에 말했다.
따라서 이번에는 트럼프 전 행정부의 다른 베테랑들과 함께 더 철저히 준비하고 있으며, 계획을 세우는 중이라고 한다.
"플레이북과 이를 수행할 방법, 그리고 진보적 정부 조직에서 진행을 방해할 수 있는 분야, 위치, 직책을 정리했습니다. 마지막이 가장 중요합니다."

한 해 동안 이 ‘플레이북’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 내용 중 일부는 현실보다는 판타지에 가깝다. 트럼프 정부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에 투자하고 미국인들이 연방정부의 빈 부지에서 부담스러운 규제 없이 거주하고 일할 수 있는 '자유 도시'를 건설하려 한다.
노숙자를 모아 그들의 "문제가 확인될 때까지" 미국 도시 외곽의 텐트 캠프로 이주시키겠다는 계획처럼 논란이 예상되는 공약도 있다. 어떤 공약은 문화 전쟁과 직결되는데, 공립학교 교사에게 "애국적 가치를 수용"하도록 요구한다는 것이다.
또한, 보호주의 정책을 한층 더 강화해 모든 수입품에 대한 "보편적 기본 관세"를 요구하고 "불공정" 무역국에 대해서는 이를 더 인상하겠다고 한다.
이민의 경우, 서류 미비(불법) 이민자들이 망명을 신청하는 동안 멕시코에 체류시키는 정책을 복원하려 한다. 또한 미국 땅에서 태어난 불법 이민자 자녀에 대한 자동 시민권 부여를 중단하도록 촉구할 계획이다.
한편, 미국의 국제 원조 규모를 "수천억 달러" 삭감하고 그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겠다는 공약도 포함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를 검토하거나, 또는 최소한 대서양 방위조약에서 미국의 개입을 축소하겠다고 한다.
트럼프는 지난 3월 촬영된 한 영상에서 "오늘날 서구 문명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러시아가 아니라 우리 내부에 있고, 우리를 대변한다며 미국을 증오하는 끔찍한 사람들이 가장 문제"라고 말했다.

로터에 의하면, 트럼프의 ‘2024년 의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에너지 공급을 늘려 가계의 비용 부담을 낮추는 것이다.
그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야 말로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 초기를 괴롭힌 인플레이션의 핵심이었다고 생각한다.
"물꼬를 트고 시장과 에너지 회사에 정부가 다시 업계를 지원하겠다는 신호를 보내면, 장기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하락할 것입니다."
트럼프가 본인의 구상에 따라 공화당을 재편하기 위한 노력의 정점이 바로 이런 정책들이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가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전 4번의 대선에서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나선 조지 부시, 존 매케인, 미트 롬니의 보수주의는 이제 사라졌다.
트럼프의 선거 운동에 관여한 공화당 전략가 브라이언 란자는 "공화당은 진화했다.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이제 공화당은 다양한 관세를 지지합니다. 예전에는 누가 그걸 예상했을까요?"
란자는 새로운 공화당이 보수주의와 포퓰리즘을 결합해 민주당과 오랜 유대 관계를 맺어온 노동자를 비롯한 노동계급 유권자를 끌어들인다고 말한다. 이 의제들의 핵심에는 이민, 무역, 미국의 “힘”으로 뒷받침되는 절제된 외교 정책이 있다.
트럼프의 공약 중 다수는 의회의 법안 통과가 필요한데, 현재 상·하원 중 상원은 트럼프의 계획에 격렬하게 반대하는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태다. ‘속지주의’ 시민권 폐지와 같은 다른 정책은 미국 헌법에 위배될 수 있으며 법원에서 분명 제동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강력히 원한다면, 그리고 충성스러운 인물로 구성한 보좌진과 행정부가 그 일을 해낼 수 있다면 국가의 수장으로서 실행 가능한 공약들도 있다. 이 부분에 트럼프가 꽤 오랫동안 준비해 온 퍼즐 조각이 있다.
2020년 10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기 직전 행정명령으로 새로운 공무원 분류 ‘스케줄 F’를 만들었다. 스케줄 F 공무원이 담당하는 고위급 정책 결정은 전통적으로 고위급 정부 관료들이 맡아온 역할이다. 해당 행정명령을 이용하면 대통령이 스케줄 F 공무원을 해고하고 입맛에 맞는 정치 인사로 대체할 수 있다.
실제로 대통령이 공무원 수천 명을 해고하고 충성파 인물을 앉힐 수 있는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해당 행정명령을 즉각 폐기했지만, 트럼프는 이번 대선에서 본인이 승리할 경우 이를 바로 부활시키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선거 운동 영상과 공개 연설에서 이 행정명령으로 무엇을 달성할 수 있는지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지난 1월 영상에서는 "연방정부의 교육부에 침투한 급진주의자, 광신도, 마르크스주의자들을 찾아내 축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사우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서는 "미국 대통령이 모든 행정부 직원을 해고할 수 있도록 만드는 중요한 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딥 스테이트'(연방정부 내 기득권 세력)는 반드시 무너져야 하고 그렇게 될 것입니다."
트럼프의 선거 조직 뒤에는 트럼프의 비전을 달성하려는 많은 조직이 있다.
‘미국재건센터’(Center for Renewing America)나 로터가 일하는 ‘미국우선 정책연구소’(America First Policy Institute) 등의 단체에는 주로 트럼프 전 행정부의 고위급 관리가 소속돼 있으며, 트럼프가 계획하는 정책 실행을 위해 지난 1년 동안 입장문 등 문서를 작성하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마크 메도우스 전 트럼프 비서실장이 “시니어 파트너”를 맡은 ‘보수주의 파트너십 연구소’(Conservative Partnership Institute)는 향후 공화당 대통령의 행정부에 합류할 수 있는 보수주의자를 모집·교육하고 일자리를 찾아준다. 이들은 트럼프가 원하는 연방 관료 조직의 대대적인 방향 전환에 기꺼이 동참할 의향이 있는 인물들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이제는 트럼프의 비판자가 된 트럼프 대통령 전직 보좌관 중에는 이 변화를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메도우스의 선임 보좌관을 지냈고 지난해 1월 6일 의회 청문회에서 트럼프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던 캐시디 허친슨은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그 주변에 제대로 된 사람들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트럼프 지지자 입장에서는 더 많은 임명직과 측근들로 팀이 구성된다면 트럼프의 대통령직 수행에 있어 혼란이 감소하고 정책 추진의 효율은 강화될 것이다.
로터는 트럼프가 취임 후 계획을 상세히 설명할 것으로 기대한다.
로터의 상상 속 트럼프는 "정책 50개, 행정명령 50개, 앞으로 채워나갈 직책 1500개"를 설명하고 "에너지를 되찾고, 국경을 지키고,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한 입법안"을 설명한다.
이런 논의는 트럼프 지지자 사이에서 희망과 낙관론을 불러일으키지만,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경우 민주당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
민주당 정치자문 겸 아메리칸대학 겸임 강사인 크레이그 바로가는 "트럼프와 그 측근인 정책 전문가들이 현실도 모르면서 미국 사회에서 많은 이들의 정당한 자리를 부정하고 있다고 주장할 여지가 생긴다"고 말한다.
"또한, 낙태권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합리적 자유라고 생각하는 것을 범죄화하려 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죠."
한편, 항상 변덕스러운 트럼프가 마음을 바꾸고 그의 고문들이 준비한 모든 정책 제안을 폐기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란자는 이 팀이 트럼프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
란자는 "이 사람들은 행정부에서 일하면서 대통령의 신뢰를 얻게 될 것이고, 영향력을 발휘할 내부 네트워크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시간이 지나면 계획이 바뀔까요? 물론이죠. 계획은 원래 변하니까요."
란자는 트럼프의 공약을 공격하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일축하면서 비평가들은 2016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공약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공약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하고 도발적이었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트럼프의 핵심 메시지에 귀를 기울였다"고 말한다.
"트럼프가 정말 잘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안에서 유권자의 반응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것입니다."
이미지: 사라 데쇼트(Visual Journalism Tea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