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 '세계 식량 위기 초래' 부인

로버트 플러머

BBC 뉴스

아랍연맹 사무총장과 만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사진 출처, RUSSIAN FOREIGN MINISTRY/EPA

사진 설명, 아랍연맹 사무총장과 만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이집트에서 외교 공세를 펼치고 있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4일(현지시간) 아랍연맹 회원국 대사들과의 만남에서 러시아가 세계 식량 위기를 초래했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수도 카이로에서 아랍연맹 대사들에게 서방 세계가 세계 식량 안보에 미치는 제재의 영향에 대한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연설했다.

그러면서 서방 세계가 타국보다 우위에 서려 한다고 비난했다.

이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인한 곡물 부족으로 인해 아랍 세계와 아프리카의 여러 국가는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태다.

양국은 지난 22일 곡물 수출 재개 협정을 타결했으나, 바로 다음 날(23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핵심 곡물 수출항인 남부 오데사 항을 공격하면서 협정의 실제 이행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이번 전쟁에 대해 전 세계가 분노하고 있는 가운데 라브로프 장관은 현재 방문 중인 이집트 외에도 아프리카 3개국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대러 제재에서 드러나는 서방국가의 "공격성"은 "이것이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것이 아니라 미래의 세계 질서에 관한 것"이라는 간단한 결론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서방 세계는 전 세계가 규칙 기반의 세계 질서를 지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규칙은 서방 세계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해결하길 원하는 특정 상황에 따라 작성됩니다."

앞서 라브로프 장관은 사메 슈크리 이집트 외무장관과 회담했다.

이집트는 러시아와 중요한 관계를 맺고 있어, 러시아산 밀과 무기의 수입국이자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기 전까진 러시아인들이 즐겨 찾던 관광지였다.

슈크리 장관과의 회담 후 라브로프 장관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서방 세계가 "이 갈등이 어떻게, 그리고 누구의 손해로 끝이 날 것임을" 이해했음에도 갈등을 장기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첫 순방국인 이집트에서의 일정을 마친 뒤 에티오피아, 우간다, 콩고공화국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아프리카 순방을 앞두고 발행된 지역 신문의 기고문에서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는 언제나 "식민지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아프리카인들의 투쟁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아프리카의 "균형 잡힌 입장"을 높이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에 따르면 아프리카는 전체 밀의 40%를 우크라이나 및 러시아산에 의존한다.

그중 이집트는 보통 우크라이나산 밀의 주요 수입국으로, 2019년 기준 362만 톤을 수입해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수입량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라브로프 장관은 기고문을 통해 러시아가 "기근을 수출하고 있다"는 비난을 부정하고, 이는 서방의 선전 탓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라브로프 장관은 오히려 서방 세계의 대러 제재가 코로나19 팬데믹이 촉발한 국제 식량 시장의 “부정적 흐름”을 악화했다고 덧붙였다.

편들기 꺼리는 상황을 이용하는 러시아

분석: 윌 로스, BBC 월드 서비스 아프리카 지역 에디터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는 아프리카 탈식민화 과정의 완성을 도울 것"과 같은 말들로 아프리카 국가에 서방 세계보다 러시아 편을 드는 것이 더 낫다고 설득 중이다.

그러나 아프리카 대륙 대부분 국가는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 있어 한쪽 편을 들기 꺼리는 모습이다.

과거 냉전 시기 아프리카에선 여러 갈등이 촉발되고 개발 사업이 중단되는 등 그 파괴적인 영향을 겪어봤기 때문이다.

현재 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치솟는 식량과 연료 가격이다. 아프리카는 전체 밀의 40%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들여온다.

국민들이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하면 일부 아프리카 국가 지도자들의 권력은 불안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