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팔레스타인 주민을 돕는 가자 지구의 구호 단체들

- 기자, 마흐무드 엘 나가르
- 기자, BBC 아랍어 뉴스, 카이로
"국제 여권을 지닌 외국인마저 폭격으로 죽는 상황인데, 저들이 우리는 어떻게 대할까요?”
팔레스타인 출신으로, 현재 가자 지구에서 인도주의 활동을 벌이고 있는 청년 모하메드 아부 라질라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국제 구호단체 ‘월드 센트럴 키친(WCK)’ 소속 직원 7명이 사망했다.
희생자들의 국적은 영국인, 폴란드인, 호주인, 팔레스타인인, 미국-캐나다 이중국적자 등이다.
구호 단체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이후 사망한 팔레스타인인 직원은 196명이라고 한다.
원래 라질라는 가자 지구의 상황과 팔레스타인의 정체성을 다룬 영상을 올리는 콘텐츠 제작자였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7일부터 '가자의 청년'이라는 이니셔티브를 만들어 가자 지구 주민들을 지원하고 이들에게 구호물자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 출처, Reuters
라질라는 구호 활동을 하다 살해당할 위험이 커졌다고 느낀다면서, 국제 구호단체 직원들의 안전이 점점 더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에게 물자를 전달하고자 돌아다니는 것도, 애초에 지원할만한 물자를 구하는 것조차 더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라질라는 이러한 두려움도 자신과 동료들의 의지를 막을 순 없다고 강조했다.
“구호물자를 전달하지 않았을 때의 위험이 살해당할 위험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차량 폭격 사건에 대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비극적이며, 의도하지 않은” 사건이라 묘사한 가운데. WCK를 비롯한 국제 구호 단체들은 가자 지구에서의 활동을 일시 중단했다.

우선 ‘프로젝트 호프’는 남부 라파와 중부 데이르 알 발라에서 펼치던 인도주의 활동을 3일간 중단한다고 발표하는 한편, 안전성 검토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호프’에서 비상 대응을 책임지는 알란 풀러는 BBC에 보낸 이메일 성명을 통해 WCK 팀원들의 죽음은 모든 ‘프로젝트 호프’ 직원들에게도 끔찍하고 비극적인 일이라 말했다.
풀러 책임자는 자사 직원들 또한 이번에 살해당한 이들과 두터운 관계를 맺고 있었으며, 비상 상황에서 종종 함께 일한 적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번에 사망한 이들 중엔 가자 지구 내 ‘프로젝트 호프’ 팀원 한 사람과 친척 관계였던 이도 있다”고 한다.

사진 출처, Project Hope
풀러 책임자는 활동을 일시 중단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 WCK와의 연대 및 위협 수준에 대한 재평가가 주목적이라고 밝혔다.
풀러 책임자는 “WCK 직원들에 대한 공격으로 인해 구호 단체 직원들을 보호하고자 마련된 이른바 ‘충돌 방지’ 메커니즘이 과연 효과가 있는지 등 가자 지구에서의 인도주의적 활동에 대한 큰 의문을 제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구호 단체의 활동을 바라보는 이스라엘방위군(IDF)의 시선이 얼마나 변했는지 평가하고, 우리 직원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자 어느 정도 이들을 믿을 수 있는지 판단하고자 합니다.”

사진 출처, IMC
가자 지구에서 활동하는 또 다른 구호 단체인 ‘국제 의료 봉사단(IMC)’의 자와르 알리 보건 담당자 또한 이번 WCK 직원 폭격 사건으로 인해 안전 프로토콜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알리 담당자는 IMC의 자체적인 안전 절차가 있지만, 직원들의 이동을 제한해 적극적으로 보호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IMC는 가자 지구 북부 라파 지역에서 운영하던 야전 병원 1곳을 서부 알 마와시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가자 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에 2번째 야전 병원 설치한다는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알리 담당자는 “데이르 알발라엔 새로운 야전 병원이 매우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이곳엔 팔레스타인인 실향민이 대거 몰려들었기에 산부인과 및 소아과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진 출처, Reuters
가자 지구 북부의 기근 공포
한편 바샤르 무라드 ‘팔레스타인 적신월사’ 이사는 의료진 또한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라드 박사에 따르면 의료 호송대와 의료진을 보호하고자 다수의 국제기관과 소통하고 있으나, 안전을 제대로 보장할 수 없어 의료진은 북쪽으로 가 부상자들을 남부로 데려오길 꺼리고 있다고 한다.
무라드 박사는 “WCK 깃발이 분명하게 그려진 차량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건 인도주의 활동가들에게 큰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공격이 실수였다고 드러나길 바랍니다.”
지난 수십 년간 가자 지구 주민 대부분이 인도주의적 지원에 의존해온 가운데, WCK는 해상 통로를 운영하고 폭넓은 유통망을 갖추면서 빠르게 주목받았다.
아드난 아부 하스나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대변인은 이번 사건으로 WCK가 활동을 중단하면서 가자 지구, 특히 북부 지역 민간인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취약한 상황에 놓인 많은 가자 지구 주민들이 WCK가 매일 제공하는 식사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자 지구에서 유일하게 계속 활동하고 있으며, 가장 규모도 큰 단체인 UNRWA가 북부를 비롯한 가자 지구 전역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안입니다.”
현재 가자 지구 북부엔 팔레스타인인 30만 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UNRWA는 이스라엘 측이 북부 지역에서 식량 배급을 허가하지 않고, 중부와 남부에서의 활동만 허가했다고 주장했다.
하스나 대변인은 이러한 이스라엘의 금지가 “기근 상황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UN은 다음 달 안에 가자 지구 북부가 기근에 빠질 것이라 경고한 바 있다.
한편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로 향하는 그 어떠한 구호 활동도 제지하지 않고 있다면서, 제대로 배분하지 못한 UN을 비난하고 있다.
국제 사회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지난달 이스라엘은 북부로 직접 구호물자를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경로인 ‘96번 게이트’를 개통했다.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코갓’은 해당 경로를 통해 3월 20일까지 국제 구호 트럭 최소 86대가 진입했다고 밝혔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10월 이후 가자 지구에서 영양실조로 사망한 아동이 최소 27명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