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떨어지는 식량?...'구호품 공중투하'를 둘러싼 논란

사진 출처, USAF/Reuters
- 기자, 루이스 바루초, BBC 아랍어 뉴스
- 기자, BBC 월드 서비스
미국이 지난 2일(현지시간) 가자 지구에 처음으로 인도주의적 구호품을 공중 투하했다. 군용기 3대를 동원해 3만여 명분의 식량이 공중에서 떨어졌다. 이에 대해 일부 인도주의 단체들과 가자 지구 주민들은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요르단 공군과 함께 수행한 이번 수송 작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여러 이니셔티브 중 첫 번째로, 지난달 29일 가자시티 외곽 도로를 따라 이동 중이던 구호품 수송 트럭에 수백 명의 인파가 몰려 최소 112명이 사망한 후 진행됐다.
당시 상황에 대해 이스라엘 군은 팔레스타인인 대부분이 압사했다고 밝혔으나, 현지 보건부는 병원에 실려 온 사상자 대부분이 대구경 탄환에 맞은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현재 조사 중이라는 입장이다.
미국의 이러한 첫 구호품 공중 투하는 한 미국 고위 관료가 가자 지구 내 6주간의 휴전을 위한 협상의 틀이 마련됐다고 발언한 가운데 진행됐다.
그렇다면 이번 공중 수송으로 얼마나 많은 물품이 지원됐으며, 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일까.
미 중부사령부는 미군과 요르단 공군의 합동 작전에 따라 미 C-130 수송기가 가자 지구 남서부 해안선을 따라 식량 약 3만8000명분을 투하했다고 발표했다.
AP 통신은 미 관료들의 말을 인용해 밀봉된 패키지마다 하루치 식량이 들어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프랑스, 이집트, 요르단 등이 가자 지구에 구호품을 공중 투하한 적은 있지만, 미국이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해상 수송 통로도 열고, 육로를 통한 수송도 확대하고자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보통 가자 지구에 대한 원조는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통제하는 검문소를 통한 육로로 전달된다. 그러나 이러한 육로 대부분이 이번 전쟁 중 폐쇄되면서 구호품 트럭의 진입이 쉽지 않았다.
한편 UN은 가자 지구의 전체 주민 230만 명 중 4분의 1이 기아에 직면했다고 말한다.
‘충분하지 않습니다’
가자 지구 주민인 이스마일 모크벨은 BBC 아랍어 뉴스가 이번 가자 지구 갈등 이후 긴급히 마련한 라디오 서비스인 ‘가자의 생명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일 가자 지구에 공중 투하된 구호품은 채소 식품 및 여성 위생 필수품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남성 주민인 아부 유세프는 가자 시티의 알-시파 병원 근처에 구호품이 떨어졌으나 자신은 가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갑자기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호품을 실은 낙하산이 보였습니다. 우리는 그 낙하산이 떨어질 때까지 가만히 있었는데, 한 500m 떨어진 곳에 착륙하더군요. 사람은 너무 많고 구호품의 양은 적었습니다. 그래서 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습니다.”
모크벨 또한 거의 모든 생필품이 필요한 상황에 내몰린 가자 지구 주민들에겐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고 했다.
모크벨은 “수천 명이 공중에서 떨어지는 구호품을 봤다 … 보통 수백, 수천 명이 구호품을 받을 수 있길 기다리지만, 보통 10~20명 만 손에 넣을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은 빈손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유감스럽지만 공중 투하 방식은 가자 지구 북부에 구호품을 전달하기 위한 가장 적합한 방법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모든 주민의 필요를 충족해줄 수 없는 이러한 방식 대신 가자 지구엔 육로와 해상을 통해 물자를 전달할 수 있는 경로가 마련돼야 합니다.”

사진 출처, MOHAMMED SABER/EPA-EFE/REX/Shutterstock
‘비용도 많이 들고, 무계획적’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지상의 고립된 병력에 물자를 보급하고자 처음 도입된 방식인 공중 투하는 1973년 UN이 인도주의적 구호품 지원 수단으로 처음 사용한 이후 주요 지원 전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세계식량계획(WFP)’은 2021년 보고서를 통해 공중 투하 방식은 “다른 더 효과적인 선택지가 실패했을 때”만 사용하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말하고 있다. WFP는 남수단에 마지막으로 공중 투하 방식으로 구호품을 전달했다.
구호 단체인 ‘노르웨이 난민 위원회(NRC)’의 얀 에겔란드 대표는 최근 3일간 가자 지구에 머물렀다. 에겔란드 대표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공중 투하 방식은 비용이 많이 들고, 무계획적이며, 대체로 전달하고자 했던 이들에게 돌아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WFP에 따르면 비용 측면에서 수송기, 연료, 인력 등을 고려하면 공중 투하는 육로 전달 방식에 비해 7배 더 비싸다고 한다.
또한 트럭 수송대에 실을 수 있는 양에 비해 수송기엔 비교적 적은 양만 실을 수 있으며, 공중 투하할 경우 지상에서 적극적인 조정 활동이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제적십자위원회’ 또한 2016년 보고서에서 시리아 내전 중 구호품을 공중 투하했는데, 이때 부적절하거나 안전하지 않은 물품을 섭취해 목숨을 위협받지 않도록 분배를 통제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영양실조 상태거나, 심지어 그저 오랫동안 굶주린 이들에게 갑작스럽게 아무런 전문가의 지도도 없이 음식을 먹게 하는 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공중 투하 시 이러한 위험성을 염두에 둬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지상 배급 시 지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WFP는 공중 투하는 분쟁 지역에서 약 300~5600m까지 다양한 고도에서 이뤄지기에 지상과의 충격도 견딜 수 있는 견고한 포장재 또한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편 WFP에 따르면 이상적인 낙하 지역은 축구장보다 큰 넓고 개방된 지역이다. 그렇기에 가자 지구에선 종종 해안선을 따라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이 때문에 구호품이 바다에 떨어지거나, 바람에 실려 이스라엘 쪽으로 넘어가는 등 실패할 때도 있다고 한다.

사진 출처, USAF/Reuters
‘휴전이 필요합니다’
가자 지구에 사는 사미르 아보 사브하는 BBC 아랍어 뉴스 ‘가자의 생명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며, 이스라엘에 휴전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브하는 “가자 지구 주민으로서 이런 건 아무 소용이 없다. 우리가 원하는 건 미국이 이스라엘에 휴전하도록 압박하는 것, 이스라엘에 무기와 미사일을 더 이상 공급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인도주의 단체들도 이러한 생각을 내비쳤다.
지난주 구호 단체 ‘옥스팜 인터내셔널’의 스콧 폴은 공중 투하는 “미 고위 관료들을 가자 지구에서 계속되는 잔혹 행위 및 기근 위험에 기여하고 있다는 죄책감에서 덜어주는 역할을 할 뿐”이라며 바이든 정부가 발표한 이니셔티브를 비판했다.
그러나 가자 지구의 인도적 위기가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에서 “어떤 방식이든” 식량을 전달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가자 지구에 식량을 보내고 있는 비영리 단체이자 미 민주당이 노벨 평화상 후보로 지명한 ‘월드 센트럴 키친’의 창립자이자 요리사인 호세 안드레스는 미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지 가자 지구에 식량을 공급해야 한다. 해상으로 공급을 하고 … 가자 지구에 배를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편집: 알렉산드라 푸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