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무관의 한 풀었다' 토트넘, 유로파 리그 결승전서 맨유 꺾고 우승

우승컵을 들고 있는 주장 손흥민

사진 출처, Maciej Rogowski//Eurasia Sport Images/Getty Images

    • 기자, 사이먼 스톤
    • 기자, BBC 수석 축구 에디터
    • Reporting from, 스페인 빌바오

토트넘이 브레넌 존슨의 전반 결승골로 21일(현지시간) 유로파 리그 결승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1대 0으로 꺾었다. 2024-25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UEL)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17년간 이어진 '무관의 한'을 푼 것이다.

이번 우승으로 그동안 비난에 시달리던 엔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2년 차에 트로피를 가져오겠다던 약속을 지키게 되었다.

경기 전 나는 "광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스페인 빌바오 소재 산 마메스 스타디움에 모인 1만5000명의 토트넘 팬들을 향해 환하게 웃었다.

다만 이번에 승리했다고 해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토트넘에 계속 남아 있을 지 보장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빌 니콜슨, 키스 버킨쇼와 함께 유럽 대회 트로피를 들어 올린 토트넘의 영웅적인 감독으로 남게 됐다.

뉴캐슬, 크리스털 팰리스처럼 좀처럼 우승컵과는 인연이 없던 토트넘은 이번 유로파 우승 덕에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확보하며 약 1억파운드(약 1877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정적 이득까지 챙길 수 있게 되었다.

한편 토트넘과 맨유, 현재 프리미어리그(EPL) 최하위 권에 머무르고 있는 두 팀 간의 결승전이었던 만큼, 패배한 팀에게는 암울한 현실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현재 후벵 아모링 감독이 이끄는 맨유는 오는 25일 애스턴 빌라와의 시즌 마지막 리그 경기를 앞두고 있다. 맨유는 1973-74 시즌 강등 이후 최악의 부진에 빠져 있으며, 현재 과연 감독에게 팀을 재건할 만한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구단주의 지지는 여전하지만, 공격수로 알레한드로 가르나초 대신 메이슨 마운트를 선발로 출전 시킨 것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게다가 주장 브루노 페르난데스마저 이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맨유는 이번 결승전에서 1점을 먼저 내준 이후 경기 흐름을 다시 끌고 올 만큼 영리하게 움직이지 못했다.

후반전 중반, 토트넘의 골키퍼 비카리오가 실수하자 호일룬이 헤더로 연결하며 동점골을 만들 수 있었지만 토트넘의 수비수 미키 판더펜이 마치 곡예사처럼 몸을 날려 걷어냈다.

비카리오는 이후 루크 쇼의 헤더를 막아내며 극적인 선방 쇼를 보여주었다.

토트넘의 영광의 밤, 결승골을 만들어낸 브레넌 존슨

브레넌 존슨 선수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브레넌 존슨은 2010년 풀럼 FC 소속 사이먼 데이비스 이후 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득점한 최초의 웨일스 선수다

한편 마지막 터치가 존슨인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는 등 이번 결승골은 다소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이번 시즌 부진한 성적을 기록 중인 두 팀의 모습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 같았다. 하지만 토트넘 팬 중 그 누구도 이에 대해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경기 초반부터 양 팀 모두 팽팽한 긴장감이 감지되던 이날, 심지어 가장 노련한 선수들조차 영향을 받을 정도의 분위기였기에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약간의 운이 필요했다.

전반전이 끝나가던 순간 파페 마타르 사르가 크로스를 올렸고, 존슨은 맨유의 쇼보다 한발 앞서 공을 잡았다.

그러나 썩 좋은 터치는 아니었으며, 맨유 골키퍼 안드레 오나나를 위협할만한 장면으로도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공이 쇼를 맞고 굴절되면서 오나나는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였다.

존슨은 다시 한번 공을 향해 몸을 날렸고, 실제로 공을 터치했는지 여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미 득점 기회는 만들어졌으며, 오나나는 막아내지 못했다.

그때까지 토트넘은 하나의 유효 슈팅 조차도 없었고, 그 이후로도 없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토트넘의 감독으로 100번째 경기를 치른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호주의 사우스 멜버른과 브리즈번 로어, 일본의 요코하마 F. 마리노스, 스코틀랜드의 셀틱FC에서와 마찬가지로 부임 후 2번째 시즌에 결국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UEFA컵(유로파리그 전신) 초대 우승팀인 토트넘은 이번 우승으로 다시 한번 유로파 리그 정상에 올랐다. 이는 1972년 UEFA컵 결승에서 울버햄프턴 원더러스 FC를 꺾은 데 이어, 잉글랜드 팀을 상대로 거둔 2번째 유럽 리그 우승컵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호주 축구 대표팀 감독 당시에도 부임 2년 만에 아시안컵을 획득했으며, 셀틱에서는 두 시즌 연속 스코티시 프리미어십 타이틀을 차지했다.

이번에는 없었던 맨유의 추가시간 역전극

아모링 감독

사진 출처, Ian MacNicol/Getty Images

후반 추가시간 7분이 주어지자, 맨유는 추가시간에 골을 몰아넣으며 결국 승리를 거둔 1999년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의 대 역전극을 재현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 일이다.

맨유를 빛낸 영웅들인 리오 퍼디난드와 웨인 루니도 이번 주 빌바보에 모습을 드러냈으나, 자신들의 옛 클럽의 현재 상황에 한탄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에는 창의성과 위험이 공존하던 클럽이었으나, 이제는 잘못된 판단만이 남아있다. 클럽 지도부에서 비롯된 이 문제는 추가 시간이 끝나가기 직전까지도 명확히 드러났다. 브루노 페르난데스와 아마드 디알로가 각각 측면에 위치한 상황에서 레니 요로는 자신이 25야드 거리에서 직접 슛을 시도하는 게 최선이라 판단했고, 공은 결국 골문을 벗어났다.

호일룬은 헤더를 시도했으나 골대를 넘겼고, 디알로는 위험했으며, 교체 투입된 조슈아 지르크지의 준수한 헤더는 비카리오 골키퍼에 의해 가로막혔다.

하지만 맨유에 대한 믿음은 그리 크지 않았다. 마지막 찬스였던 가르나초의 슛은 골대 옆으로 빗나갔다.

이로써 맨유는 1990년 UEFA가 잉글랜드 축구 클럽들의 유럽 대항전 참가를 금지했다 재개한 이후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얻지 못한 역대 2번째 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다만 오는 8월에 열리는 카라바오컵에 출전할 예정이다.

트로피에 입맞춤하는 손흥민 선수

사진 출처, Ian MacNicol/Getty Images

UEFA 유로파리그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17년 만에 다시 메이저 대회 우승에 성공하게 된 토트넘의 주장 손흥민은 경기 직후 "지금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손흥민(32)은 독일 함부르크와 레버쿠젠, 그리고 한국 대표팀에서도 유독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경기가 끝난 뒤 TNT 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오늘만큼은 나도 전설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농담을 던졌다

"지난 17년 동안 아무도 이뤄내지 못했던 일이었고,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 저도 토트넘의 전설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항상 꿈꿔왔던 순간입니다. 마침내 오늘 그 꿈이 현실이 됐습니다. 저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

"이번 시즌을 전반적으로 돌이켜 생각해보면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우리 선수들은 항상 단결했습니다."

"압박감을 느꼈습니다. 정말 간절히 원하던 일입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매일 밤이 경기에 대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루어졌고, 이제는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늘 하루 마음껏 기뻐하며 절대 잊지 못할 하루를 보낼 겁니다. 내일 저는 비행기를 놓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