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하기 어려운 '롱코비드'...새 연구로 진단 쉬워질까?

소파에 지친 듯 누워있는 여성

사진 출처, Getty Images

    • 기자, 레오니 로버트슨
    • 기자, BBC 월드 서비스

영국 과학자들이 장기 코로나19 환자, 일명 ‘롱코비드’ 환자들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롱코비드를 겪는 이들은 최소 6500만 명이다. 이는 코로나19 감염 환자의 10명 중 1명꼴이다.

WHO는 롱코비드란 최초 코로나19 감염 후 3개월이 지나도 새로운 증상이 발현되거나 이어지며, 별다른 이유 없이 이러한 증상이 최소 2개월 동안 지속되는 증세라고 말한다.

현재 과학자들이 롱코비드의 다양한 면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특히 측정 가능한 바이오마커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바이오마커란 혈액, 기타 체액 또는 신체 조직에서 발견되는 생물학적 분자로, 몸의 상태나 질환을 진단하는 데 필요한 지표를 말한다.

롱코비드의 바이오마커를 찾는다면 환자들을 진단하고, 이들의 치료 경과를 모니터링하며, 롱코비드가 심리적 질병이라는 이론이 틀렸음을 입증하는 데 큰 진전을 이루게 될 것으로 보인다.

‘롱코비드’ 식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전염병 임상의사 과학자로 활동하는 냐리에 시톨 박사는 지난 2020년 5월, 최초의 롱코비드 클리닉 중 하나를 설립했다.

케임브리지 애든브룩스 병원에 자리한 이 클리닉은 롱코비드를 겪는 이들에게서 잠재적인 바이오마커를 찾고자 했다.

그리고 이번 주,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엔 해당 클리닉이 이뤄낸 주요 연구 성과에 대한 논문이 게재됐다.

냐리에 시톨 박사

사진 출처, handout

사진 설명, 냐리에 시톨 박사와 연구진은 롱코비드 진단에 도움이 되는 잠재적인 바이오마커를 식별했다

동료인 마크 윌스 박사, 벤자민 크리슈나 박사와 함께 시톨 박사는 우선 연구를 몇 가지 하위그룹으로 나눴다. 롱코비드를 다양한 증후군이 있는 질병으로 봤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롱코비드는 단일한 질병 과정이 아닌, 포괄적인 명칭 아래 여러 조건이 뭉쳐있는 질병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모든 롱코비드 환자를 아우르는 단일 바이오마커는 찾기 어렵다고 봤다.

한 하위 환자 그룹에서 과학자들은 백혈구의 일종에서 생성돼 인체 면역 체계가 세균과 싸우고 질병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도록 돕는 ‘인터페론-감마(IFN-γ)’라는 사이토카인(면역 단백질 중 하나)을 발견했다.

인터페론-감마는 코로나19에 감염 시 면역 반응으로 인해 처음 생성된다. 코로나19 환자라면 대부분 인터페론 감마뿐만 아니라 다른 사이토카인을 인체에서 만들어낸다.

그리고 연구 결과, 몇 주 내에 코로나19에서 회복하는 이들은 인터페론-감마 수치가 감염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롱코비드 환자의 경우 인터페론 감마 수치가 12주 이상, 일부 환자의 경우엔 심지어 첫 감염 후 2년이 지나도 정상 수치 이상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롱코비드 환자는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인터페론-감마 수치가 평균 10배 이상 높았다.

시톨 박사는 “롱코비드 환자의 경우 면역 체계 조절에 장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들의 면역 체계는 코로나19 감염 이후에도 정상 수준이나 정상적인 기능 상태로 다시 조정되지 않고, 마치 여전히 위협받는 듯 높은 수준의 경계 상태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단백질 수치가 증가한 상태로 유지되면 염증이 생길 수도 있으며, 혈류를 따라 이동하기에 여러 장기로도 퍼질 수 있다.

시톨 박사는 높은 수준의 인터페론-감마 수치 유지를 설명할 한 가지 가설로 롱코비드 환자 체내에 여전히 바이러스의 조각 혹은 단백질이 존재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몇몇 실험 대상 그룹의 경우 결장 및 다른 신체 부위를 생검한 결과 해당 부위에서 바이러스가 확인되기도 했다”는 시톨 박사는 “매우 낮은 수준에서 바이러스들이 여전히 복제하고 있거나, 이러한 단백질은 계속 돌아다니며 신체 면역 체계가 여전히 체내에 병원균이 있도록 끊임없이 생각하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가설은 자가항체로 인한 현상이라는 가능성이다.

일반적으로 신체 면역 체계는 질병과 맞서 싸우고자 항체를 생성하지만, 신체가 자신 내부의 세포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 건강한 세포를 공격하는 경우도 있다.

높은 인터페론-감마 수치가 ‘롱코비드’의 바이오마커일까?

기존 연구에 따르면 감염성 단핵구증(선열)과 같은 질병의 경우 감염 이후 인터페론-감마가 지속해서 방출되며, 다른 질병 감염 시 인터페론 감마가 피로, 관절통, 근육통, 발열 등의 증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톨 박사와 연구진은 영국에서 백신 접종을 실시하기 전 코로나19 환자의 혈액에서 다양한 사이토카인을 추출해 이를 백신 접종 후 이들의 혈액과 비교해봤다.

그 결과 인터페론-감마 수치가 높았던 일부 환자의 경우 백신 접종 후 정상 수준으로 회복했다(그러나 전부 다 그런 것은 아니었다).

또한 상당수의 롱코비드 환자들은 백신 접종 후 증상이 줄어들었다.

대규모 실험군을 대상으로 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긴 하지만, 해당 연구 결과는 인터페론-감마 수치 감소와 증상 개선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기에, 인터페론-감마 수치를 통해 롱코비드 환자를 진단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희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