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도 의대증원 집행정지 '각하·기각'...의정 갈등 더 장기화되나

사진 출처, NEWS1
- 기자, 이래현
- 기자, BBC 코리아
16일 법원이 의료계의 의대증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정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내년도 의대 신입생 증원 여부가 사실상 판가름 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고법 행정7부는 의대교수와 의대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에 대해 "이를 인용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기각했다.
재판부는 의대교수나 전공의, 수험생의 신청은 1심 때와 마찬가지로 이들이 제3자에 불과하다며 신청을 각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즉,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아닐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앞서 지난 달 3일 1심 재판부는 ‘신청인 적격’이 없다며 신청인들의 집행정지를 각하했다.
항고심 재판부는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정부에게 모든 절차를 진행하지 말 것을 요청하면서, 증원에 대한 근거자료 제출을 정부 측에 요구했다.
이에 정부가 지난 10일 재판부에 2000명 증원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를 뒷받침하는 연구 보고서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록 등 49건의 증거자료를 제출했으며, 이후 이들 자료가 실질적으로 논의의 근거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정부와 의료계 간의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결정에 대한 대법원 재항고, 본안소송 등 법적 절차가 여전히 남아있으나, 정부의 27년 만의 의대 증원 추진에 탄력이 붙었다는 분석이다.
한편 대한의사협회와 의대 교수 단체 등은 17일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은 향후 공공복리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며 비판했다.
의료 공백 상황, 심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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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갈등이 약 3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법원의 이번 판결로 의료 공백이 더 심화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국의과대학 교수비상대책위원회(이하 '전의비')는 15일 임시총회에서 “법원이 각하나 기각 결정을 내릴 경우 장기화될 비상 진료시스템에서의 ‘근무시간 재조정’에 대해서 심도 있게 상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전의비는 ‘주1회 휴진’을 계속하는 방안과 함께 ‘1주일간 휴진’을 단행하는 방안을 모두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BBC코리아에 “사실상 의대 증원 문제보다도 더 심각한 사안은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라며 “이와 관련한 문제가 하나도 해결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복귀 자체를 논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을 이탈한 지 3개월이 되는 오는 20일이 변곡점으로 꼽힌다.
전문의수련규정에 따르면 전공의가 3개월 이상 수련기간에 공백이 생길 경우, 전문의 시험 응시 시기가 1년 늦춰진다.
따라서 전공의들이 20일까지 병원에 복귀해야 시험 응시 자격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전공의 복귀에 있어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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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의 각하·기각 판결에 따라 정부는 계획대로 의대 증원 절차를 마무리하게 됐다.
법원 결정을 기다리던 일부 대학들이 의대 증원을 반영한 학칙 개정을 진행하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전형심의위원회가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승인해 각 대학에 통보하면 대학들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쯤 정원을 확정한다.
이에 따라 올해 입시에서 의대 모집인원은 예정대로 약 1500명 늘어나게 된다.
한편 의료계는 대법원에 재항고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사협회는 대한의학회 등 의료계 주요 단체들과 17일 공동 입장을 발표하며 "이번 사법부의 결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가 정부의 주장을 판결에 인용했으나 이 결정은 오히려 필수의료에 종사하게 될 학생과 전공의, 그리고 현재 묵묵히 현장에서 진료하고 계시는 교수님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고 필수의료 현장을 떠나게 만드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협은 또한 2000명 증원안에 대한 정부의 과학적이고 객관적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지적도 이어갔다.
의료계 소송 대리인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는 16일 법원의 판결에 대해 "제1심 각하 결정을 파기하고 부산대 의대생의 원고 적격을 인정한 점과 회복할 수 없는 손해, 긴급성을 인정한 점에서는 의료계의 승리"라면서도 "정부 측의 공공복리를 우선시한 점에서는 정부의 승리이므로 일단 무승부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아무리 재항고를 빠르게 진행한다고 해도, 소요 시간을 감안했을 때 대학별 입시요강이 확정 공시되는 이달 말까지 결론이 나긴 힘들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언론은 이번 서울고법 결정으로 사실상 모든 소송이 종결된다고 보도하지만, 이는 잘못된 보도”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BBC코리아에 “대법원에서도 이 쟁점에 대해 다 알고 있다”면서 “그만큼 예의주시하는 사건이기 때문에 재항고를 하면 이번 달 안에도 판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16일 나온 판결은 부산대학교 의대생들이 주요 원고인 사건”이라며, “서울고법 즉시항고사건은 총 7개이고, 이 중 32개 의대생 1만 3000명 소송이 매우 중요하며, 이 사건들도 수일 내로 결정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찬 더프렌즈법률사무소 의료전문 대표변호사는 “이론적으로는 이번 달 내 대법원 판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가처분이라는 건 본질적으로 시급성을 따지는 부분이기 때문에 본안과는 달리 시간이 오래 걸려 중요한 때를 놓칠 수 있는 것을 고려해 임시로 빠르게 결정을 내리는 겁니다. 따라서 대법원에서는 빨리 처리할 겁니다. 그래서 이론적으로는 가능한데 현실적으로 가능할 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동찬 변호사는 “본안이라면 최종적인 판단이니 모든 것을 신중하게 따져봐야 되지만, 가처분이기 때문에 100% 엄격하게 따질 필요는 없고, 융통성 있고 유연하게 법을 해석해서 혼란을 막을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