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파업 언제까지 갈까...비대면 진료 확대 등 정부 임시 대책에 실효성 의문

발언하는 한덕수 국무총리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정부는 의료계 집단 행동이 계속됨에 따라 23일 보건의료재난 위기경보를 '심각'으로 상향하고 공공 의료기관 진료 시간 확대 등 대응책을 발표했다
    • 기자, 이래현
    • 기자, BBC 코리아

23일 정부가 의료계 집단행동에 따른 대응책을 발표한 가운데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는 이날 보건의료재난 위기경보를 최상위인 ‘심각’으로 상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등 감염병 상황을 제외하고 보건의료 위기 단계가 '심각' 단계로 발령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한덕수 국무총리는 공공 의료기관 진료 시간의 전면 확대, 중증 및 위급환자의 이송과 전원을 컨트롤하는 광역응급상황실 신설, 응급환자 최종 치료 수가 확대를 통한 병원에서의 임시 및 의료 인력 추가 채용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한 총리는 또 "필수 치료가 지연되는 병원의 인력 수요를 파악 중이며 이곳에 공보의와 군의관을 지원하겠다"며, 비대면 진료를 전면 확대해 원활한 일반 진료를 돕겠다고 말했다.

22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94개 병원에서 80%에 육박하는 소속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보건복지부는 업무개시명령에도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에 '의사면허 정지'를 내세웠으나 의료 공백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와 의사 단체의 기한 없는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며 환자들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 대응책, 과연 효과 있을까

분주한 의료진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응책이 남아 있는 의료진들의 번아웃을 야기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김윤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BBC코리아에 한 국무총리가 발표한 의료계 파업 관련 조치 방안이 "효과가 없진 않겠지만 그 효과가 크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지금은 의료 이용량 전체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중증 및 응급환자의 진료는 계속 유지하되 비응급이나 비중증 환자의 진료는 뒤로 미루거나 아랫급의 병원으로 내려 보내야 하는 것이지 무작정 (남아 있는) 의료진들에게 환자를 더 많이 받으라고 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한 국무총리가 발표한 대책 중 하나인 진료 시간 확대에 대해서도 "남아 있는 의료진을 번아웃시키는 효과를 동시에 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형선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 교수는 한 국무총리의 대안책이 "급한 불을 끄는 차원으로 해석이 된다"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공공병원 진료 시간 연장 방안에 대해선 "충분치는 않더라도 공공병원에서도 기본적인 의료시설과 의사들도 갖춰져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보충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며 정부 차원에서 가능한 모든 방안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아 있는 의료인들의 번아웃 우려에 대해 "지금 정부에서 이야기하듯 평상시보다 더 많이 진료하는데 따른 부분을 비용 보상으로 보완하는 수 밖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제는 전공의들이 다 빠져나가더라도 환자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강구해야 할 때”라며 세 가지의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먼저 대학병원은 중환자 위주로 진료를 하도록 할 것과 PA 간호사들의 적극적인 활용을 제시했다. 보건복지부가 시행규칙 고시를 개정해 현재 ‘법외존재’로 활동하고 있는 PA들이 전공의 대체 긴급 투입이 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수술 및 진료 취소로 환자 수가 줄어 간호사 인력에 여유가 있으니, 그 간호사들을 중심으로 환자들의 전원의뢰 및 조정을 담당하는 콜센터를 대학병원별로 설치해 운영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 대란, 얼마나 갈까?

병원에서 대기하는 환자들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지난 22일 오후 6시 기준 전공의 사직대란으로 인한 피해신고 지원센터에 새로 접수된 피해 사례는 40건으로 파악됐다

BBC코리아 취재 결과, 서울시를 포함한 수도권 병원들은 ‘응급환자 위주 원칙’으로 전공의의 부재를 메우고 있었다.

가천대 길병원 관계자는 23일 기준 소속 전공의 196명 중 174명이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그 중 일부 출근한 전공의의 경우 중환자나 응급환자를 위주로 진료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사직서를 낸 전공의 수를 밝히긴 어려우나 현재 30% 이상의 수술 및 진료 건이 조정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BBC코리아에 전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소속 전공의 102명 중 71명이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병원 차원에서 전문의 비상 근무조를 편성해 필수의료 및 응급의료 진료 공백을 채우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2월 말까지 전문의 비상 근무조로 유지를 할 계획이나, 공백 기간이 예측 불가한 상황에서 중장기적인 대책을 세울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사직서를 제출하는 전공의가 더 늘 것으로 예측한다”며 ‘의료 대란’이 최소 두세 달 이상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판단과는 달리 의사들이 의대 정원 증원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기 때문에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을 거예요. 그러면 정부의 (전공의에 대한)처벌이 이뤄질 것이고, 의사들은 처벌에 반대해서 더 파업하고… 상황이 이렇게 되면 사태가 장기화될 수 밖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 교수는 “결론은 의대 정원이 몇 명인지를 두고 정부와 전공의 간 대치인 것인데, 정부 입장에서도 정책 회수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사들의 의대 정원을 늘리기 싫다는 마음 뒤에 명분이 없잖아요. 결국은 자신들의 밥그릇 지키기, 사다리 걷어차기 행위인데 여기에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회수하는 것으로 협상이 마무리되면 (전공의의) 이러한 ‘떼쓰기 행동’에 정책이 계속 무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정부도 그런 선택을 하긴 어려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