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병원은 왜 뇌출혈 간호사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야 했나

보건복지부가 4일 근무 중 뇌출혈로 숨진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건에 관해 사실관계 조사를 시작했다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보건복지부가 4일 근무 중 뇌출혈로 숨진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건에 관해 사실관계 조사를 시작했다

보건복지부가 4일 근무 중 뇌출혈로 숨진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건에 대한 사실관계 조사를 시작했다.

앞서 서울아산병원 소속의 한 30대 간호사가 지난달 24일 출근 직후 뇌출혈 증상으로 같은 건물 1층에 있는 응급실을 찾았으나, 수술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이를 두고 국내 최대 규모 병상을 운영하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의료진이 응급상황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했던 원인에 대한 논란이 확산됐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2일 "국내 최대의 병원에서 수술할 의사가 없어 전원이 됐다는 것은 상식적인 선에서 누구도 납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무슨 일이 있었나

서울아산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A씨는 사망 당일 오전 출근 직후 극심한 두통 증상으로 같은 건물 1층에 있는 응급실을 찾았다.

응급실 의료진은 A씨에 대해 뇌출혈 진단을 하고 곧바로 혈류를 막는 색전술 처치를 했다.

그러나 출혈이 멈추지 않자 A씨를 서울대병원 응급실로 긴급 전원 조치했다. A씨는 결국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진 후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서울아산병원은 당시 응급실에 뇌출혈 수술을 할 수 있는 신경외과 의사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평소 뇌출혈수술을 할 수 있는 신경외과 전문의가 2명 근무하고 있었는데, 사건 발생 당시 1명은 해외 학회에, 또다른 1명은 지방 출장을 가있었다는 것이다.

뇌출혈 환자에 대한 치료는 크게 비수술적 치료법과 수술적 치료법으로 나뉜다.

뇌의 압력을 낮추기 위해 약물을 투여하는 비수술적 치료법인 색전술은 신경과와 영상의학과 전문의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뇌를 절개한 뒤 뇌동맥류를 묶는 수술적 치료법인 클립결찰술은 신경외과 전문의만이 가능하다.

사건 발생 당일 신경외과 전문의가 없었던 아산병원 의료진은 비수술적 치료법인 색전술을 실시했는데, 출혈이 멈추지 않자 수술적 치료법을 적용하기 위해 신경외과 전문의가 있던 서울대병원으로 옮기기로 한 것이었다.

서울아산병원은 당시 응급실에 뇌출혈 수술을 할 수 있는 신경외과 의사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서울아산병원은 당시 응급실에 뇌출혈 수술을 할 수 있는 신경외과 의사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대 규모 아산병원… 진상조사 요구 이어져

서울아산병원은 뇌출혈 등 신경계 응급환자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별도의 '신경비상팀(NAT)'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유일 상급종합병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뇌졸중 적정성 평가에서도 최우수 등급인 1등급을 받기도 했다.

철저한 응급의료체계를 자랑하던 대형병원에서 왜 이러한 일이 발생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2일 입장문을 내고 "간호사의 안타까운 죽음은 우리나라 의사 부족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일깨워 준 예견된 중대한 사건"이라며 "서울아산병원은 당일 근무한 당직자의 대처, 응급실 이동 후 서울대병원 전원까지 걸린 시간 등을 명백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도 4일 관련 사실관계 조사를 시작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이날 백브리핑에서 "실제 어떤 상황이 어떻게 전개됐는지 조사하고, 조사 결과에 대해 문제점과 개선 방안 등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현실 보여주는 것… 낮은 의료 수가가 원인'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신경외과 병동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낮은 의료 수가와 정부의 대책 부재를 원인으로 꼽았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병의협)는 3일 성명을 내고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망 사건의 원인은 의사 수 부족이 아닌 필수의료 분야(뇌혈관외과) 저수가와 정부의 지원 대책 부재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밝혔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응급실. 간호사를 더욱 힘들게 하는 건 '누군가의 죽음'이 일상으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 출처, 이강용

사진 설명, 급박하게 돌아가는 응급실. 간호사를 더욱 힘들게 하는 건 '누군가의 죽음'이 일상으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다

보건의료노조 역시 "의사인력 부족으로 국내 최고의 상급종합병원에서조차 원내 직원의 응급수술조차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번 사건의 배경에 존재하는 의료공백, 의사 인력의 부족 문제에 다시금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뇌혈관외과) 교수가 이번 사고를 보도한 한 기사에 단 댓글도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뇌혈관 수술 분야는 위험도와 중증도에 비해 턱없이 낮은 의료 수가로 인해 지원자가 급감하고 있다"며 "그나마 뇌혈관외과의사를 전임의까지 트레이닝시켜 양성하면 대부분 머리 열고 수술하지 않는, 내혈관내시술 의사의 길을 선택한다"고 적었다.

이어 "40대 이상의 실력 있는 뇌혈관외과의사는 고갈돼 가고 있다"고도 했다.

실제 뇌혈관 수술은 고난도 수술임에도 정부에서 책정한 건강보험 수가가 비교적 낮은 편에 속한다.

병원 입장에서 신경외과 전문의를 24시간 배치하는 일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아산병원뿐 아니라 대부분 대형병원의 신경외과 의사도 대부분 1명이거나 2명뿐이다.

방 교수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또 누구 책임자를 처벌하고 끝내는 식이 아니라, 뇌혈관외과 의사를 보호하고 실력 있는 후학을 양성할 제도 개선이 근본 대책"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 의료 접근성과 시스템이 좋은 것은 사실 의료인들의 노력과 희생의 결과라는 것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병의협은 역시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핵심 문제는 흉부외과, 외과, 산부인과, 내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의료에 종사하는 의사 및 의료 인력의 부족 문제와 원인 및 해결책이 같다고 볼 수 있다"며 "필수 의료 분야가 자생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저수가 체계를 개선하고 왜곡된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의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