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사직 확산… 의료 공백 현실화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9일 기준 밤 11시 기준, 6415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9일 기준 밤 11시 기준, 6415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필수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병원 현장을 떠나면서 우려했던 의료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은 2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을 통해 "전날(19일) 밤 11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점검 결과 소속 전공의의 55% 수준인 6415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사직서가 모두 수리되지 않았으며 사직서 제출자의 25% 수준인 1630명이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차관은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일은 정말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정부의 명령을 회피하고 법적 제재를 피하는 법률 공부에 열을 올릴 때가 아니라 배운 의술로 사람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중수본 회의에서 집단행동에 대비해 비상진료대응체계를 점검하고 각 의료기관에서 필수진료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한편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날 대의원 총회를 열고 전공의 사직 등 향후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위독한데 수술 연기'...환자들 우려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피해 접수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설치한 '의사 집단행동 피해 신고 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 사례는 19일 오후 6시 기준 34건이다.

이 중 수술 취소는 25건, 진료 예약 취소 4건, 진료 거절 3건, 입원 지연이 2건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1년 전부터 예약된 자녀의 수술을 위해 보호자가 회사도 휴직했으나 갑작스럽게 입원이 지연된 사례도 있었다.

온라인에서도 환자들과 환자 가족들의 우려 섞인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다.

19일 한국 최대 암 환우 온라인 커뮤니티 '아름다운 동행'에는 "직장암 3기 작년 수술하고 항암 끝난 지 2달 후 간 전이가 돼서 20일 입원, 21일 수술 예정이었는데 오늘 오전에 수술 취소 전화 받았다"라며 "시기 놓쳐서 간 이식으로 넘어갈까 봐 너무 두렵고 무섭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막상 수술 취소 전화 받고 나니 하늘이 무너진다"며 "남편 몸속에서 쑥쑥 크고 있을 암세포를 원망만 하고 있어야 하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밖에 없네요"라는 환자 보호자의 글도 있었다.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업무를 중단한 20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이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업무를 중단한 20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을 찾은 방문객들

환자들의 피해가 이어지자, 폐암 말기 환자인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장은 "관용을 보여달라"며 영상을 통해 의사들에게 호소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삶의 막바지에서 환자들은 지금도 간절하게 치료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며 "협상을 통해서 조정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를 향해서도 “국민도 의사들의 부족은 실감하고 있지만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한다”며 “보건복지부에서는 충분한 준비가 돼 있다고 하나 의대 입학 정원의 절반이 넘는 숫자를 갑자기 증원한다고 하면 대학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의대 교육이 완전해질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나”고 말했다.

이 외에도 분만을 앞두고 마취과 의사가 없어 출산 시 무통 주사가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거나, 출산을 앞두고 제왕절개 수술 연기를 통보받았다는 임신부 사연 등도 온라인을 달구고 있다.

폐암 말기 환자인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장은 '의료 파업' 관련해서, 의료진과 정부에 호소의 말을 남겼다

사진 출처, 폐암 환우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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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없는 병원...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정부는 대체인력을 투입해 이 사태에 대응할 예정이지만, 장기화할 경우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전공의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상급종합병원의 부담이 크다.

정통령 중앙사고수습본부 중앙비상진료상황실장은 "여러 병원 상황을 보면 대략 2∼3주 정도는 기존 교수님들과 전임의, 입원전담전문의, 중환자실전담전문의 등 전공의를 제외한 인력으로 큰 차질 없이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이상으로 기간이 길어지면 이분들의 피로도가 누적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때는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사 중 필요한 인력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복지부는 2020년 의대 증원 추진 당시 전공의의 ‘무기한 총파업’ 경험을 토대로, 이번에도 30∼50% 정도의 진료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20년 당시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에 반발해 8월 7일 한 차례 총파업을 벌였다. 이들은 같은 달 14일 대한의사협회의 총파업에 참여했고, 21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당시에도 수술 취소, 진료 차질 등 '의료대란'이 벌어졌고, 결국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 지 2주 만에 결국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철회했다.

같은 해 9월 4일 대한의사협회와 정부가 의정 합의를 맺으며 갈등이 일단락됐으나, 전공의들은 9월 8일에야 업무에 복귀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8일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의대 증원에 반발, 의사 집단행동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한덕수 국무총리가 18일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의대 증원에 반발, 의사 집단행동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이번엔 정부와 의사단체 모두 경험이 있던 터라 양측 다 강경 태세를 대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 파업이 장기화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우선 과거엔 전공의들이 '집단 휴업' 카드를 냈지만 이번엔 사직서를 낸 데다, 만약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로서 병원에 남아 세부 전공을 배우는 전임의들도 집단 사직 대열에 가세할 경우 의료 공백이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번에는 코로나19 유행 때와 다르다며 엄정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8일 의료계 집단행동과 관련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삼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필수 의료와 지역 의료를 살리기 위한 의료 개혁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로 의대 정원 확대는 더 늦출 수 없다"고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정부는 각 수련병원에는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를,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에는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이미 내렸다.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하면 즉시 '업무개시명령'도 내린다는 방침이다.

한편, 한국갤럽이 이번 달 13~15일 동안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6%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긍정적인 점이 더 많다'고 답했다. '부정적인 점이 더 많다'는 응답은 16%였다.

국민의힘 지지자의 81%,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의 73%가 각각 긍정적이라고 답해 여야 지지층 사이에 의견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