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얼음 녹아 육지로 떠밀린 북극곰들...적응 못해 굶주림 직면

북극곰

사진 출처, David McGeachy

    • 기자, 맷 맥그라스
    • 기자, BBC 환경 전문기자

북극의 해빙이 녹으면서 일부 북극곰이 굶주림에 직면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얼음이 없는 기간 육지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데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북극의 상징과도 같은 북극곰은 보통 연안 부빙에 의지해 얼룩큰점박이 바다표범을 잡아먹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북극 해빙이 녹아 사라지면서 많은 북극곰들이 새알, 열매, 풀 따위를 먹으며 해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가고 있다.

그런데 육지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자 급격히 몸무게가 줄어들면서 사망 위험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북극곰은 기후 변화가 북극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더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존재와도 같지만, 북극곰에 미치는 영향은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1980년대 전까지만 해도 무분별한 사냥으로 북극곰 개체수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었다. 그러다 법적 보호가 강해지면서 개체수가 다시 증가했다.

그러나 이젠 전 세계적인 기온 상승이 북극곰의 생명을 가장 위협하는 존재로 다가오고 있다.

왜냐하면 얼음으로 가득한 북극해는 북극곰 생존에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다. 북극곰은 해빙을 발판 삼아 주로 늦봄과 초여름, 지방이 많은 바다표범을 사냥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북극의 기온이 올라가는 기간, 여러 지역에서 얼음이 점점 더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걸어 다니는 북극곰

사진 출처, David McGeachy

사진 설명, 이번 연구에서 살펴본 북극곰들은 해빙이 녹으며 육지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 까닭에 체중이 줄었다

이번에 연구진이 조사한 캐나다 매니토바주 서부 지역에선 1979~2015년 사이 얼음이 없는 기간이 3주나 늘어났다.

얼음이 없는 여름 동안 북극곰이 어떻게 생존하는지 파악하고자 연구진은 지난 3년간 북극곰 20마리의 활동을 추적했다.

혈액 샘플을 채취하고, 몸무게를 측정하는 것은 물론, GPS 장치가 장착된 영상 카메라 목걸이를 달았다. 이를 통해 과학자들은 북극곰의 움직임, 활동, 먹이 섭취 등을 추적 및 기록할 수 있었다.

관찰 결과, 얼음이 없는 여름철, 북극곰들은 생존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강구하고 있었다. 에너지를 아끼고자 휴식에 집중하는 곰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풀, 열매 등을 먹거나, 헤엄을 치며 먹이를 찾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연구진이 조사한 북극곰 20마리 중 19마리의 체중이 감소한 것이다. 최대 11%까지 줄어든 경우도 있었다.

수영하는 북극곰

사진 출처, USGS/WASHINGTON STATE UNIVERSITY

사진 설명, 연구진은 목에 두른 카메라와 GPS 장치를 통해 북극곰의 움직임과 행동을 추적했다

북극곰의 몸무게는 평균적으로 하루에 1kg씩 감소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미국 지질조사국(USGS)’ 소속 앤서니 파가노 박사는 “어떤 생존 전략을 취하든 상관없이 육지에서의 생존 기간을 연장하기엔 두 방식 모두 실질적인 이점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공동 저자인 ‘워싱턴 주립대학 곰 센터’의 찰스 로빈스는 “북극곰은 그저 흰색 코트를 입은 회색곰이 아니”라고 말했다.

“(북극곰과 회색곰은) 매우, 매우 다른 존재입니다.”

물속으로 향한 곰 3마리 중 2마리는 동물 사체를 발견했지만, 먹이를 찾아다니느라 너무 지쳤던 탓에 오래 먹지도 못했다.

파가노 박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완전히 다 자라지 않은 암컷 북극곰 1마리는 죽은 벨루가를 발견했지만, 몇 번 물어보기만 하고 대부분은 고래 사체를 몸을 기댈 부표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북극곰은 먹기와 수영을 동시에 할 수 없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북극곰에 관한 주요 사실

  • 전 세계적으로 북극곰 약 2만6000마리가 남아 있으며, 대부분이 캐나다에 서식한다. 미국, 러시아, 그린란드, 노르웨이에서도 발견된다.
  • 북극곰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 멸종위기 취약종으로 분류하고 있는 동물로, 기후 변화가 개체수 감소의 주요 요인이다.
  • 다 자란 수컷 북극곰은 몸길이가 약 3m에 이를 수 있으며, 몸무게는 600kg에 육박한다.
  • 북극곰은 한 번에 최대 동물 지방 45kg를 먹어 치울 수 있다.
  • 아울러 후각이 매우 강해 16km나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먹이 냄새를 맡을 수 있다.
  • 북극곰은 수영 실력도 뛰어나 육지에서 최대 100km 떨어진 바다에서도 발견된 바 있으며, 발의 물갈퀴 덕에 시속 10km 정도의 속도로 헤엄칠 수 있다.

한편 이번 연구에서 아주 흥미로웠던 점은 북극곰 1마리는 몸무게가 무려 32kg나 늘었다는 사실이다. 이 곰에 대해 연구진은 대부분 쉬면서 체력을 비축했으며, 우연히 동물 사체를 발견해 행운도 따랐다고 설명했다.

이전에 발표된 연구에선 기후 변화가 앞으로 수십 년간 도전 과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번 새로운 연구를 통해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북극곰의 적응 능력에 대한 중요한 질문이 제기됐다.

그러나 기후 변화가 북극곰에 미치는 영향은 지역에 따라 다를 것이라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번 연구엔 참여하지 않은 ‘노르웨이 극지 연구소’ 소속 존 아스는 “앞으로 해빙이 사라질 지역에선 북극곰이 사라질 가능성이 크지만, 언제 어디서 사라지게 될진 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곰이 살기 좋은 조건을 지닌 일부 지역은 앞으로 수십 년 내에 사라질 것입니다.”

“예측대로 해빙이 계속 사라진다면, 이번에 연구 대상이 된 지역은 이내 북극곰이 살아가기 매우 어려운 환경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지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