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하는 단어들로 분석해 본 탈레반 최고지도자의 속내

사진 출처, Getty Images
- 기자, 알리 후세이니
- 기자, BBC 월드 서비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재점령한 지 어느덧 2주년이 됐다.
2년이 지난 지금 탈레반은 극단적으로 해석한 샤리아(종교 율법)에 따른 엄격한 규칙과 규정을 통해 사회를 점점 더 옥죄고 있다.
약 4000만 명으로 추정되는 이곳 아프가니스탄 시민들의 일상을 규정하는 이러한 법령 뒤에는 단 한 명, 바로 탈레반 최고지도자 히바툴라 아쿤자다가 있다.
현재 나이 70대로 추정되는 아쿤자다는 국제 사회뿐만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에서도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인터넷에서 아쿤자다의 사진을 검색하면 단 2장을 찾을 수 있는데, 그중 지난 90년대 촬영된 여권 사진 크기의 이미지가 가장 유명하다.
2년 전 미국을 주축으로 하는 연합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전면 철수한 이후 아쿤자다는 공식 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언론과의 인터뷰에 응한 적도 없다. 물론 여학교 폐지, 여성의 직장 및 공공장소 출입 금지 등 자신이 내린 결정을 둘러싸고 제기된 의문에 대해서도 단 한 번도 답한 바 없다.
대중의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철저히 감추고 있는 아쿤자다를 더 잘 이해하고자 BBC는 알려진 아쿤자다의 모든 연설을 분석해봤다.

분석 대상이 된 자료엔 아쿤자다가 탈레반 지도자로 임명된 지난 2016년 이후 발표된 법령 65개 및 2018년 이후 발표된 이드(이슬람 사회의 명절) 기념 메시지 5건이 포함됐다. 이러한 기념 메시지 5건 중 3건은 탈레반이 재집권한 2021년 8월 이후 발표된 내용이다.
아울러 아쿤자다가 최고 지도자가 된 이후 탈레반 정부가 발표한 모든 연설문 또한 포함됐다.
이러한 자료를 수집한 이후 자연어 처리 툴을 통해 사용된 모든 단어의 사용 횟수를 분석했다.
탈레반 최고지도자가 말하는 ‘이슬람’
분석 결과 170건 이상 기록될 정도로 가장 사용 빈도가 높았던 단어는 ‘이슬람’이었다.
분석 결과를 나타낸 이미지에서 단연 눈에 띄는 크기에서 알 수 있듯 아쿤자다는 아프가니스탄은 오직 이슬람 율법에 따라만 통치돼야 한다고 반복해서 설교한다.
아쿤자다에게는 신(종교)과 국가는 분리된 개념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슬람은 곧 샤리아의 지배를 받는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수장국’을 뜻한다.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에게도 이슬람 근본주의 원칙을 고수하고 이를 중심으로 살아가라고 역설한다.
이에 반대하는 이들은 이슬람에 대한 아쿤자다의 이러한 극단적인 해석은 전 세계 다른 이슬람 국가 50개국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한다.
심지어 탈레반 당국이 여성의 공공 공원, 헬스장, 미용실 등의 출입을 금하는 등 여성의 자유를 더욱 탄압하면서 유엔(UN)은 ‘성별 아파르트헤이트(격리 정책)’라는 표현까지 꺼내 들었다.
서방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
아쿤자다가 ‘선거’라는 단어를 사용한 적은 단 한 번뿐이었는데, 이 또한 긍정적인 맥락은 아니었다.
지난해 6월 수도 카불에서 열린 대규모 이슬람 학자 모임에서 아쿤자다는 “나는 대통령도 아니고, 선출된 이도 아니며, 부정한 정치인도 아니”라고 연설한 바 있다. 즉 아쿤자다에게 모든 형태의 서구식 민주주의는 여전히 경멸의 대상이다.
한편 2년 전 카불을 내주기 전까지만 해도 아쿤자다는 연설에서 ‘미국’이라는 단어만 55번 반복했는데, 어조는 거의 항상 적대감이 가득했다.
그러나 재집권 이후 이뤄진 연설에선 ‘미국’이라는 단어를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언급한다고 하더라도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로부터 아프가니스탄의 공식 지도자로 인정받고 싶다는 포부를 표현하는 맥락으로만 한정된다.

사진 출처, BBC/Nava Jamshidi
3인칭 '여성'
2018년 권력을 잡은 이후 아쿤자다가 ‘여성’을 언급한 횟수는 고작 13회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지난 2년간은 ‘여성’을 3인칭으로만 지칭하고 있다. 즉 여성은 대상일 뿐 절대 그의 연설의 의도된 청중이 아니다.
체계적으로 여성을 학업과 직업에서 배제하는 명령을 내린 바 있는 아쿤자다는 아프가니스탄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여성들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개적으로 거의 언급한 바 없다.
성전
한편 단어 ‘지하드’와 ‘무자헤딘’의 사용 횟수를 합하면 무려 160번으로, 엄청난 비율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많은 이슬람교도에게 ‘지하드’는 단순히 죄에 맞서 싸우고 선을 지향하며 투쟁하라는 의미일 뿐이다.
그러나 아쿤자다의 발언 속 지하드는 이슬람의 적들에 대한 투쟁으로, 성전을 고취하기 위한 맥락으로 사용된다. 그리고 ‘무자헤딘’은 지하드에 임하는 이들을 의미한다.
이렇듯 지속해서 지하드를 촉구하는 최고지도자의 발언은 전쟁 중 성장했으나 이젠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나라에 살고 있는 새로운 세대의 탈레반 전사 간에 다소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최근 많은 아프가니스탄 청년들이 엄격한 이슬람식 통치를 지향하는 무장단체인 ‘테릭에 탈레반 파키스탄(TTP)’에 합류하고자 몰래 파키스탄으로 건너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탈레반 지도부 또한 전사 유출을 공개적으로 비난했으나, 많은 아프간 청년들은 여전히 자신들은 지하드를 계속 벌일 것이라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