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데이비 BBC 사장은 왜 사임했으며 '트럼프 연설 편집' 논란이란?

동영상 설명, BBC의 사장과 뉴스 보도 부문 책임자가 사임한 원인은?

팀 데이비 BBC 사장(Director-general)과 뉴스 보도 부문 책임자인 데보라 터네스가 지난 9일(현지시간) 사임했다.

BBC는 시사 프로그램 '파노라마(Panorama)' 다큐멘터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 내용을 편집하여 그가 2021년 미국 국회의사당 습격을 선동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데이비 사장과 터네스 책임자는 직원들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실수가 있었다고 밝혔다.

팀 데이비와 데보라 터네스는 누구인가?

팀 데이비는 2020년 9월 BBC 사장으로 임명되었다. BBC 서비스 전반을 총괄하며, 편집과 운영, 창작 분야에서 조직을 이끈다.

BBC에 새로 합류한 인물은 아니다. 사장 임명 전 BBC 스튜디오의 최고경영자로 7년간 재직했다.

BBC 입사 전에는 프록터 앤드 갬블, 펩시코 등의 기업에서 일했다.

데보라 터네스는 2022년부터 BBC 뉴스 보도 부문 책임자(CEO)로 재직하며 BBC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 전반을 총괄했다.

전 세계 40여 개 언어로 5억 명에 가까운 시청자에게 방송을 송출하는 팀원 약 6000명으로 구성된 팀을 책임진다.

과거 ITN의 최고경영자로 경력을 쌓았으며, 2013년부터는 NBC 뉴스의 사장으로 재직한 바 있다.

이들의 사임 사유는?

두 사람은 미국 대통령 선거 일주일 전에 방영된 '트럼프: 두 번째 기회?'라는 파노라마 다큐멘터리를 둘러싼 논란 이후 사임했다.

터네스는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관한 파노라마(다큐멘터리)를 둘러싼 계속된 논란이 내가 사랑하는 기관인 BBC에 피해를 주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BBC 뉴스 및 시사 부문의 책임자로서 모든 책임은 제게 있습니다. 이에 어젯밤 사장에게 사임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이어 터네스는 "실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BBC 뉴스가 제도적으로 편향되었다는 최근 주장은 사실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데이비 사장은 성명에서 파노라마 다큐멘터리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유일한 이유는 아니지만, BBC 뉴스를 둘러싼 현재의 논쟁이 내 결정에 당연히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으로 BBC는 잘하고 있었으나 몇 가지 실수가 있었으며, 사장으로서 저는 최종 책임을 져야 합니다."

트럼프 다큐멘터리를 둘러싼 주장은?

지난주 영국 일간 신문 '텔레그래프'는 독점 보도를 통해 BBC 내부 문건을 입수했다는 단독 보도를 전했다.

해당 문건은 BBC의 편집 기준 위원회에서 독립 외부 자문위원을 맡았던 마이클 프레스콧이 작성한 것으로, 그는 지난 6월 해당 직위에서 물러났다.

문건에 따르면 1시간 분량의 이 '파노라마' 다큐멘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일부를 편집하여 그가 2021년 1월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을 노골적으로 부추기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2021년 1월 6일 워싱턴 DC에서 트럼프는 "우리는 국회의사당으로 걸어갈 것이며, 우리의 용감한 상원 및 하원의원들을 응원할 것"이라고 연설했다.

그러나 파노라마 다큐멘터리의 편집본에서는 그가 "우리는 국회의사당으로 걸어갈 것 … 나는 여러분과 함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싸울 것이다. 우리는 지옥처럼 싸울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으로 담겼다.

편집되어 합쳐진 두 발언 구간은 실제로는 50분 이상 간격이 있었다.

"지옥처럼 싸우자(fight like hell)"는 발언은 트럼프가 미국 선거가 얼마나 "부패했는지" 말하던 부분에서 발췌한 것이다. 해당 연설에서 그는 총 20번에 걸쳐 "싸움(fight)", "싸우다(fighting)"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해당 문건에는 파노라마의 "그날의 사건에 대한 왜곡"은 시청자들에게 하여금 "왜 BBC를 신뢰해야 하며, 이 모든 사태는 어디로 끝나는가"라는 의문을 갖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어 관리자들에게 이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기준 위반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 거부했다"고 한다.

한편 최근 몇 주간 BBC는 여러 다른 사안으로도 비판을 받아왔다.

텔레그래프는 또한 프레스콧이 BBC 아랍어 서비스의 가자 전쟁 보도에서 드러난 반이스라엘 편향이라는 "체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가 부족하다는 우려를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프레스콧은 트랜스젠더(성전환자) 사안에 관한 BBC의 보도에 대해서도 우려를 제기했다고 한다.

또한 지난 6일, BBC는 진행자 마틴 크록솔이 올해 초 BBC 뉴스 채널 생방송 중 '임신한 사람(pregnant people)'이라는 기존 원고의 표현을 수정하여 읽은 것과 관련하여 제기된 20건의 공정성 항의를 모두 인정했다.

데이비 사장이 지금 사임하는 이유는?

데이비는 지난 5년간 BBC를 이끌며 게리 리네커 논란,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서의 밥 빌런 사건, 다큐멘터리 '가자: 전쟁 지역에서 살아남는 법' 관련 논란, 유명 진행자들의 잇따른 비위 사건 등 수많은 스캔들과 위기를 겪어왔다.

일부 언론에서는 아무것도 달라붙지 않는 것 같다는 의미로 그에게 '테플론 팀'이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그는 이번 논란도 버티려고 했으나, 논란이 더욱 커지면서 BBC는 해당 파노라마 다큐멘터리 관련 공식 사과문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이번 사건은 BBC가 중대한 시기를 맞이한 가운데 발생했다. 영국 정부는 BBC 설립 근거가 되는 왕립 헌장을 재검토할 예정이다. 현재의 칙령은 2027년 말까지 유효하다.

데이비는 성명에서 "왜 지금, 왜 이 시점인지 물으실 것"이라면서 자신은 "뼛속까지 BBC (사람)"이었다면서 BBC를 깊이 걱정하며,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렇기에 새 사장이 임명되어 다음 왕실 헌장을 긍정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과 환경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BBC의 다음 장에 대해 합리적이고 차분하며, 이성적인 공개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이어 그는 "이번 타이밍은 새 사장이 새로운 (왕실) 헌장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될 기회가 된다. 나는 우리가 성장을 이끌 강력한 위치에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BBC의 후임 사장 선정 과정은?

사장직은 조직이 사명과 공익적 목적이 잘 이행되도록 감독하는 기관인 BBC 이사회에 의해 임명된다.

현재 BBC 이사회는 사미르 샤 의장이 이끌고 있으며, 그는 비상임이사 10명 중 하나이며, 사장을 포함한 상임이사 4명도 이사회 구성원이다.

2020년 데이비가 임명될 당시, 사장 선정 절차는 BBC 이사회의 임명위원회가 주도했다.

사장 임명 절차는 BBC 헌장의 규정에 따라 진행된다.

데이비의 후임은 BBC 103년 역사의 18대 사장이 될 예정이다.

잠재적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로는 최근 BBC를 떠난 샬럿 무어 최고콘텐츠책임자가 있다. 무어는 뉴스 부문을 제외한 모든 프로그램을 총괄하며 드라마 '배신자', 게임 쇼 '더 휠', 드라마 '해피 밸리' 등의 히트작을 탄생시켰다.

또 다른 후보로는 영국 TV 방송국 업계 최고 베테랑 임원 중 하나인 제이 헌트, 2013~2018년 BBC 뉴스 보도 부문 책임자를 맡았던 제임스 하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