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군사비 지출 급증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지난 17일 폴란드와 NATO 동맹국들의 군사 훈련 중 들판 위로 폭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사진 출처, Wojtek Radwanski/AFP via Getty Images

    • 기자, 나빈 싱 카드카
    • 기자, 환경 전문기자, BBC 월드 서비스

기후붕괴가 주요 안보 위협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전 세계 군 당국은 긴급히 재무장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군의 탄소 배출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올해 9월 새 보고서를 통해 급증하는 군사비 지출이 오히려 기후 붕괴를 가속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는 분쟁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향후 군사비 지출이 크게 증가할 수 있으며, 이는 탄소 배출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방위 분야로 자원이 전용되면서 기후변화 완화 및 적응을 위한 투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열병식 현장

사진 출처, Zhang Wei/China News Service/VCG via Getty Images

사진 설명, 전문가들은 전 세계 군대를 하나의 국가로 가정한다면, 그 나라는 세계 최대 오염 배출국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한다

군사 활동으로 인한 실제 배출량은?

전 세계 군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집계한 단일한 검증된 통계 자료는 없지만, 일부 국가는 자발적으로 관련 수치를 공개하고 있다.

몇몇 전문가들은 여러 추정치와 계산을 바탕으로 전 세계 군사 부문의 배출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UN 사무총장이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추정치에 따르면 전 세계 군사 부문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3.3~7% 사이를 차지"한다.

군사 활동의 환경적 영향을 연구하는 영국의 '분쟁과 환경 관측소'와 윤리에 기반한 과학과 기술의 실천을 주창하는 독립적인 기관인 '과학자들의 글로벌 책임'의 지난 2022년 공동 연구에 따르면, 세계 군대를 하나의 국가로 간주할 경우 중국, 미국, 인도에 이어 세계 4위의 배출국이 된다.

그리고 현재 전 세계적으로 군비 지출이 급증하고 있기에 이러한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은 2조7000억달러(약 3804조원)에 달해 전년 대비 9.4% 증가했는데, 이는 최소한 냉전 종식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2024년 군사비를 증액한 국가는 100여 곳에 달하며, 특히 유럽과 중동에서 급격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올해 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회원국들이 2035년까지 국방 및 안보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2%에서 5%로 확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미 2021~2023년 기준 NATO 회원국들의 총 군사 탄소 발자국은 군비 지출 증가와 맞물리며 3000만 톤 늘어난 바 있다.

지속가능성 연구를 수행하는 '트랜스내셔널 연구소'에 따르면 이는 도로 위에 자동차 800만 대 이상이 늘어나는 것과 맞먹는 규모다.

주요 오염 배출원

전문가들은 진정한 도전은 전투기, 전차, 군함, 잠수함 등 대규모 연료를 필요로 하는 중화기 체계의 탈탄소화라고 지적한다.

전 세계적으로 전투기는 가장 에너지 소모가 큰 기계 중 하나로 꼽힌다. 널리 인용되는 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 50년 동안 미국 국방부(현재 '전쟁부'로 개칭)의 에너지 사용량 중 55%가 제트 연료유 소비에서 비롯되었다.

2022년 '네이처'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미 공군의 F-35 전투기는 100해리(185km) 비행하는 동안 영국의 가솔린 차량이 평균적으로 약 1년간 배출하는 양과 동일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아울러 "매년 미군의 제트 연료유 사용만으로도 미국 승용차 600만 대에 맞먹는 배출량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날고 있는 전투기의 모습

사진 출처, Hakan Akgun/Anadolu via Getty Images

사진 설명, 연구에 따르면 군용 전투기는 특히 환경에 해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IPRI에 따르면 미국은 2024년에도 군사 지출을 전년 대비 5.7% 늘리며 여전히 세계 최대 국방비 지출국 위치를 유지했다.

'분쟁과 환경 관측소'의 더그 위어는 "비축량을 늘리고자 군수 생산을 확대하면 에너지가 매우 많이 든다. 반면, 저탄소 군사 기술의 발전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명확한 우선순위

BBC는 미 국방부에 이 같은 군비 지출 증가가 탄소 배출량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그리고 군 부문의 탈탄소화 계획이 있는지 질문했다.

숀 파넬 국방부 대변인은 BBC에 보낸 이메일 답변에서 "미 국방부는 우리의 핵심 전투 임무와 부합하지 않는 기후 변화 프로그램 및 계획을 폐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전투력, 전쟁 수행 능력, 준비 태세 향상을 주요 과제로 두고 있으며, 이를 위해 정신 회복, 군 재건, 억지력 재확립이라는 3가지 방식을 추진 중입니다."

유사한 질문에 NATO는 답변하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NATO의 탄소 배출 증가를 상쇄하려는 노력이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고 평가한다.

벨기에 브뤼셀 소재 '유럽 군사협회 및 노동조합 기구(EOMATU)'의 디미트라 쿠투지 선임정책관은 "현재 탈탄소화 노력은 재무장에 드는 예산 규모에 비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럽 방산 기업들이 에너지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계획에 반영하기 시작했지만, 지금 생산되는 무기 체계가 실제로 사용되기까지는 몇 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폭우로 물에 잠긴 도로

사진 출처, Syed Mahamudur Rahman/NurPhoto via Getty Images

분쟁의 환경적 비용

분쟁이 기후에 미치는 피해 비용을 정확히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진행 중인 일부 전쟁을 통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2024년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첫 2년 동안 온실가스 약 1억7500만톤이 배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F-35 전투기와 가솔린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비교

올해 5월에 발표된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이스라엘-가자 전쟁에서 직접적인 군사 활동으로 인한 탄소 배출량은 약 190만 톤에 달하며, 이는 36개 국가 및 지역의 연간 배출량보다 많은 규모라고 한다.

영국 육군 장군 출신이자 전 NATO 고위 관계자였던 리처드 누지는 "전투기든, 호위함이든, 전차든 간에 현재 아예 배출하지 않을 능력은 갖추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러한 기술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우리가 원하는 만큼 배출량을 줄일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는 국방비 지출이 늘어날수록 기후 재원은 줄어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UN 사무총장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위한 연간 재원 격차는 이미 4조달러에 달한다(이 중 절반은 에너지 및 기후 분야에 할당된 부족분이다).

또한 해당 보고서는 향후 몇 년간 이 격차가 6조4000억달러로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은 2035년까지 최대 6조600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가장 부유한 국가들은 개발도상국을 위한 기후 금융 지원보다 군사비에 30배나 더 많은 예산을 지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돈을 내라’라는 문구가 적힌 테이프를 입술 위에 붙인 활동가들의 모습

사진 출처, Sean Gallup/Getty Images

사진 설명, 2024년 11월 22일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열린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선진국이 '글로벌 사우스'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재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위대의 모습

2024년 11월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이후 선진국들은 2035년까지 연간 300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동의했다. 반면 개발도상국들은 최악의 기후 변화 영향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연간 1조달러 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파나마의 후안 카를로스 몬테레이 고메즈 기후변화 특별대표는 COP29에서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은 연간 약 2조5000억달러 수준"이라며 "서로 죽이는데 2조5000억달러를 쏟아 부을 수 있다면 생명을 구하는 데 1조달러만 쓰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는 기존에 약속된 사항조차 이행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11개 공여국은 2025~2027년 기후 금융도 포함되는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예를 들어 영국은 2027년까지 원조 지출을 국민총소득(GNI)의 0.5%에서 0.3%로 줄이는 대신 국방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누지 장군은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군대는 존재한다"면서 "전쟁에서 군대의 배출량 증가를 막을 최선의 방법은 처음부터 억지력을 지닌 강력한 군대를 구축하는 것이며, 이것이 NATO와 영국이 추구하는 바"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과연 강력한 군대가 기후 붕괴의 파괴적 영향으로부터 시민들을 진정으로 보호할 수 있을지, 아니면 오히려 그 영향을 가속화할지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