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와 AMD, 중국 매출의 15% 미국 정부에 낼 예정

사진 출처, Getty Images
- 기자, 애덤 핸콕, 피터 호스킨스
- 기자, BBC News
- Reporting from, 싱가포르
BBC 취재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대기업 엔비디아와 AMD가 중국 수출 허가를 받기 위해 중국 내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지급하는 '전례 없는' 합의에 도달했다.
미국은 그동안 인공지능(AI) 등의 분야에 사용되는 고성능 반도체의 중국 판매를 국가안보와 관련된 수출 통제 조치에 따라 금지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1기 행정부에서 일했던 일부 안보 전문가들은 최근 2기 행정부에 엔비디아의 H20 칩이 "중국의 AI 역량을 크게 강화할 수 있는 강력한 가속기"라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해당 보안 우려를 일축하며, 문제의 칩은 "구형"이라고 말했다.
합의에 따라 엔비디아는 중국에서 H20 칩을 판매해 얻은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지급하게 된다.
AMD도 중국에서 MI308 칩 판매로 벌어들인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내기로 했으며, 이는 파이낸셜타임스가 처음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BBC에 "우리는 전 세계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정한 규칙을 따른다"며 "몇 달째 H20 칩을 중국에 보내지 않았지만, 수출 통제 규정이 미국이 중국과 전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AMD는 BBC의 입장 요청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
이번 합의는 미국 내에서 놀라움과 우려를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일부는 이 조치가 안보 리스크를 키우고, 트럼프 행정부의 민간 기업 대처 방식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데보라 엘름스 무역정책 싱크탱크 힌리히 재단(Hinrich Foundation) 소장은 "국가안보 문제가 있으면 있는 것이고, 없으면 없는 것"이라며 "15%를 받는다고 해서 국가안보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SNS에서는 일부 투자자들이 이번 조치를 '갈취(shakedown)'라고 비난했고, 다른 이들은 미국에서 오랫동안 불법으로 간주돼 온 수출세와 비교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피터 해럴은 "엔비디아가 H20을 중국에 판매할 수 있어야 하는지 여부를 떠나, 국가안보 수출 통제를 완화해주는 대가로 매출의 15%를 받는 것은 매우 나쁜 선례"라며 "미국 헌법은 명백히 수출세를 금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이크 오친클로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제 미국 정부가 중국에 AI를 판매할수록 돈을 버는 구조가 된 건가? 틱톡 거래가 어떻게 될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고 말했다.
H20 칩은 바이든 행정부가 2023년 수출 제한을 시행한 뒤 중국 시장을 겨냥해 개발된 제품이다. 그러나 올해 4월 트럼프 행정부에서 사실상 판매가 금지됐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미국이 "수출 통제 조치를 남용하고, 일방적으로 괴롭히고 있다"며 비판해 왔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중국 내 칩 판매 재개를 위해 수개월간 미국과 중국 양측을 상대로 로비 활동을 벌였으며,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직접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찰리 다이 글로벌 리서치 업체 포레스터 부사장 겸 수석 애널리스트는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넘기는 조건으로 수출 허가를 받는 이번 합의는 "전례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합의는 첨단 기술 무역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시장 진입 비용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며, 기술 기업에 상당한 재정적 압박과 전략적 불확실성을 초래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0명의 안보 전문가들은 하워드 루트닉 미 상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엔비디아 H20 칩의 최대 구매자가 중국 내 민간 기업이긴 하지만 군사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들은 "AI 추론에 최적화된 칩은 단순히 소비재나 공장 물류를 구동하는 데 쓰이지 않는다"며 "자율 무기 체계, 정보 감시 플랫폼, 전장의 의사결정을 빠르게 하는 기술에 활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엔비디아는 BBC에 "미국은 5G 때처럼 통신 기술 리더십을 잃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의 AI 기술 스택이 세계 표준이 될 수 있도록 속도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인텔 CEO와 트럼프의 만남
이번 엔비디아와 AMD 합의는 경쟁사인 인텔의 립부 탄 CEO가 백악관에서 지난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직후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탄 CEO에게 중국 관계 의혹을 이유로 즉각 사임을 요구한 바 있다.
인텔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 대해 "미국의 기술 및 제조 주도권 강화를 위한 인텔의 의지를 주제로 허심탄회하고 건설적인 논의를 나눴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SNS 트루스 소셜에 "매우 흥미로운 만남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탄 CEO와 내 내각 구성원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다음 주 중 내게 제안을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탄 CEO가 "심각하게 이해충돌에 얽혀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미국 정부가 중국군과 연계됐다고 지목한 기업에 대한 그의 투자 의혹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탄 CEO는 "허위 정보"라고 반박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