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월드컵 '강제 키스 논란'에 스페인 국가대표 선수들 '보이콧'

시상식 도중 헤니페르 에르모소 선수에게 입맞춤하는 루이스 루비알레스 회장

사진 출처, Eurasia Sport Images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시상식에서 헤니페르 에르모소 선수에게 입을 맞춘 루이스 루비알레스(46) 스페인축구협회 회장의 행동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에르모소 선수가 키스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81명의 선수들은 루비알레스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날 때까지 스페인 여자 축구대표팀에서 뛰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시드니에서 열린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스페인 대표팀은 잉글랜드를 상대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시상식 자리에서 루비알레스 회장이 에르모소 선수의 얼굴을 붙잡고 입술에 키스한 모습이 생중계되며 논란이 일었고, 사퇴압박을 받아왔다.

그러나 루비알레스 회장은 25일(현지시간) 사임을 거부했다.

스페인 정부는 루비알레스 회장을 정직시키기 위한 법적 절차를 시작했고, FIFA도 징계 절차를 시작했다.

앞서 루비알레스 회장은 스페인 왕립 축구 연맹(RFEF)이 소집한 임시 총회에서 사임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그는 “나는 이런 수색을 받을 이유가 없다”며 사퇴를 거부했다.

이어 루비알레스 회장은 “헤니페르가 나를 끌어안아 올렸다. 나는 그에게 ‘[잉글랜드 골키퍼 마리 어프스가 막아낸] 페널티킥’은 잊어버리라고 말했고 ‘가볍게 키스해도 되냐’고 물었다. 그는 ‘좋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건 즉흥적인 키스였습니다. 상호적이고, 행복하며, 합의된 것이라는 게 핵심입니다. 합의된 ‘가벼운 입맞춤’은 저를 여기서 나가게 해주기에 충분하지 않습니까?”

현재 멕시코의 CF 파추카에서 뛰고 있는 에르모소 선수는 소셜 미디어에 긴 성명을 발표했다.

“저는 루이스 루비알레스 회장이 연설에서 언급한 대화가 결코 이루어지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그 키스는 합의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에르모소 선수는 루비알레스 회장의 주장이 “분명히 거짓이며, 그가 지금까지 만들어왔던 조작적인 문화의 일부”라고 덧붙였다.

이어 “저는 그 어떠한 사람도 직장에서나 스포츠에서나, 사회적 환경에서 이러한 동의 없는 행동의 피해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사건을 알려야 한다고 느낍니다. 저는 스스로가 취약하다고 느꼈고, 충동적이고 성차별적이며 부적절하고, 제 입장에서 어떠한 동의도 없었던 행동의 피해자가 됐다고 느낍니다”고 적었다.

“간단히 말해서, 저는 존중받지 못했습니다.”

에르모소 선수는 또 루비알레스 회장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는 진술”을 말하라며 “지속적인 압력”을 받아왔으며 그의 가족, 친구, 팀 동료들에게도 그런 압력이 들어왔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유형의 사건은 지금까지 선수들이 고발해 온 여러 상황들의 긴 목록에 하나 더해진 것뿐입니다. 이번 사건은 우리가 잡을 수 있는 마지막 지푸라기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TV 생방송을 통해 목격했던 장면은 오늘 [금요일] 아침 우리가 본 것과 같은 태도를 갖고 있습니다. 수년 동안 우리 팀이 일상적으로 겪어야 했던 일의 일부입니다.”

한편 결승전에서 스페인에 패한 잉글랜드 여자 축구대표팀은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잉글랜드 여자축구대표팀은 “자신이 무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행동은 용납돼서는 안 되며, 사람들은 어떠한 형태의 괴롭힘이든 이에 대해 조치를 취할 필요에 대해 타인을 설득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헤니페르 에르모소, 당신과 함께합니다.”

스페인선수노조 풋프로(Futpro)가 낸 성명에는 월드컵에서 우승한 스페인 선수단의 23명 전원을 포함한 여러 선수들이 서명했다.

성명엔 “여자 월드컵 시상식 중에 일어난 모든 일 이후, 우리는 이 성명에 서명한 모든 선수들이 현 지도자들이 계속 유지될 시 국가대표팀 소집에 복귀하지 않을 것을 밝힌다”고 적혀있다.

스페인은 9월 22일 UEFA 네이션스 리그에서 스웨덴과의 경기를 앞두고 있다.

한편 레알 베티스에서 뛰고 있는 보르하 이글레시아스는 25일 루비알레스 회장이 자리를 떠날 때까지 스페인 남자 축구대표팀에서 뛰지 않겠다고 말했다.

동영상 설명, 루이스 루비알레스 회장은 스페인축구협회 회장직에서 사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빅토르 프랑코스 스페인 체육부 장관은 스페인 정부가 루비알레스 회장에게 가능한 한 빨리 스페인 법원에 상황을 설명할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25일 밝혔다.

행정법원이 루비알레스 회장이 프로 스포츠 강령을 위반했다고 판단할 경우 그는 정직 처분을 받을 수 있다.

한편 FIFA는 루비알레스 회장의 행동이 공격적인 행동과 공정한 플레이에 관한 징계 규정 제13조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