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약 먹여 기절시킨 후 70여 명이 성폭행하게 한 남편'...사건 후 공포로 분열된 프랑스 마을

사진 출처, BBC/Léa Guedj
- 기자, 앤드류 하딩
- 기자, BBC 프랑스 특파원
프랑스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재판이 돌연 연기됐다는 소식이 발표되자 아비뇽 법원의 "볼테르 법정"에 가득 들어찬 방청석에서는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붉은 법복을 입은 재판장 로저 아라타 판사는 "그가 아프다"고 전하며, 51명의 피고가 포함된 이 재판이 "하루, 이틀, 사흘" 혹은 더 오래 지연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범죄를 주도한 도미니크 펠리코가 정신 문제로 출석할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의 변호사는 나중에 그가 병원에 입원했다고 전했다.
법정의 오른쪽 가장자리에 앉아 나무 패널 벽에 머리를 살짝 기대고 있던 아내 지젤 펠리코(72)는 그날 남편의 증언을 보지 못하게 되었다는 소식에도 별다른 감정을 보이지 않았다.
지젤 펠리코는 지난주 법정에서 자신이 차분한 모습 뒤에 "황폐한 현장"을 감추고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남편이 10년 동안 자신을 약물로 취하게 한 후 80명 이상의 현지 남성들을 불러들여 자신을 강간하게 하고 이를 촬영해왔다는 사실을 4년 전 경찰로부터 들었다.

그는 여성들이 약물에 취해 성폭행당하는 "화학적 강제 복종(Chemical submission)"의 위험성을 강조하기 위해 얼굴을 드러내기로 결심했다.
아비뇽 법원에서 차를 타고 완만한 언덕들을 넘어 몽 바투 마을을 둘러싼 포도밭을 지나 30분 가량 달리면, 고풍스런 중세 마을인 마잔이 나온다. 이 마을은 한때 영국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의 결혼식으로 유명해졌던 곳이다.
도미니크 펠리코는 바로 이곳에 살며 온라인에서 만난 현지 남성들을 촬영했다.

어느 한 순간, 한 장소의 분위기를 요약하는 것은 늘 어렵다.
가게 카운터에 기댄 마을의 요리사 에반 튀비뇽은 “솔직히 여기선 아무도 신경 안 쓴다”며, 이곳 사람들은 사건에 질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몇몇 여성들은 마을이 충격에 휩싸였을 뿐만 아니라, 법정에서 계속해서 드러나는 사실들이 마잔과 주변 마을에 새로운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피고들의 이름이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널리 퍼지면서, 그중 일부 남성들은 자신과 가족, 아이들이 길거리나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법정에 불만을 토로했다.
좁은 거리에서 차에 짐을 싣고 있던 두 현지 여성은 그 이름들을 보고 최소 세 명은 알아봤다고 말했다.
오세안 마르탱(25)은 "당연히 긴장이 생긴다. 길에서 누가 믿을 만한 사람일지 모르지 않나. 곧 이 마을을 떠나게 돼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옆에 있던 어머니 이자벨 리베르생(50)은 더 큰 우려를 표했다.
경찰이 도미니크 펠리코의 하드 드라이브에서 나온 이미지를 통해 이미 50명의 남성을 확인하고 구속했지만, 30명의 용의자들이 아직도 이름이 밝혀지지 않았고 행방이 묘연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어 이자벨 리베르생은 불만에 찬 날카로운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러니까 80명 중에 30명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는 거잖아요. 이웃을 믿을 수 있을지 모르니까 긴장이 생기는 거죠. '저 사람이 그 30명 중 한 명인가?', '이웃이 닫힌 문 뒤에서 뭘 하고 있는 거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하지만 마잔 시장 루이스 보넷(74)은 이런 긴장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대부분의 피고인들이 다른 마을 출신이며, 펠리코 부부 역시 이곳에 오래 살지 않은 외부인이라 주장했다.
그는 더 나아가 피고인들과 그들의 가족을 향한 위협은 예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들이 이 성폭행에 가담했다면, 그들이 표적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일어난 모든 일이 투명하게 밝혀져야 합니다"라고 말하면서도, 피고인들과 그들의 행동을 규탄했다.
보넷 시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미 프랑스인들의 분노를 자아냈던 태도를 보였고, 동시에 지젤 펠리코의 용기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보넷 시장은 "사람들은 여기서 '아무도 죽지 않았다'고 말한다. 펠리코가 아내를 죽였더라면 훨씬 더 나빴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젤 펠리코가 겪은 경험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지젤이 다시 일상을 회복하기는 분명히 어려울 것”이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그가 겪은 성폭행이 이웃 마을인 카르팡트라의 다른 피해자가 겪은 강간보다 덜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그 피해자는 강간당할 때 의식이 있었기에 훨씬 더 심각한 육체적,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아이들이 연루된다거나 여성이 죽는다면, 그건 아주 심각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죠. 이 사건에서는 가족이 스스로를 재건해야 할 겁니다. 어려울 일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죽지 않았으니, 여전히 할 수 있을 겁니다."
펠리코 사건의 심각성을 축소하려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동의했다.
“네, 맞습니다. 일어난 일은 매우 심각한 일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이 마을이 용납할 수 없는 범죄의 기억을 영원히 짊어져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의 표현은 어색하게 들렸다. 그는 이 사건을 규탄했지만, 자신의 마을이 영원히 이 사건으로 낙인 찍히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지젤 펠리코의 트라우마를 경시하는 듯 보였다.
나는 다시 한 번 반박하며, 많은 여성들이 이번 사건이 남성들의 특정한 행동 패턴을 드러냈으며, 그것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넷 시장은 "우리는 언제나 태도를 바꾸길 원할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마법 같은 해결책은 없다. 이렇게 행동한 사람들은 이해해서도 안 되고, 그들에겐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런 행동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답했다.

아비뇽 법정 안에서는 구속된 18명의 피고인들이 특수유리로 둘러싸인 구역에 앉아 재판 절차를 지켜보고 있었다. 흰 피부에 회색의 헝클어진 머리를 한 남자는 자신의 턱수염을 쓰다듬었고, 근처의 젊은 흑인 남성은 졸고 있는 듯 보였다.
이에 앞서 이번에 아직 구속되지 않은 다른 피고인 수십 명이 법정 밖에서 기자들과 함께 큰 줄을 이루며 서 있었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려 했지만, 몇몇은 그러지 않았다. 몸집이 큰 한 남성은 목발을 짚고 앞으로 비틀거리며 나아갔고, 누군가는 초록색 후드를 얼굴에 덮어썼다.
프랑스 법은 언론에 피고인들의 신원이 공개되지 않도록 어느 정도 보호하고 있지만, 지젤 펠리코는 자신의 사생활 보호 권리를 포기하고, 대신 많은 프랑스 여성들에게 저항의 상징이 되기를 선택했다.
법정에 참석한 현지 활동가 블랑딘 드버랑주는 "그는 엄청난 품위와 용기, 인간성을 보여줬다. 그가 강간범 앞에서 전 세계에 말하기로 선택한 것은 프랑스 여성들에게 큰 선물이었다. 사람들은 그가 무너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젤은 너무나 영감을 주는 존재다"고 말했다.
블랑딘과 동료들은 최근 아비뇽 곳곳에 있는 벽에 슬로건을 적었다. 그 중 하나엔 "평범한 남자들. 끔찍한 범죄들"이라고 쓰여 있다.

사진 출처, CHRISTOPHE SIMON/AFP
지젤의 옆에 앉아 있던 딸 캐롤린(45)은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최근 자신의 부친이 동의나 허락 없이 자신의 사진을 찍은 증거를 보았다. 그는 부친이 자신도 약물에 취하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성폭행과 약물 문제에 대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프랑스에서 이러한 범죄의 신고율이 매우 낮으며 제대로 조사되지 않고 있다고 믿고 있다.
캐롤린은 변호사들이 이의를 제기하거나 절차 문제를 토론할 때면, 때때로 얼굴을 찡그리거나 손을 얼굴에 올리는 등 불만이나 혐오감을 분명히 드러냈다. 남부 프랑스 특유의 강한 억양을 가진 경찰관이 증언을 하기 시작했다. 밝은 햇살이 판사들 머리 위의 채광창을 통해 쏟아져 들어왔다.
우아하게 장식된 법정은 차분한 분위기였지만, 어머니, 딸, 그리고 최소 두 명의 아들로 이뤄진 가족이 그토록 많은 강간 혐의를 받는 사람들과 단 몇 미터 거리를 두고 앉아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