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홍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시신들
- 기자, 안나 포스터
- 기자, BBC News, 데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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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의사가 검은색 시신가방 쪽으로 몸을 기대며 그 안에 있던 남성 시신의 다리를 조심스레 만졌다.
그러면서 “우선 (시신의) 나이, 성별, 신장 등을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물 때문에 이 남성은 지금 부패 단계에 접어들었군요.”
수많은 희생자 중 한 명인 이 남성은 리비아 동부 도시 데르나의 어느 병원 주차장에서 그 마지막 인적 사항을 확인하고 기록되고 있었다.
시신의 신원 확인 작업은 이제 이곳에선 가장 중요하면서도 고통스러운 일이 됐다.
바다에서 1주일을 보낸 이 남성 시신은 그 모습을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었다. 그날 아침 해안으로 떠밀려왔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조심스레 신원을 확인할만한 흔적을 찾으며 면봉으로 DNA를 채취해둔다. 이는 만약 유가족이 아직 살아있어 훗날 그를 찾으러 올 때 중요하게 쓰일 자료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의 통계에 따르면 아직도 1만 명 이상이 공식적인 실종자로 남아 있다. ‘적신월사’ 또한 독자적으로 피해자 수를 집계하고 있다.
UN은 현재까지 약 1만130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최종 사망자 수가 얼마로 집계될진 아직 불분명하다. 엄청난 대재앙이었다는 그 규모만이 확실할 뿐이다.
한편 수해 현장에서 만난 주민 모하메드 미프타는 가족을 찾고 있었다. 그도 마음속으론 희생자 중엔 자신의 가족도 있다는 점을 안다.
홍수 이후 미프타는 여동생 부부의 집을 찾았지만, 이미 집은 떠내려간 상태였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여동생 가족의 소식을 듣지 못하고 있다는 미프타는 엄청난 급류로 인해 자택 현관문을 통해 흙탕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영상을 보여줬다.
물살을 타고 승용차 한 대가 들어와 열린 공간을 완전히 막아버리기도 했다.
미프타는 “차들이 밀려 내려오는 것을 보고 도망쳐 나왔다”고 회상했다.
“저는 그 순간 이제 끝이라고, 곧 죽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손전등을 흔드는 이웃들이 보였어요. 그러나 몇 분 만에 그 불빛은 꺼졌고 그렇게 이웃들도 사라졌습니다.
“그게 제일 힘들었어요.”

사진 출처, REUTERS
한편 국제사회가 본격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지난 17일(현지시간) 리비아 동부 정부의 보건부 장관은 데르나로 향하는 도로에서 사고가 발생해 그리스 구조대원 4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부상자도 15명에 달한다. 그리스 구조팀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이미 수해 현장에 도착한 외국 지원팀에 합류하고자 이동하던 중이었다.
주변의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도 수 톤에 달하는 지원 물자를 보냈다.

이제 다음 단계는 이러한 자원이 적절하고 공정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일 것이다.
리비아 내 UN 국제 지원을 총괄하는 압둘라 바실리 대표는 BBC 아랍어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리비아엔 이 모든 기부 물자를 투명하게 관리할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현재 리비아는 트리폴리 지역을 중심으로 국제 사회의 인정을 받은 행정부와 리비아 동부 지역을 관할하는 행정부로 양분된 상태이므로, 이들 정부 간 협조가 쉽지 않기에 더욱 우려되는 부분이다.

사진 출처, REUTERS
한편 도시가 진흙과 온갖 잔해로 뒤덮인 데르나이지만, 지역 중심부엔 희망의 빛이 보이는 곳들도 있다.
길 한쪽 모퉁이에는 알록달록한 옷 수백 벌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으며, 길 건너편에는 연료를 받기 위해 생존자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계속 도착하는 기부 물품과 함께 한 남성이 나서 어느 할머니의 발 앞에 따뜻한 스카프가 담긴 상자 한 개를 놓았다. 이 남성은 그중 하나를 고르는 할머니의 머리에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최악의 재난 상황에서 다른 리비아인들을 돕는 리비아 시민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