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가 전복되는 사고에도 전원이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동영상 설명, 항공 전문가들이 분석한 토론토 공항에서의 여객기 착륙 추락 사고
    • 기자, 제임스 피츠제럴드
    • 기자, BBC News

캐나다 토론토 피어슨 공항에서 지난 17일(현지시간) 오후 한 여객기가 착륙 도중 뒤집히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탑승객 대부분이 무사히 빠져나왔다. 승객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델타항공 소속인 해당 항공기는 불꽃에 휩싸인 채 활주로를 따라 아래위가 뒤집힌 형태로 활주로를 따라 미끄러지다 극적으로 정지했다. 그 과정에서 꼬리와 날개 하나가 통째로 떨어져 나가기도 했다.

탑승객 80명 중 일부는 좌석에 묶인 채 거꾸로 매달린 채로 있다가 빠르게 수하물을 넘어 눈 덮인 활주로로 탈출했다. 사고 이후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사건과 관련해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전문가들은 혹독한 겨울 날씨 혹은 오착륙이 원인일 수 있다고 추측한다. 또한 비행기의 안전 기능이 생명을 구했다는 설명이다.

무슨 일이 벌어졌나?

이번 사고는 현지 시각으로 17일 오후 2시를 막 넘긴 시점 발생했다.

사고기는 델타항공 DL4819편으로, 기종은 CRJ-900이다.

사고기는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출발해 토론토에 착륙하고 있었다. 당시 승객 76명과 승무원 4명이 타고 있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발급하는 조종사 면허 소지자이자 언론인인 댄 로난은 B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사고기가 착륙하던 당시 활주로에 부딪힌 후 일정 거리를 미끄러진 뒤 뒤집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DL4819편 항공기는 토론토 공항에 어떻게 착륙했나

TMZ 뉴스가 입수한 영상에는 착륙과 동시에 기체 일부가 화염에 휩싸이는 장면이 담겨 있으며, 소방관들이 급히 진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

해당 사고기에 탑승했던 승객 피트 칼슨은 CBC와의 인터뷰에서 "무척 강력한 사건"이었다면서, 충돌 당시 "콘크리트와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고 증언했다.

칼슨과 다른 탑승객들은 좌석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고, 기내 천장에서 몸을 빼낸 뒤 뒤집힌 기내에서 기어 나와야 했다.

탑승객 80명은 전원 생존했다. 18일 아침 델타항공 측은 부상당한 승객 21명이 현지 병원으로 이송되었다고 밝혔으나, 이 중 19명은 이후 퇴원했다. 델타항공 측은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기체가 어떻게 뒤집히게 되었나?

BBC Verify 팀은 사고기와 항공 교통 관제 센터 간 교신 기록을 분석했다.

그 결과 착륙에 문제가 있으리라 예상할 만한 내용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조종사 출신이자 영국 버킹엄셔 뉴 대학교의 조교수인 마르코 찬과 비행기 추락 사고 전문 조사관인 이스모 알토넨 또한 해당 녹음을 듣고 이같이 판단했다.

이에 더해 찬 교수는 여객기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하강 속도로 인해 경착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찬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한쪽 바퀴가 먼저 땅에 닿은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랜딩 기어가 충격으로 무너졌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우측 날개가 활주로에 부딪히고, 그 충격으로 기체가 구르게 된 것일 수도 있다.

한편 날씨가 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토론토 공항의 소방서장은 사고 당시 활주로가 건조했다고 주장했다.

사고 전 공항 측은 폭설이 그치기는 했으나, "기온이 얼어붙고 바람이 거세다"고 밝힌 바 있다.

CNN 보도에 따르면 착륙하고자 진입하는 해당 항공기의 조종사를 향해 항공 교통 관제사는 시속 61km의 돌풍이 불고 있으며 "활공 경로가 약간 울퉁불퉁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로난은 조종사들이 '크랩 랜딩'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수를 바람 방향으로 돌린 다음 마지막 순간 활주로로 바로 진입하는 방식이다.

동영상 설명, 토론토 피어슨 공항 활주로에서 포착된 전복된 여객기

탑승자 전원 생존이 가능했던 이유는?

로난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동체 부분이 손상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 비행기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해당 항공기의 안전 기능을 높이 평가했다.

먼저 CNN 분석가이자 전직 FAA 조사관인 데이비드 수시는 항공기가 의도한 대로 분리되었으며, 날개가 분리되어 동체가 찢어지는 상황을 방지했다고 설명했다.

떨어져나간 꼬리와 우측 날개

영국 크랜필드 대학교에서 안전 및 사고 조사를 연구하는 그레이엄 브레이스웨이트 교수는 해당 항공기는 사고 발생 시 승객들이 다른 물체에 부딪히지 않도록 설계되었다고 말했다.

브레이스웨이트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좌석 등받이나 트레이 테이블의 디자인도 모두 생존 가능한 공간을 확보하고자 설계된 형태"라면서 "그리고 승객들이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다는 점도 중요하다. 안전벨트야말로 이러한 상황에서 승객들이 기체 밖으로 튕겨 나가지 못하게 막아주는 궁극적인 장치"라고 덧붙였다.

또한 아래위가 뒤집힌 비행기에서 모든 승객들을 신속히 밖으로 대피시킨 승무원들의 행동 또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공항 책임자는 몇 분 만에 사고 현장에 도착한 지상의 응급 구조대원들에 대해서도 "영웅"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승객이었던 칼슨은 승객들도 효과적으로 협력했다고 말했다. "비행기에 탑승한 모든 이들이 갑자기 매우 친밀하게 서로를 돕고 위로했다"는 설명이다.

사라진 우측 날개

좌석 디자인은 어떻게 도움이 되었나?

로난은 "엄청난 충격을 흡수하도록 설계된" 고강도 16g 좌석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해당 좌석은 중력의 16배에 달하는 감속을 견딜 수 있어야 하며, 인체 모형을 이용한 엄격한 충돌 역학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FAA로부터 규정에 맞는 좌석을 생산한다는 인증을 받은 '항공 컨설팅 및 엔지니어링 솔루션'의 설립자인 케빈 캠벨은 바닥에 부착된 좌석 다리의 경우 한쪽은 10도 기울고, 다른 쪽은 10도 회전할 수 있어야 부러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캠벨은 이전 다른 사고에서 항공기 앞쪽에 시신이 여전히 앉아 있는 좌석들이 몰려 쌓여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규정에 대해 로난 또한 "좌석이 바닥에 단단히 고정되어 좌석에 앉은 승객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고, 좌석이 분리되어 이리저리 기내에서 튕기지 않게 방지한다"고 했다.

또한 승객이 앞 좌석에 머리나 다리를 부딪쳐도 견딜 수 있어야 하며, 좌석은 척추의 무게를 흡수하여 허리 골절을 방지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안전벨트도 예전보다 덜 늘어나는 재질로 만들어져 더욱 단단하게 승객을 고정한다.

캠벨은 "그 결과 항공기는 훨씬 더 안전해졌다"면서 이러한 요소들은 이번 사고에서도 안전성을 높이는데 "절대적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로난 또한 "좌석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해냈고, 손상되지 않았으며, 안전벨트가 제대로 작동했고, 좌석이 바닥에서 분리되지 않았다는 점도 놀랍다"고 평가했다.

"만약 좌석이 분리되었다면 얼마나 많은 승객들이 머리나 척추에 부상을 입었을까요."

최근 발생한 비행기 추락 사고 기록은?

이번 사고는 지난 한 달간 북미에서 최소 4번째로 발생한 대형 항공 사고로, 다른 최근 사고에 대한 조사도 아직 진행 중이다.

  • 1월 29일, 미국 워싱턴 DC 로널드 레이건 공항 근처에서 여객기와 군용 헬기가 공중에서 충돌해 탑승자 67명 전원이 사망했다
  • 2월 1일에는 필라델피아에서 6명을 태운 의료 수송기가 추락하여 지상에 있던 한 사람을 포함해 총 7명이 사망했다
  • 2월 6일에는 알래스카에서 소형 비행기가 추락하여 10명 전원이 사망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한국에서 179명이 사망하는 대형 항공기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전히 항공 여행이 매우 안전하며, 점점 더 안전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적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항공 사고는 257건이었는데, 2014년의 362건과는 대조적이다.

추가 보도: 말로리 모엔치, 톰 조이너, 조쉬 치담